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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성우 문선희 씨



 

“제가 한국어를 가르치긴 하지만 오히려 이들에게서 열정과 에너지를 받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7년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성우 문선희(42) 씨는 장기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송국에서 화려한 모습만 보다가 이곳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같이 있다 보면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이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겸손해했다.

문 씨가 이 센터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서울대가 제작한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재 녹음에 참여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문 씨는 서울대에 개설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지도자 과정까지 이수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2004년부터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한국어 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성우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시부모까지 모시고 있어 매 주말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주중 철야 근무로 시달리다 단 하루 쉬는 일요일에 나와 열심히 수업을 듣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면 힘들다는 생각이 사라진다고 그는 말한다.
 

문 씨는 주말에 집이 있는 경기 김포시에서 센터까지 먼 길을 달려와야 한다. 자신의 자동차에 제자 중 한 명과 동승한다. 그 외국인 근로자가 사는 곳은 김포에서도 한참 더 가야 하는 강화도 인접 지역. 센터에 가려면 무려 2시간 30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와 ‘카풀’을 하기 시작했다. 먼 거리지만 “한국어 배우는 게 즐거워요”라고 말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면 문 씨는 피로도 잊는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할 만한 표현들을 재미있게 반복적으로 가르쳐 충분히 숙지하도록 한다. 자신이 성우인 만큼 발음에도 중점을 둔다. 문 씨는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들은 영어를 하려는 한국인들이 많아서인지 기본적인 한국어 이상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온 근로자들은 생활수단으로서 우리말을 배우고 있어서인지 더 감사하고 배우는 모습도 예쁘다”고 했다.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외국인 근로자 중 많은 이들이 자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라며 “이들에겐 타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겠다는 용기와 열정이 넘친다”고 말했다.

문 씨는 우리 사회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돈을 벌려고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이들을 한 인간으로서 바라봐달라고 전했다.

1990년 KBS 22기 공채로 입사한 문 씨는 1993년 KBS 라디오 연기대상 신인 여자 연기상을, 2007년엔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체리’의 유체리 역, ‘슬램덩크’의 이한나 역이 대표작이다.
 

글·구정모(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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