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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첨단과학사회의 도래, 그리고 사회문화적 세계화 등 새로운 시대적 도전에 대비하는 정책과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정홍섭 교육혁신위원장(신라대 총장)은 최근 발표한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부가 교육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 위원장은 이번 교육 로드맵은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의 미래상을 담았다고 밝혔다. 최근 첨단과학기술의 발달은 예상보다 빠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문제가 있다. 통일문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세계화도 1995년과는 개념이 다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도 빠르게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선진국 벤치마킹 … 시행착오 우려 없어
교육혁신위원회는 이에 따라 기존의 초·중등교육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그렇다면 시행착오의 위험은 없을까. 그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내용 중 대부분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접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학년군제’를 비롯해 고등학교 ‘무학년제’나 ‘홈스쿨링제도’ 등은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특히 3~5세 아동과 고등학교 학생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 등은 대부분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제도입니다.”

물론 우리 나름대로 독창적인 것도 가미됐다고 밝혔다. 실례로 교육과정을 핵심역량 중심으로 바꾼다든가,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을 통한 개별화 학습체제를 갖추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막 연구단계에 들어간 새로운 제도다. 

정 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을 수립하면서 “멀리 보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고민했다”고 말했다. 먼저 저출산 문제가 향후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자녀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큽니다. 지금이라도 유아교육과 영아보육을 무상으로 하고, 학교가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정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교육동량들에게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중·장기 교육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대변화가 빨라질수록 지식의 생명주기도 짧아지기 때문에 모방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는 것. 따라서 창의성, 자기 주도적 학습, 인간관계 능력 같은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 지식을 주입하거나 입시 경쟁에만 매몰되면 개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량생산시대의 주입식 획일주의 교육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소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창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 소수인재 육성 교육 필요
문제는 교육재정 마련이다. 그러나 그는 ‘큰 문제가 없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만 5세 아동 가운데 교육비 수혜자는 59.5%이고 4세 아동은 44%에 이른다. 이를 100%까지 늘리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려면 약 8조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는 ‘공부담 공교육비’가 GNP 대비 4.0%가 돼야 한다. 현재 공부담 공교육비는 3.7%. 하지만 내년부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내국세의 20%로 증가하게 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4.0% 또는 그 이상의 교육투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어떤 경우든 새로운 개혁안이 마련되면 반대하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교사자격 갱신제’에 대한 교원단체의 반발이 심하다. 마치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안은 시대 변화에 걸맞게 교직자들에게 자기계발 기회가 주어져 퇴출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시대상황에 맞게 적응하려면 평생학습이 중요시된다. 따라서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 할 교사들이 작은 변화를 거부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전과 전략안 교육과제의 최대 공약수
참여정부 임기가 반 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여서 실효성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5·31 교육개혁안’도 문민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실행된 것들이 훨씬 더 많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교육 개혁안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음정부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에 담겨있는 정책과제는 미래사회를 대비해 개발될 수 있는 교육개혁과제의 최대 공약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정부가 또다시 개혁안을 만든다 해도 비슷한 결론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그는 올해 2월 참여정부 3기 교육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중학교 교사부터 대학교수, 대학교 총장에다 부산시 교육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했다. 따라서 현장교육에 대해 누구보다 밝은 안목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되레 현정부 말이어서 ‘과감히 개혁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취임 초기에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하나’하고 망설이기도 했단다. 부산과 서울을 일주일에 2~3번 씩 오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오전에 학교 업무를 끝내고 오후에 상경해 위원회 일을 하다보면 비행기 시간을 놓쳐 야간열차를 탄 적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너무 뿌리가 깊다. 이와 같은 불신에 대해 “우리의 교육정책이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학부모의 기대가 높아서 모두 실패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교육발전 속도는 느리다. 우리나라는 가시적으로 ‘콩나물시루’라고 아우성친 지가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학급당 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 이젠 30명 내외이다. 중·고등학생들의 학력도 많이 향상됐다.

“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학습성취도(PISA)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교육문제를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아직도 고등학교 교육이 문제풀이식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교육은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학입시라는 관문만 만나면 병목에 걸려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다고 평가했다.

“앨빈 토플러는 한국사회는 제3의 물결로 가는데 교육은 제2의 물결에 머물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학벌위주의 사회풍토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학만 잘 들어가면 출세가 보장되는 구조를 타파해야 교육의 발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유명인사들의 학력위조 사건도 결국 학벌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그렇지만 그는 오히려 “잘 터졌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학벌과 관계없이 능력으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평생 써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에서 대우받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를 나와서 게으름 피우는 사람보다 평생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육혁신안에는 비전과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글 권영일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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