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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회의 그만하자고 나왔는데 내가 먼저 전화를 하면 꼬리를 내리고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끝까지 연락 안하고 버텼더니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협상 대사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어요. ‘맥주나 한 잔 하자’고. 그래서 협상이 속개된 겁니다.”

한·미 FTA 협상의 막바지 고비였던 농업 분야에서 배종하 농업분과장(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지난 3월31일 새벽 우리측 최종 양허안 카드를 던진 후 “그냥 자자”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배 국장은 “미국이 안 움직이니까 회의 중단이라는 강수를 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던 협상에서 먼저 약한 모습을 내비친 것은 미국측이었다. 배 국장의 상황 판단과 배짱이 먹혀든 것이다.

콩, 감자, 분유, 연유, 꿀 5개 품목의 현행 관세 유지와 쇠고기 15년 장기관세 철폐, 오렌지 계절관세 도입, 돼지고기 10년, 닭고기 12년 관세 철폐 등 농업 협상 결과물들은 이처럼 결렬까지 각오한 신경전 끝에 나온 성과다. 미국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일각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의 FTA 협상 원칙은 ‘예외없는 관세 철폐’였고 배 국장은 협상 기간 내내 이 원칙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은 이 원칙을 놓은 적이 없다”며 “어떻게든 무너뜨려야 하는데 사실 8차 협상이 끝날 때까지도 관세를 유지할 품목이 있을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불안하고 고민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농업 분야 최대 관심품목인 쇠고기의 경우 미국측은 당초 관세 즉시철폐를 주장하다가 7, 8차 협상에 가서야 철폐기간 5년안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했다. 우리측은 당초 관세 철폐 예외에서 20년에 걸친 장기 철폐를 협상안으로 제시했다가 15년안으로 절충한 것이다.

또 오렌지 개방협상에 대해 배 국장은 “계절관세 시기를 놓고도 미국은 1월까지, 우리는 3월 말까지를 주장하다가 결국 2월 말로 합의를 봤다”며 “계절관세가 적용되는 기간에 우리 감귤의 80%가 유통된다. 이 기간은 FTA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개방 속에서도 나름대로 틈새시장과 경쟁력을 찾아 잘 하고 있는 분야도 있다”며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상황이라면 살아나갈 길,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최대한 지원할 것이므로 합심해서 노력하면 개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국정브리핑)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한·미 FTA 자동차분과장이었던 김해용 외교통상부 지역통상협력관조차도 협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과연 자동차분과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김해용 자동차분과장은 경악할 만한 안을 내놓은 미국의 전술에 버티기로 대응해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협상을 시작하자마자 배기량 기준 세제나 현행 배출가스 기준 등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관련제도는 모든 외국차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지만 유독 미국 차만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오로지 하나. 한국에 수출된 미국 차와 미국에 수출된 한국 차 규모의 압도적인 차이였다. 2005년 미국에 수출된 한국 차가 73만 대인 데 반해 한국에 수입된 미국 차는 5800여 대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협상단에게 있어 오히려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미국 협상단은 수출량 대수의 차이를 들이대며 “이게 말이 되느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비관세장벽을 쌓아놓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협상단은 적극적으로 맞섰다. 지난해 6월5일 미국 워싱턴에서 1차 FTA협상이 열렸을 때 김 분과장은 서류뭉치를 미국 협상단 대표에게 내밀었다. 미리 여론조사 기관에 맡겨 ‘도대체 왜 미국 차가 한국에서 팔리지 않는지’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였다. 내용은 미국 차의 성능이나 디자인, 연비, 마케팅 노력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또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미국 협상단의 강경한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4월1일쯤 되자 어느 정도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관세철폐도 승용차 3년 내 철폐라는 기존 안에서 진전될 기미가 보였다.
결국 한국 협상단은 처음에는 어려울 것만 같았던 3000cc 이하 승용차 관세 즉시 철폐와 픽업트럭 10년 내 관세 철폐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FTA 협상에서 자동차는 최대의 수혜품목이다.

