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살짝 수줍은 듯 음료수를 권하는데,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어질어질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검찰청. 정면에는 잠시 혼란을 준 ‘스타 여검사’가 앉아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 추의정 검사(34·사시 45회)다. 지난해 7월 검찰 인터넷방송(SPBS) 메인앵커로 발탁돼 빼어난 미모와 진행 실력을 보여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검사가 방송 앵커에 도전하다니.
“새로운 일을 해보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차에 주변에서 ‘목소리가 방송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을 해주셨죠.”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그저 원고만 읽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제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고요. 뉴스를 할 때 손을 자꾸 주무르는 것도 보이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친구한테 얘기하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전달해야 하는데 영 어색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려운 법률용어들이 가득한 검찰 소식을 전하다 보니 발음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고. 그중에서도 ‘피의자’의 ‘의’자가 계속 반복되는 뉴스라도 걸리면 복식호흡으로 다듬은 ‘옥구슬’ 같은 목소리도 별무효과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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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끝나면 다시 특수검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다. 형사 사건은 대개 수사 기간도 길고 강도도 세다. 최근 몇 달간은 주말 빼고 일주일 내내 자정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다. 네 살 난 딸의 얼굴을 못 본 지도 벌써 나흘째.
“주중엔 아예 친정에 아이를 맡겨요. 한창 예쁠 때인데…. 지난해 아이가 폐렴에 걸려서 입원했을 땐 정말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건지 괴롭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일에서 보람을 찾으며 마음을 다잡아왔다. 지난해엔 친아버지에게 7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13살 여자 초등학생 사건을 해결하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세상의 무서움도 절감했다.
“피해 어린이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같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아이가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버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선 보람이 큽니다.”
추 검사는 검찰방송을 통해 국민과 부드럽게 소통하려는 검찰의 이미지가 잘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일반인들의 격려편지를 자주 받는다고 한다.
“감사하죠. 재소자께서 격려편지를 보내준 적도 있어요. 그 뒤로는 수사를 할 때도 피의자에 대한 작은 배려를 소중히 여기게 되더군요.”
전날 밤샘 수사를 하느라 머리도 제대로 못 빗고 화장도 못했다는 추 앵커, 아니 추 검사. 지금 그의 한 손엔 방송 분장을 위한 파운데이션이, 또 한 손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수사 기록이 함께 쥐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글·유재영 기자
검찰 인터넷방송 tv.s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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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