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최근의 천안함 사태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저의 기부가 국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국가안보의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평범한 시민이 평생 모은 1백억원대의 전 재산을 국가안보를 위해 써달라며 기부해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 용인시에 사는 김용철(89) 씨. 그는 1950년대 대한수리조합(현 농어촌공사)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한 뒤 광주에서 중소 섬유공장을 운영했다. 이후 공장을 정리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을 바탕으로 재산을 일궈냈다.
김 씨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다. 지금도 양복 한 벌과 닳아 해진 와이셔츠, 구두 한 켤레로 생활하고 한 끼 1만원 이상의 식사는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힘들게 모은 재산이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국가를 위해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학교나 재단 설립을 통해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려고 고심했으나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국방부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김 씨는 대한민국 질풍노도의 시기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나라 없는 설움과 전쟁의 상흔을 피부로 느꼈다는 그는 “‘인생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무한하다’는 국가관을 확립하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의 서쪽은 중국, 동쪽은 일본, 북쪽은 북한과 러시아가 있어 국가안보가 취약합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국방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말부터 국방부에 기부 의사를 밝혀왔다. 국방부는 김 씨의 뜻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도록 기부금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친환경 신물질 연구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센터는 첨단 신물질을 연구 개발해 전자기 펄스(EMP) 체계, 초정밀 미사일 등 첨단 신무기에 적용할 전용 연구시설이다.
김 씨는 “신무기 개발 연구를 하기에는 기부금이 충분치 않으므로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국방부의 지원을 희망한다”며 “연내에 기부금 집행 및 연구센터가 완료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남 2녀를 둔 김 씨는 기부 소식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식들이 아직 젊은 만큼 스스로 노력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언론을 통해 자신의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 한편으론 서운하겠지만 이 행동을 당연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줄 것이라고 믿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5월 25일 국방부에서 김용철 씨를 접견하면서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국가안보를 위해 기부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장관은 “김 씨가 보여준 자세는 국가안보의식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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