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때우다 나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서일까. 공기업 감사는 여전히 대표적인 ‘낙하산 요직’으로 손꼽힌다. 한국동서발전 이정원(57) 감사는 이런 통념을 깨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정원 감사는 지난 2월 18일 인도네시아 최대 에너지그룹인 바크리 파워사와 화력발전소 공동 개발 및 운영, 기술자문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한국동서발전이 칼리만탄(보르네오)섬 동부 상가타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이를 30년 동안 관리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총예산이 약 5천2백억원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내용은 무척 알차다. 앞으로 연간 5백억원씩 30년간 총 1조5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설계부터 건설까지 모든 공사와 30년 동안 운영과 보수 등을 대부분 우리 기업에 맡길 예정이어서 국가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
이번 MOU 체결에는 이정원 감사의 헌신적인 노력과 함께 그의 탄탄한 인도네시아 인맥이 한몫했다. 그와 인도네시아의 인연은 6년 전 현지 옥수수밭 투자에서 시작됐다. 그의 옥수수밭은 큰 이익을 남겨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우수 농장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이번 사업을 알게 된 것도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지인들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제가 보기에 사업성이 충분했습니다. 발전소 건설 부지가 탄광 가까이에 있어 컨테이너벨트만 연결하면 석탄을 발전소까지 운송하는 게 가능해 생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으니까요. 한국전력에서 해외투자를 할 때 이익률을 10~15퍼센트로 보는데, 이 사업은 30퍼센트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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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격적으로 수주사업에 뛰어들기에 앞서 잠시 갈등을 했다고 한다.
“월권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감사의 본분은 경영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감시하는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에게 의견을 물으니 ‘회사를 위하는 일일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일인데 어떤 자리에 있느냐가 무슨 상관이냐’며 적극 추진하라고 격려하시더군요.”
어려움도 많았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큰 위기도 찾아왔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우리 기술과 인력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발전소 허가조항에 공해방지시설에 대한 규정이 미미했어요. 다른 회사들은 인도네시아 허가 기준에 맞춰 건설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인도네시아 환경을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그것이 바크리 파워의 믿음을 산 것 같아요.”
한국동서발전과 바크리 파워는 오는 6월경에 좀 더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담은 중간계약서(JDA)를 체결하고, 9월 중에는 현지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10월부터는 설계와 토목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에게 앞으로도 계속 사업 수주를 위해 뛸 것이냐고 묻자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저는 이번 수주보다도 우리 회사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비리나 문제점을 한 건도 지적받지 않은 것을 더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회사와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글·최호열(동아일보 전략기획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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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