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처음 만났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 ‘정말 경찰 같지 않다’였다. 경찰이라면 딱딱한 제복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청바지에 캐주얼한 티셔츠, 모자 하나 달랑 쓰고 나타난 이들에게서는 자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6월 9일 오후 연습실에 6명이 모였다. 기타 배준순 경사(영등포경찰서 정보2계), 정용훈 순경(영등포경찰서 정보1계), 베이스 기타 김준수 경장(서울지방청 과학수사계 현장감식관), 보컬 김용환 경사(영등포경찰서 정보2계), 건반 김우석 경사(영등포경찰서 교통과 사고조사반), 드럼 손현종 순경(용산경찰서 이태원 지구대)이다.
“영등포는 집회가 많아 수시로 현장에 나가다보면 모이기 쉽지 않아요. 토요일인 오늘도 근무 나갔던 사람이 있고 저도 내일은 집회가 있어서 늦게까지 일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모인 것도 대단한 거죠.”
김용환 경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바쁜 업무와 멤버 보강을 이유로 한동안 연습을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표정이다. 다른 팀과 함께 쓰지만 연습실도 새로 장만해서 기분이 더욱 좋다.
“그냥 음악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에요. 록밴드인 이유도 모두 록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배준순 경사의 말만 듣고 이들이 아마추어라 대충 흉내만 내는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다들 10년 넘게 쌓은 내공에 혼자 틈나는 대로 연습해 실력이 상당하다. 드디어 연습 시작. 크라잉 넛의 ‘밤이 깊었네’로 포문을 열었다. 베이스와 드럼을 맡은 김진수 경장과 손현종 순경이 처음 참여한 터라 비슷하게 맞출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무리 없이 첫 곡이 끝났다. 기분 좋게 팝송 ‘Bad case of Loving You’에 도전했다. 드러머 손 순경이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 잠시 고전하다 금세 리듬을 탔다. 노래가 끝나자 한마디씩 던진다. ‘기본 32비트로 가면 되는데 약간 느렸어’, ‘다음엔 좀 빠르게 박자를 맞춰보자고’. 조금씩 호흡이 맞아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이 깊었다.

2년 전 결성…시민들에 다가가기 성공
‘록 폴리스’가 탄생한 것은 2005년 8월이다. 어릴 때부터 기타를 갖고 놀았던 배준순 경사는 경찰이 된 뒤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다. 마침 영등포경찰서 정보계엔 음악에 관심 높은 이들이 있었다. 김용환 경사와 한개천 경위다. 우연히 만나 음악 이야기를 하다 경찰서에서 사람을 더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김우석 경사는 음악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영입했고, 통기타모임 회장 고상철 경사까지 합류했다.
결성하자마자 그해 10월 경찰의 날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동료 경찰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공연이 성공적이어서 여기저기 섭외가 밀려들었다. 상업성 공연이 많았는데 그것만은 절대 사양.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우이웃돕기 같은 자선공연은 기꺼이 참가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6년 5월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열었던 동료경찰 자녀 병원비 모금 자선공연. 다른 경찰서 록밴드와 주부 록밴드 등 5개 팀이 참여했다. 두 달 넘게 주말이면 밤 12시 넘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프로가 되려고 연습한 게 아니에요. 최소한 음이 안 맞아 창피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마음에 죽어라 연습했어요.”
그 후 두세 차례 공연을 더했지만 연습시간이 부족해 소규모로만 진행했다. 요즘 멤버 몇 명이 전근을 가는 바람에 2기 멤버를 모집 중이다. 팀이 갖춰지면 다시 큰 공연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악기를 개인이 마련하는 등 경제적 부담도 있다. 김우석 경사는 건반을 사느라 부인에게 500만 원을 원조 받았다. 역시 가장 큰 후원자는 가족. 노래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주는 것도 가족이다.
“인터넷 카페(cafe.daum.net/rockpolice)가 큰 힘이 돼요. 자주 모이지 못해 근황이나 필요한 정보는 카페를 통해 주고받거든요. 연습용 악보도 띄우고, 공연이나 연습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올리기도 합니다.”
이들은 크라잉 넛이나 안치환의 노래 등 익숙한 곡들과 올드 팝송, 트로트도 부른다.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듣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업무를 벗어나 음악을 즐길 때면 온갖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것도 록 폴리스 멤버의 공통점. 그들의 노래에서 시민들과 더 친숙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느껴지는 이유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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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