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 열 살 윤미(가명)는 매년 연말연시가 반갑지 않았다. 친구들이 크리스마스나 새해맞이로 한창 들떠 있을 때 윤미와 두 동생은 할머니에게 선물을 사달라고 칭얼대는 게 전부였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2002년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고 어머니마저 2004년 유방암으로 숨졌다. 할아버지는 살인죄로 복역 중. 혼자서 3남매를 양육해온 할머니도 위암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윤미 남매에겐 새해가 밝아도 특별히 달라질 게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미 가족의 어려운 처지를 안 법무부 정보화담당관실 직원들이 삼촌과 이모가 돼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생일에는 박물관이나 놀이공원에 함께 가기로 했고 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심리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분기별로 25만 원씩 장학금도 전달하기로 했다.
#2 갑작스런 살인사건으로 남편을 잃고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은 이수경(가명·40) 씨. 그 충격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그는 다섯 살배기 쌍둥이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혔다.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범죄 피해자라는 심적 고통도 온 가족의 마음을 짓눌렀다. 그런 이 씨도 올해부터 법무부 직원들의 도움을 받게 됐다. 법무부 상사법무과 직원들이 분기별로 20만 원의 생활 자금을 전달하고 쌀, 김치 같은 생필품 또는 상품권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 또한 이 씨 가족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밖에도 북한에서의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 어린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수형자 어머니와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밑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11세 소녀, 남편은 실직하고 자신은 갑상선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여성 등이 법무부 직원들이 내민 ‘사랑의 손’을 잡았다.
법무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사랑의 손잡기 운동’은 수형자 가정을 비롯해 범죄 피해자, 귀화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이민자 등 생활고로 위기에 처한 가정과 결연을 하고 자녀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행사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아이들이 탈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공직자들이 서민생활 현장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정책 수립 및 집행에 민생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효과도 덤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법무부 전 소속기관 참여
올해는 법무부 49개 과(課)가 1 대 1로 49개 가정과 결연을 맺었다. 결연 가정을 살펴보면 △범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범죄 피해자 가정 9곳 △살인, 강도, 절도 등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지만 잘못을 뉘우친 모범적인 수형자 가정 14곳 △생활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13곳 △가장이 투병 중이거나 몸이 불편해 생계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 수급자 가정 11곳 △출소 후 법무부로부터 보호 관찰을 받고 있거나 소년원생 자녀를 둔 가정 2곳으로 이 49개 가정의 아동·청소년 84명이 지원을 받는다.
법무부 직원들이 각 가정의 형편에 맞춰 마련한 올해 지원 계획은 △43개 가정에 난방비 등 생활자금 3300만 원 지원 △14개 가정에 1200만 원 상당의 학용품 및 장학금 지원 △5개 가정에 도배, 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 개선 △28개 가정에 330만 원 상당의 쌀, 의류 등 생필품 지원 △9개 가정에 대한 진로·인생 상담 등이다.
법무부의 이 같은 노력은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결연 가정의 사정에 따라 맞춤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연 가정 거주지역의 담당 사회복지사, 마을 이장, 담임교사 등을 통해 가정과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지원 활동을 펼치는 방식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재원은 법무부 직원들이 직접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각 사무실마다 사랑의 동전 모으기 운동을 시작했고 앞으로 자선바자, 폐지 판매, 성금 모금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법무부 소병철 기획조정실장은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직원들이 앞장서서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이 운동을 통해 수형자나 보호시설 수용자가 가족을 생각하며 재활 의지를 불태우고, 밖에 있는 가족도 희망을 갖고 가족의 출소를 기다릴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희망 등불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행사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 직원이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 운동의 시행 결과를 살펴본 뒤 올해 상반기 중 검찰청을 포함한 법무부 224개 전 소속기관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글·이인모 기자/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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