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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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초의 대구지방경찰청. 오전 11시가 가까워서야 윤순옥(44) 경위가 들어섰다. 새벽 4시까지 성매매 현장을 단속해 정신이 좀 없단다. ‘악바리’라는 별명과는 달리 이웃집 아줌마처럼 편안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첫날은 너무 좋았어요. 특진한 것도 좋은데 상까지 받았으니…. 그런데 하루가 지나니까 부담이 되더라고요. 기본 업무에 충실한 것밖에 없는데 과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들에게 훌륭한 선배였는지, 선배들에게 괜찮은 후배였는지 동료들에게 송구스럽기도 했고요. 앞으로 열심히 더 노력해서 보답할 생각입니다. ‘다모상’ 받은 사람이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되잖아요.”
지난 6월 30일, 경찰청에서는 여경 창설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올해 최고의 여경으로 뽑혀 ‘다모(茶母, 조선시대 포도청에서 활동한 여성수사관) 대상’을 받았다. 덕분에 1계급 특진의 영예도 누렸다.
윤 경위는 지난 한 해 동안 성폭행·성매매·아동학대 사범 116명을 붙잡아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초 성매매 특별단속기간에는 28명을 검거해 개인 실적 전국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B]“마당쇠처럼 현장을 누벼라”[/B]
실적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윤 경위는 “수상은 1년 공적을 보지만 현장을5~6년간 마당쇠처럼 뛰어다닌 것이 바탕이 됐다”며 “오랫동안의 경험과 피해자를 도와줘야겠다는 열정이 비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상을 받은 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단다. 요즘 동료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피부가 맑아지고 얼굴이 예뻐졌다’는 이야기도 그 중 하나. 형사업무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얼굴을 빛나 보이게 한다는 게 동료들의 설명이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수사도 미치지 않으면 하기 힘들거든요. 신나서 해야지 힘든 줄도 모르고 성과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아마 제 체질에 맞나 봐요.”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성폭행범의 경우 현장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진술이 없으면 시일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가해자가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나씩 증거를 확보하고 정황을 맞추는 것도 그녀의 장기다. 시간대별로 가해자의 행적을 거꾸로 찾아가는 ‘정황 증거’는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한다. 가해자가 거짓 알리바이를 대면 거짓을 밝히려는 그녀의 노력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그렇게 구속시킨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충분한 공감을 통해 성폭행 피해자와 호흡을 맞추면 그녀의 말대로 ‘작품’이 나온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 처벌하고 상처를 다독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꾸준히 하다 보니 성폭행이나 성매매 등을 해결하는 베테랑으로 소문이 났고, 그녀는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가해자에게 악명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겉모습만 여자고 완전 남자다’ ‘독종이다’라는 말은 듣기 싫어요. 얼마나 마음도 여리고 정도 많은데….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여자예요. 물론 성폭행범 같은 가해자에게는 강성이죠. 잘못한 사람에게는 제가 봐도 너무 강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대구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1986년 순경 공채시험을 거쳐 경찰에 입문했다. 처음 발령지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계. 그 때까지 여경들은 단순한 업무를 주로 맡아왔지만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여경의 임무도 다양해지고 확대됐다.
그녀가 수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4월. 대구 수성경찰서 조사계에 배치된 후 8년 동안 여성관련 범죄의 고소·고발 사건을 전담 처리했다. 이 기간 동안 수사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2000년부터 대구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반장으로 일하고 있다. 조사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여성단체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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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성범죄자에게는 ‘악바리’ 각인[/B]
여성단체나 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했고, 그 때마다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성폭행이나 매매에 관한 첩보도 많아졌다. 그 결과 2003년에는 본청에서 성폭력 수사전문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4년 9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면서 그녀는 더욱 바빠졌다.
“성폭행이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한 범법 행위라는 것을 알려주고, 가해자가 반성했을 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사건이 끝난 후 형사를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나름대로 담당 형사에게 고마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정말 기뻐요.”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성매매 피해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나 여성이다 보니 여경에게 맞는 업무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두려워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변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와 인간적인 신뢰를 쌓고 가해자 처벌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면 피해자가 마음의 문을 열어 사건이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참 멋있어요. 중학생과 고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가정생활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하지요. 여경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후배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지방청에도 보육시설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열정을 가진 형사면서 가정에서는 아내이자 엄마인 그녀. 그녀의 바람대로 이 땅의 여경들이 민생을 돌보는 자신의 일에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한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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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