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글 | 김창엽 전문위원
한국전통문화학교 이종철 총장(63)의 입에서는 수시로 육두문자가 튀어 나온다. 입담이 특별히 걸쭉한 스타일이어서가 아니다. ‘전공’이 허리 아래 얘기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상소리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남도 속담 중에 ‘좆도 모르는 놈이 송이버섯 딴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딱히 학자라고도 할 수 없는 몸인데, 총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을 빗대 이르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웃음)”
성 풍속 전공 입만 열면 육두문자
이 총장은 지난해 9월 한국전통문화학교 3대 총장으로 다시 선임됐다. 2003년 2대 총장으로 발탁된 이후 연임이다. 충남 부여에 있는 이 학교는 문화재청 산하의 4년제 국립대학으로 총장은 차관급이다. ‘문화 사관학교’라 할 만한 이 대학은 2000년 문을 열었으며, 전통건축학과, 문화재관리학과 등 6개 학과가 설치돼 있다.
이 총장은 지난 1968년 문화재관리국의 학예연구사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40년 동안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문화재 분야를 떠나본 적이 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재 전문가이다. 또 현재의 총장 자리도 문화재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학교의 수장이니, 여러모로 그는 문화재 업무의 산 증인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총장을 전형적인 공무원이라고만도 할 수 없다. 그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아울러 성 민속 전문가로 이 분야에서는 저명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박사 논문부터가 한국의 성 풍속 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민속 중 서민들의 문화에 특히 관심이 많았어요. 헌데 공부하려고 보니까 남들이 웬만한 분야는 다 훑었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한 남들이 덜 손댄 것을 찾다 보니 성 민속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게 된 겁니다.”
그는 성 풍속이 대표적인 ‘숨겨진 문화’ 가운데 하나로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데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사고나 행동을 파고들면 성적 욕구가 반영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한 사회를 움직이는 밑바닥 정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우리 사회의 경우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성 문화가 억제된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도 섬이나 해안 지방 등 중앙 정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곳에는 민요나 놀이 등에 성적 요소가 적지 않게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전남 진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줄다리기에서 암줄, 수줄이 겨루고, 할머니가 수줄을 잡고 있는 청년들을 희롱하는 것 등이 그런 예다.
이 총장은 지금까지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 등 공저를 포함해 5권의 저서를 냈다. 그러나 당분간은 성 풍속 연구를 접어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유아 단계를 벗어난 한국전통문화학교가 단단히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게 그로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설립 기반 닦기에 총력
“우리 학교가 올해로 설립 8년째를 맞습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학교도 기본이 탄탄해야 멀리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가 나라가 요구하는 역량 있는 문화 인재들을 제대로 배출할 수 있느냐 여부는 향후 수년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근대사에 지금처럼 문화의 비중이 컸던 때는 없었다며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는 문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학교 내실화와 관련, 무엇보다 새해에는 대학원 설립의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통문화학교는 4년제 대학 과정의 국립대학입니다. 그러나 설립 당시 각종학교로 분류되는 바람에 대학원도 설치하지 못하고 교명에 대학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고등학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수한 고교생들이 우리 학교에 들어온 뒤 공부를 더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는 국가적 손실이기도 합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심층적으로 학문을 탐구할 수 있도록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전통문화학교는 지난해 입학시험 경쟁률만도 평균 3.5대 1 안팎일 정도로 수험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편이다. 또 지방의 여느 대학들과는 달리 입학생의 95% 안팎이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졸업한다. 학사 운영이 전통 문화 분야로 특성화돼 있다 보니 각종 문화재 관련 시험 등에서 합격률 또한 도드라진다. 예컨대 문화재수리기술자 시험이나 박물관 미술관 준학예사 시험 등에서 합격자의 1/4 가량이 이 학교 출신이다.
학교 안팎에서는 이 총장 특유의 끈기와 저돌성이 대학원 중심대학으로의 전환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과거 동료들로부터 진드기, 찰거머리 등의 닉네임을 얻었을 정도로 추진력과 집중력에 관한 한 정평이 나 있다. “총장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몸을 사를 작정입니다. 고급 문화인력 양성이라는 국가적 측면에서의 책무와 자식들 잘 키워 주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바람을 생각하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거든요.”
이 총장은 연배에 비해 유달리 몸가짐이 꼿꼿하고 안색이 좋아 보였다. 그 스스로는 “일 열심히 하라고 건강체질은 좀 타고났는지도 모른다”면서도 “촛불이 마지막에 파르르 타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배에 비해 유별나게 좋은 그의 건강은 지금껏 안경을 끼지 않는 데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 눈 밝아진다고 먹은 쥐 고기의 효험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민속학자답게 쥐의 해인 올해 쥐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쥐는 부지런하기도 하고 다산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새해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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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