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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호>KTV ‘정책 데이트’ 강지원 변호사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그는 두 딸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냈다. 처음에는 그의 태도가 신선하다고만 생각했다. 요즘은 전과 달라서 교육에 관한 구태의연한 태도를 공식석상에서 선보이는 인사는 드물다. 문제는 공식의 뒤편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는 데 있다. 어디까지나 ‘정책’일 때는 교육이란 이 땅의 청소년들의 꿈에 달려 있다가도, 그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아들딸일 때는 다들 돌변해 치맛바람, 바짓바람은 물론 기러기아빠도 마다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강 변호사는 신선하게도 공식석상에서 한 말과 실천이 일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선가 자신의 그런 행보는 오직 부성애(父性愛)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이성이라기보다 가슴 아린 부성, 그 마음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아버지인지라….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강지원은 또 한 차례 자신의 가슴속을 보여줬다. 아내가 대법관 후보에 오르자 맡고 있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 역시 시사성이 강한 TV 인터뷰 프로그램을 그만뒀다. 심지어는 자신이 세운 법률회사 대표 자리에서까지 물러났다. 그때도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내 때문이라고. ‘대법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정치적 논란에 빠질 수 있고, 그러다가 아내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게 요지였다. 도무지 한국 남자가 취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이 아닌 것 같았다. [B]“정책은 서민생활과 밀접… 단순 홍보는 반대”[/B] 이 단편적인 기억을 품에 안고 비오는 아침, 한국정책방송(KTV)을 찾았다. 막 녹화가 끝난 듯했는데 그는 작가와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대본 중에 ‘공영형’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공영(公營)의 형태(形態)라는 건데, 그게 방송에서 말로 하면 영 알아듣기 힘든 말 아녜요? 그래서 쉬운 말로 가자고 이야기 좀 했어요.” 만나자마자 인사도 생략한 채, 그가 새로 맡은 프로그램 얘기부터 하게 됐다. 그는 지금 KTV의 ‘강지원의 정책 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daily) 프로그램에, 국가의 정책 중에서도 최고의 핫 이슈로 떠오른 정책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프로그램이다. 결코 만만할 수 없는 재료인 것이다. 그런데 그는 1년 6개월 만에 방송에 컴백하면서 이 까다로운 물고기를 선택했다. 바로 그 1년 6개월 전에 방송을 그만둔 이유를 생각하면, 더더욱 선택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나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와 연결되는 상황을 아주 싫어해요. 물론 정책은 정치와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정책은 정치보다는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예요. ‘사는’ 문제,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가 뭐라고 한다 해도, 솔직히 이런 프로그램의 사명이란 ‘정책 홍보’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정책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입각해 제작된 프로그램의 숙명은 ‘비판 금지’이거나 비판의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강지원은 단 한방에 선입견을 날려버렸다. 이번에도 그다운 강펀치다. “나는 ‘강지원의 정책 데이트’가 어떤 정책을 ‘홍보’한다는 생각에 반대해요. 그게 아니라 서민의 목소리를 ‘듣는’ 프로그램이에요.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전문가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경우는 많아도, 서민의 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는 좀처럼 없잖아요. 솔직히 토론을 해야 하는 정책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 경우도 있지만 나는 진행자이기 때문에 내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죠. 대신 패널이나 시민이 내는 반대 의견, 비판 의견을 전하는 거예요. 그게 내 의무라고 생각해요. 정책 당국자는 그런 목소리를 ‘듣는’것이 책무고요.”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B]서민의 소리 편견 없이 듣는 게 중요[/B] ‘강지원의 정책 데이트’를 유심히 보면 그의 말이 ‘진짜’라는 것도 알게 된다. 출연하는 정책 담당자의 직위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데, KTV 내에서는 물론이고 여느 공중파 방송도 기죽을 만큼 높다. 인터뷰 전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성이 행복한 사회’라는 평범한 타이틀의 다시 보기 버튼을 클릭하니 장하진 여성가족부장관이 나와 정책을 설명해주고 패널과 진행자의 질문에 답해줄 정도다. 그 정도야 여러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았노라고 할지 모르나 혹시 매일 저녁 식구처럼 살갑게 맞이하게 되는 데일리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의 톱급 출연진을 본 적이 있을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여느 토론 프로그램에는 없는 거리 인터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 이루는 시너지 효과는 제법 쓸 만하다. “아마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오셨을 때일 거예요. 방청석에서 어느 학생이 학교에 실험기자재가 너무 모자라고 낡았다는 얘길 했어요. 그랬더니 장관이 바로 실태를 파악해 시정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바로 그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에요.” 돌이켜보면 그가 다분히 파격적인 생각으로 일을 꾸려 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법조인인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일요일 저녁을 웃겨주는 오락 프로그램이었다. “난리도 아니었죠. ‘이경규가 간다’에 처음 나갔을 때는 ‘검사 망신 다 시킨다’ ‘검사가 코미디라니, 말이 되냐’ 는 둥 뭐, 엄청나게 시끄러웠어요. 그런데 재미있어 보였는지, 나중에는 자기들도 하고 싶어 하대.” 그러나 정말로 흥미로운 건, 이런 주변의 시선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다. 그는 청소년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에는 자청해서 요직을 피해나가는 또 하나의 특별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원래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내 첫 보직이 소년 검사였거든. 그러다가 서울보호관찰소 소장을 맡게 되고,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생기니까 나더러 초대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대요.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죠. 그 다음부터는 요직을 맡을 수가 있어야지. 난 청소년 사업을 해야 하는걸.” 이런 별종(?)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왜 없었겠나. 더군다나 그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튀는’ 건 구설수로 직행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그의 자세는 초지일관 ‘나의 길을 가련다’였다. 게다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싱글벙글 웃으면서, 언제 들어도 상대를 활기로 몰아넣는 목소리로. [B]좋은 세상 만드는 게 꿈[/B] “내겐 목표가 있잖아요. ‘이경규가 간다’에 나갈 때는 국민에게 우리 청소년들을 둘러싼 유해환경이 얼마나 큰 문제인가, 이걸 전해야 했거든요. 이렇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데, 좀 망가지면 어떠냐, 생각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문득, 몇 해 전 그가 탤런트 최진실의 무료 변론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일이 떠올랐다. 최진실은 그때 광고모델이 되었던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연루돼 있었고, 1심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내가 왜 무료 변론을 했냐 하면, 그 사건은 최진실 씨 개인이 아니라 여성인권과 연예인 인권 문제였기 때문이에요.” 그는 이 판례로 메시지를 전해야 했기 때문에, 꼭 이겨야만 했다. 밀양 성추행 사건의 변론을 맡았을 때도, 뒤이어 익산의 여중생들을 위해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기적인 목표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궁극의 목표는 딱 하나라고 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거죠.”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얻게 되는 행운이 몇 있다. 그 중에서 이런 것은 값지다고 할 만하다. 믿을 만한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바로 그 사회의 일원으로 내가 살고 있다는 것. 강지원이 TV에서 이루려고 하는 목표도 ‘좋은 세상’이라는 것이다. [RIGHT]정다운 객원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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