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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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그날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은 2002월드컵의 환희와 승리의 함성을 기억한다. 그리고 4년 만에 다시 한번 축배를 들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본격적인 월드컵 시즌이 시작되면서 국민의 이목이 온통 아드보카트 감독에 집중되고 있다. 그는 나폴레옹을 참 많이 닮았다. 작달막한 키에 어깨가 떡 벌어진 다부진 체구며,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에서 흘러나오는 회심의 미소가 빼다 박은 듯 흡사하다.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나폴레옹의 기개와 원만한 리더십까지 그는 부족함 없이 모든 걸 갖춘 듯하다.
[B]“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것”[/B]
지난 5월 11일,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행 비행기에 오를 23명의 국가대표 축구팀의 엔트리를 직접 발표했다. 그가 태극전사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할 때마다 국민의 희망은 한층 한층 높아져 갔다. 팀을 구성하고 전열을 가다듬은 그는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에 앞서 국민에게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한국 땅을 밟은 이후부터 이날을 기다려왔다. 모든 한국인이 흥분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는 걸 알고 있다. 한국은 최상의 팀을 이뤘다.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는 얼마 전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자전 에세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랜덤하우스중앙)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드보카트와 함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핌 베어벡 코치와 압신 고트비 코치는 그가 열정적이고 행동으로 말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자신감이 넘치고 일에 있어서는 냉정한 편이라고 말한다. 감독은 순간순간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하는데 결코 두려워하는 법이 없단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16강 진출을 기대하고, 더 나아가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해주기를 바라고 있기에 부담감이 클 만도 하다. 그래서 혹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예민해져 있지는 않는지 물었다.
“내가 예민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있나?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내게는 최상의 선수들이 있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믿는다. 국민이 응원하고 도와준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질문한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그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그리고 시종일관 위트 있는 답변과 미소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지도자는 결코 불안해해서도 안 되고 나약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강한 신념이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이를 강조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고 그가 처음으로 내린 진단은 선수들의 자신감 부족이었다.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키워주고 조직을 제대로 추스른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B]선수들에게 ‘The Best’ ‘Be yourself’ 강조[/B]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어떤 당부를 할까?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과 미팅을 할 때면 언제나 티나 터너의 노래 ‘The Best’를 틀어준다. 그에게는 오래 전부터 이어온 일종의 의식과 같다. 자신을 최고의 선수라고 여기는 감독의 의중을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은 강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또한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의미심장한 주문이기도 하다. 그는 선수들에게 ‘Be yourself(자신의 모습을 맘껏 보여주라)’를 늘 강조한다.
이날 행사에는 유소년 축구단 소속 초등학생 2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매번 심각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다 오늘은 어린아이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는 말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끈 그는 아이들이 펼치는 꼭짓점 댄스 응원을 박수를 치며 흥겹게 지켜보았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악수와 덕담을 건네고 포옹을 나누는 모습에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정겨움이 묻어났다. 어떻게 하면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나도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너무도 힘들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라 가난 속에서 운동만이 행복이었다. 열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팀에 입단했지만 서른여섯 살에 은퇴할 때까지 국가대표로는 한 번도 발탁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축구가 좋았고 그 꿈을 감독으로서 펼치고 있다. 여러분이 꿈을 키우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한때 야구선수였다는 점. 그는 중학교 때까지 팀의 주전 포수로 활동했다. 그의 체격으로 보면 그나마 포수는 참 어울릴 만한 포지션이다. 야구와 축구를 병행하던 그는 한 가지 종목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그는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한 삼성라이온즈 선동렬 감독에게 혹시 선수가 필요하면 자신을 불러달라는 위트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국가대표를 처음으로 소집할 때 선수들에게 자동차를 가져오지 말라고 말했던 것을 놓고 내가 선수들을 엄하고 혹독하게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건 잘못 전해진 것이다. 나는 결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그동안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질책한 적도 없고, 더욱이 다른 사람 앞에서 화를 낸 적도 없다. 나는 절대 감정적으로 선수들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기분 좋게 들을 수 있게 얘기한다. 단 나는 훈련에 있어 엄격할 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장 안과 밖에서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냉정하고 원칙적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친근하고 유머 있는 사람이다. 선수들에게 일일이 애칭을 붙여줘 친근함을 표하기도 한다. 대표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유머 감각에 힘입은 바 크다.
그가 유일하게 즐겨 먹는 한국 음식은 라면. 광고 촬영 도중 스태프 틈에 끼어 사발면 맛을 봤다가 고소한 면발에 반해 가끔씩 라면을 먹는다고 한다. 한번은 떡볶이를 맛봤다가 입에 불이 나는 것 같아 비명을 지른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다.
[B]“대한민국 국민이 준 감동에 보답할 것”[/B]
아드보카트 감독은 일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 호텔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는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통 축구만을 생각하며 축구에 빠져 지낸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축구 관련 자료나 비디오를 분석하는 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다. 그가 유일하게 즐기는 취미는 산책. 호텔이 있는 홍제동에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반 정도 산책을 즐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훈련 일정과 공식행사 등에 참여하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한국을 방문한 부인과 함께 경주와 제주도를 방문했다. 아내에게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며 달콤한 휴식을 즐긴 것이다.
“차창 밖으로 본 경주는 아름다웠다. 특히 아내는 제주도의 풍광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가끔 아드보카트 감독의 부인은 “이제 멈추지 그러느냐. 일을 그만두면 같이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많을 텐데…”라며 남편에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의 대답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 1남 1녀의 자녀를 둔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은 일을 너무 사랑하고 열정도 갖고 있어 축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물었다. “대한민국을 떠날 때 꼭 가져가고 싶은 물건이 무엇입니까?”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 준 감동과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2006년 6월 ‘한국 축구의 나폴레옹’ 아드보카트 감독이 태극전사들을 이끌고 유럽의 심장부 독일에 입성한다. 토고와 프랑스, 스위스를 정복하고 승리의 태극기를 휘날릴 그날이 기다려진다. 우리는 그의 자신감을 믿는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임을 그도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원한다.
[RIGHT]김종학 여성중앙 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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