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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일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 최영희(57) 위원장은 대전으로 내려갔다.
청소년 쉼터를 찾았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아홉 살 먹은 계집아이가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가정이다. 그런데 부모 어느 쪽도 두 아이를 돌보려고 들지 않아 16세 된 언니와 함께 쉼터로 들어왔다고 한다. 취학할 연령이지만 학교라곤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적잖이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아이 앞에서 울 수도, 울어서도 안 되겠기에 그냥 ‘예쁘네, 잘 커야지’라고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돌아왔습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목청이 높아졌다.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뼈아픈 일이지만 현실을 알게 된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에 있는 청소년 쉼터를 방문했을 때다. 가출 체험이라는 특이한 경험을 거쳤다. ‘탈출 공감체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둥지를 잃은 아이들과 동행’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실제 가출한 경험이 있는 쉼터 아이와 동행했다. 손에 쥔 돈이라곤 지하철 표 2장을 살 수 있는 2200원이 전부다.

“동행한 아이는 중3 나이였어요. 소년체전에 나가 메달을 딸 만큼 체육 특기생으로 유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를 맞으면서 운동을 배우는 데 지쳐 대들다 학교 다니기 싫어졌고, 아버지에게마저 맞곤 해 세 번째 집을 뛰쳐나온 것이었습니다.”

2200원을 거머쥔 아이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 담배를 샀다. 교통비라면 구걸해서라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 뒤엔 서울시청 근처를 비실비실 맴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범죄에 빠져들 확률이 훨씬 늘어납니다. 예컨대 이틀 굶으면 자판기 터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아이들 학원비가 언제 나오는지 파악하고, 뜯어내는 길을 찾게 돼요.”

청소년위원회는 이른바 ‘위기 청소년’을 하루라도 앞서서 만나기 위해 갖가지 정책에 힘을 쏟는다. 가출 청소년을 돌보는 것도 좋지만, 미리 막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에 대한 관심반경이 예전엔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였다면 이제는 사회가 매우 복잡해져 24시간 체제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청소년위원회는 각 분야에서 건전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기 바쁘다. 지금 전국에 2500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최 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어른들이 ‘아직 어린데 뭘’ 하는 식으로 생각하다가 결국 문제를 키우는 꼴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청소년위원회 일을 얼마나 더 할 것인지 모르지만 남은 임기를 청소년이 참가하는 기구를 더 늘리고, 기존 기구들의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쓸 각오라고 덧붙였다.





청소년에 대한 일을 하게 된 인연은 깊다. 여성운동을 하다 보니 여성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자녀들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신분이기도 하지만 NGO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려고 애씁니다. 과감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마땅하죠.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보다 밝게 자라도록 하려면 어른들의 시각으로 자꾸 안 된다고만 우기지 말아야 합니다.”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예로 들었다. 당시만 해도 법학자들로부터 “미쳤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이젠 당연하게 보지 않느냐는 얘기다. 사회 변화에 걸맞게 인식도 당연히 달라져야 옳다고 최 위원장은 힘주어 말한다. 현재 청소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그루밍(Grooming) 제도의 도입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과 성행위를 가질 목적으로 만나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불상사가 일어날 여지를 미리 차단하자는 뜻이니 기존 법률을 자꾸 들먹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청소년위원회가 공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만 해도 485명이나 된다. 피해를 입은 청소년은 1355명으로, 평균연령이 13.8세였다. 또 강제 성추행 피해자의 경우 13세 미만의 청소년이 72%를 차지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청소년 지도라는 게 고작 진학상담 정도에 그쳐서 어른들의 잘못이 커요.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만 앞세우면서 말이에요. 갈 길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데….”

공부하라고만 외칠 게 아니라 수두룩한 직종을 안내해주는 일이 긴요하다고 한다. 1년에 1만 개 정도의 새로운 직종이 생겨난다고 귀띔했다. 이에 발맞춰 청소년위원회는 이달 말 조금은 특별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다. ‘청소년 꿈 마당(www.youthdream .go.kr)’에 직업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진로 길라잡이’를 크게 확대한다. 1004명의 자원봉사자가 진로상담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 교육이라는 것도 그래요. 변호사니 교사니 뭐니 해서 소위 사(士)자가 들어가는 직업만 가르치잖아요. 아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마당이 절실합니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는 점을 거듭 되뇐다. 나이 든 세대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나아가서는 쌍방향 대화를 늘리는 노력이 많아져야 청소년들의 꿈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진학실적을 높이는 데서 벗어나 제대로 진로를 가르쳐 꿈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신의 경험에 견줘 말했다. 여고 때 학교신문 기자로 활동했는데, 언론인이 되려면 대학에서 무조건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게 옳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선생님이 “신문방송학이란 한 분야의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고, 언론이란 종합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사회학이 낫지 않겠느냐”고 하더란다. 어쨌든 위원회에 들어오기 전 신문사 운영과 잡지 편집인 경험은 어릴 적 꿈을 버리지 않고 있어서 맺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는다.

안타까운 마음은 청소년의 달인 5월과도 얽혔다. 온 땅이 파릇파릇한 신록의 계절이라 좋기는 한데 하필 시험이 잦은 데다 갖가지 큰 행사가 수두룩해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세계 청소년의 날이 8월 12일이라는 사실도 그렇다. 1남 1녀를 둔 위원장에게 자녀들이 청소년이었을 때 추억을 물었다.

“일주일에 3~4일쯤 지방으로 다니느라 집에 없는 날이 숱했고, 그렇지 않은 날도 밤 깊어져서야 들어갔으니 나쁜 엄마였죠. 잘 자랐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글 송한수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국가청소년위원회는

2005년 4월 국무총리실 청소년위원회로 첫 발을 뗐다. 청소년에 대한 정책을 전담하도록 문화관광부 청소년국과 국무총리실 청소년보호위원회를 합친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국가청소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 명실상부하게 나라의 청소년 정책을 총망라하는 기구로 탈바꿈했다.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건강하게 성장할 때 나라의 미래도 밝아진다는 청사진 아래 ‘푸른 성장’을 모토로 내걸었다. 사무처장 밑으로 1관(官)·4단(團)과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상 복지지원, 생활환경, 재정기획 등을 맡은 16개 팀을 거느렸다.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국무총리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위촉하는 위원장을 포함해 13명 이내에 위원을 둔다. 상임위원 1명이 사무처장을 겸임하며 비상임위원 11명을 임명한다.
우리나라의 독립된 청소년 정책 전담 행정기구로서 역사는 2년 남짓하다. 광복 직후인 1948년부터 내무부 치안국 보완과 업무 가운데 한 토막을 장식하다가 77년 총리실(청소년대책위원회)로 넘어왔다. 이후 문교부 청소년과, 총리실, 체육부 청소년국 등 부처를 거쳤으며 청소년 보호와 육성이라는 두 명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떨어져 부작용이 많았다. 청소년위원회는 이러한 허점을 없애기 위해 통합, 출범한 조직이다. 최 위원장은 통합작업에 대해 “청소년 시설 관련자 등 각종 이해관계를 물리치고 어렵게 걸어온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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