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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천만원 든 가방 찾아준 박장수 ‘우체국장님’



 

“큰돈을 잃어버리신 분은 얼마나 상심이 크셨겠습니까.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이것이 알려져 당황스럽고 불편합니다.”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 우체국 박장수 국장은 대수롭지 않은 일을 했는데 왜 이렇게 언론에서 관심을 갖는지 부담스럽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결국 “우체국 전체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우정사업본부 홍보실 측의 거듭된 설득에 마지못해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박 국장은 우체국 내에서 청백리의 표상이 됐지만, 그는 “저는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니다”며 방송사 인터뷰 등도 모두 거절했다고 했다.

그가 KTX에서 억대 현금 가방을 발견해 수소문 끝에 주인을 찾아준 것은 지난 6월 24일. 서울발 부산행 KTX 열차 안에서 옆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가방이 눈에 띄었다.

열차 내 좌석에서 잠을 자던 박 국장은 부산에 거의 도착할 때가 됐는데도 주인이 찾아오지 않아 가방을 열어보니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부산에서 내린 박 국장은 가방 안에서 작은 수첩을 발견하고 가방 주인의 지인과 연락해 주인에게 가방을 돌려줬다. 가방에는 5만원권 2천만원을 비롯해 1만원권과 수표 등 모두 1억2천만원이 들어 있었다.

가방을 잃어버린 김모(74) 씨는 충남 아산에 사는 아들이 가게 계약금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마련해 KTX를 타고 가던 중 가방을 놓고 내렸다.

박 국장이 연락했을 때는 김 씨가 이미 아산역에서 내려, 아들에게 가던 도중 가방을 놓고 내린 것을 뒤늦게 알고 발을 동동 구르며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박 국장의 선행은 부산체신청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알려졌다. 김 씨가 사례를 하고자 했으나 박 국장이 이를 거절하자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

김 씨는 편지에서 “눈 뜨고도 사기를 당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양심 있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우리 주변에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적었다.
 

박 국장은 올해로 26년째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평소 지역사회에서도 봉사와 희생정신이 남달라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다고 우정사업본부는 전했다. 박 국장은 “평소 좌우명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창한 것은 없다. 그저 가족이 건강하게 지내면 족하다”고 했다.

“큰돈을 봤을 때 솔직히 좀 심정적으로 동요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박 국장은 “우체국 직원들은 창구에서 고객이 잘못 낸 1천원, 2천원도 돌려주는데 이런 엄청난 돈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가 아버지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했겠다”고 묻자 이번에도 역시 대답이 심드렁했다.

“가족들도 어제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안 했으니까요. 어제 조카가 집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알려지게 됐네요.”

진정 그에게서 선행은 의식하지 않고 나오는 것이었다.
 

글·박창욱(연합뉴스 미디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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