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바르샤(30) 씨는 치통 때문에 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치료비가 너무 비쌀까봐 병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이 있다. 회비 1천원만 내면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귀를 의심했다. 일 때문에 일요일이 아니면 병원에 가기도 힘든데 단돈 1천원만 내면 일요일에도 진료해주는 병원이 있다니. 그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 있는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이하 희망세상)’을 찾았다.
큰길가의 오래된 상가 건물 3층에 위치한 이곳은 ‘일요병원’이란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알려진 무료 진료소다. 이주노동자라면 누구나 맨 처음 가입회비 명목으로 1천원을 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문을 열며 치료는 물론 약도 무료다. 필리핀 출신인 줄라이(34) 씨는 희망세상에 치과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혈압이 2백 밀리미터 에이치지(mmHg)를 넘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내과 치료를 받았다. 그는 “치과뿐 아니라 내과, 외과, 한방의, 약국이 함께 있는 종합진료센터 희망세상 덕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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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이주노동자만 5만명에 달하는 인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무료 진료를 하는 곳은 인천시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6개 병원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신분증, 재직증명서 등 까다로운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용자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에 비해 희망세상은 아무 요구조건 없이 환자를 봐주기 때문에 특히 미등록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찾아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회원 10명이 참여해 돈을 모아 의료 기자재를 마련하고 치과기구 등을 기부받아 처음 시작한 진료소는 2006년에 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제공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을 계속했다. 6백61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에 한글 및 컴퓨터 교실, 공연장 등이 함께 있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 공간을 무상 임대해준 독지가의 재정 사정으로 1년 전 어쩔 수 없이 건물을 비워줘야 했다.
지난해부터 문을 연 지금의 부개동 진료소 역시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개원이 가능했다. 평소 다니는 부평구 성당 신부에게서 진료소의 사정을 듣게 된 강마리아 할머니(86)가 상가를 그냥 쓰게 내줬던 것. 여기에 여약사회 인천지부와 행동하는 의사회, 참의료실천단,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등이 참여하면서 진료 과목을 늘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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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곳의 의료진은 참여 단체들이 각 진료 과목에 필요한 인원을 배정해 팀원을 구성하고 있다. 치과 4~5명, 내·외과 2~3명, 한방 2명, 약국 1~2명이 한조를 이뤄 두 달에 한 번꼴로 번갈아가면서 진료를 본다.
희망세상의 유순화 기획실장은 “찾아오는 환자들이 주로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이라 근골격계 질환이 많다. 물리치료 기재와 관련 인력의 자원봉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한다.
그동안은 외부 후원 없이 참여 단체들이 운영비를 분담해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후원계좌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임상검사 및 3차 병원 진료가 필요할 때 이를 의뢰해 연계하는 체계를 갖춰 환자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오진영 객원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 Tel 070-877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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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