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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운동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작금 우리 사회의 자살 양태는 참으로 심각한 실정이거든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제 자살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당사자이고,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회장(67·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은 자살에 관한 한 우리 사회에 적신호가 켜진 지 한참이 됐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 전국에서 서른 네다섯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이런 일이 매일매일 하루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1년 내내 연일 대형 참사가 나는 셈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생명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범사회적 대응이 시급한 때입니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한 해 약 1만2000명, 하루 평균 34명이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자살률이 25명(2007년 기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한국은 이미 수년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부문에서 수위에 올라 있다. 자살은 또 국내 사망원인별 순위에서도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이어 4번째를 차지할 만큼 높은 편이다.

-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우울하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목숨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60~80%가 우울증이나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우울증은 정신질환 가운데는 비교적 치료나 관리가 잘되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울증 환자 중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는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우울증 관리만 잘해도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최근 수년 사이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까.
“다양한 요인들을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경쟁적, 성취 지향적 사회 풍토로 인해 스트레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이겠고요. 대가족이 핵가족화하면서, 더더욱 이혼이 증가하면서 가족들 간에 정서적 연대나 지지가 약화되는 것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폭력과 살상을 담은 내용의 게임이나 영화 등 오락물이 넘쳐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 사회적, 환경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지만, 자살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물론 개인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같은 위기와 역경에서 어떤 사람은 자살을 택하고 어떤 사람은 잘 견뎌내거든요. 이는 개인별 성격적 특성과 자아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 고통을 잘 참아내는 감내심, 감정조절 특히 분노조절 능력, 좋은 대인관계 등은 자살의 가능성을 줄이지만, 충동적이면서 불안정한 성격, 남의 비난에 민감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자살자가 많습니다. 예컨대 인터넷상에서 이른바 ‘악플’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겠지요. 자아가 강건한 사람은 악플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도피처 내지 문제해결책으로 택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은 시야를 넓게 해서 보면, 인적 요소, 정신의학적 요소, 사회경제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정부나 시민단체, 비영리기구 등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 희생자를 줄이도록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정부나 시민단체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겠습니까.
“먼저 외국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 자살방지용 펜스를 설치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리 외에도 고층빌딩이 많은 편입니다. 이런 문제는 국토해양부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리나 빌딩을 지을  때, 자살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빌딩 코드를 새롭게 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외에 농약을 개개인이 혼자 맘대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농약은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살 수단입니다. 또 집이나 호텔에 샤워걸이, 수건걸이, 옷걸이는 일정한 하중이 가해지면 저절로 부러지는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전국의 지하철 역사에 최근 안전문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입니다.”

- 사회 유명 인사들이 목숨을 포기하는 행위는 그 파급효과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취가 큰 사람들인 만큼 좌절이나 분노 또한 클 수 있거든요. 이런 분들은 별도로 관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연예인단체에서 정기적으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방법,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법, 정신건강 특히 우울증 등에 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기관에서 이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예인 본인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 또한 유명 인사들이 평소 자살예방 교육을 받는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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