100% 목표를 얻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모든 승용차 관세 즉시철폐와 픽업트럭 관세 5년 내 철폐라는 원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만약 이 부분을 얻으려고 했다면 세제나 배출가스 기준 등에서 더 많은 양보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고, 더 많은 농산물을 지켜낼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재용 기자 (국정브리핑)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의약품 분야는 축구로 얘기하자면 브라질과 한국의 대결이라 볼 수 있었죠. 양팀의 전력차이가 큰 상황에서 상대방의 결정적 슈팅을 여러 차례 선방하고, 우리는 단 한 번의 역습 찬스를 골로 연결시킨 것입니다.”

전만복(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의약품·의료기기분과장은 “미국이 일방적 공세를 퍼부었지만 우리는 최고의 수비를 했다”며 이번 의약품 분야 FTA 협상을 축구 경기에 비유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의약품은 농업 등과 더불어 우리가 수비 위치에서 협상을 벌였던 분야다. 협상 내내 ‘얼마나 얻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잃지 않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파상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필요했다.

유연한 ‘협상전략’이 필요한 한·미 FTA 협상에서 보건복지부 내에서 ‘불도저’로 통하는 전 정책관이 협상 대표로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의약품 분야가 협상에 비교적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그의 두둑한 ‘배짱’ 때문이었다.

전 분과장은 “미국은 이것(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전제로 해서는 FTA 의약품 분야 협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측에 국민건강보험을 위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 정책으로 하는 것이다, 국민건강 주권에 관한 것으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단다. 물론 쉽게 통할 리가 없었지만 결과를 보면 전 분과장 특유의 뚝심 앞에 미국도 손을 든 격이 됐다.
결국 우리측의 끈질긴 대화와 설득을 통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지난해 말 예정대로 실시됐다.‘벽창호’같은 수비 전략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전 분과장은 “미국이 의약품에 대해 상호인정을 협의한 상대국은 유럽연합을 제외하고 우리가 유일하다”며 “GMP, GLP, 복제약 등에 대한 상호인정은 최대의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지적재산권 분야는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현행 제도수준에서 합의했다”며 “연 1조~2조 원의 피해가 예상되며 국내 제약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제약업계의 주장과 관련, “말도 안 되는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전 분과장은 “우리 제약회사의 복제약 등이 미국에 들어갈 수 있고 유럽은 물론 동남아, 중남미 시장까지도 판로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국내에서 신약개발 등이 활성화돼 제약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순 기자 (국정브리핑)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미국의 투자환경은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투자분야의 성과는 이 ‘국제 기준’을 우리도 세계적으로 공인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국제적 수준을 쫓아갔지만, 앞으로는 국제적 수준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한·미 FTA 투자분과장을 맡았던 김필구 산업자원부 투자정책팀장은 투자분야의 타결내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를 특별히 강조했다.
투자분야 협상은 서로 시장개방 수위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렸던 분야와는 달리,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도를 양국간의 균형된 ‘룰’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1~3차 협상은 양국의 관련 제도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순을 밟았고, 4~7차 협상까지는 입장을 설명하고 타협점을 찾았다.

“투자분야는 국제적 의무와 위배했을 때의 분쟁제도 등이 이미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크게 이견을 보일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만 상대가 우리보다 선진화된 투자시스템을 갖춘 미국이다 보니까 문구 하나 하나에 좀 더 방어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쟁점이 생겨난 건 국내에서였다.‘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절차’였다. 김 분과장은 “투자협정의 목표는 차별해소입니다.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도 우리 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것이죠. 차별이 발생하지 않으면 분쟁 제소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분쟁이 생겼을 때 외국인에게 차별적으로 더 적은 보상이 이뤄졌다고 하면, 그 차이분에 대해 ISD에 제소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보상을 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건 ‘외국인 투자제한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국민의 보건위생, 또는 환경보전에 해를 끼치거나 미풍양속에 현저히 반하는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미국측은 이 조항이 협상위반이 될 수 있다고 철폐를 요구했다.

결국 분과협상에서는 더 이상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쟁점은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갔다. 최종적으로 외국인 투자제한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를 차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보안에 담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김 분과장은 “협정이 타결은 됐지만 부담은 크죠. 결국 성패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인가에 달려있지 않겠습니까. 선진화되는 투자환경을 외국인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관건입니다. 이제부터 열심히 뛰어야죠”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안길찬 (홍보콘텐츠개발팀) 





[SET_IMAGE]6,original,right[/SET_IMAGE]“미국 입장에서 섬유는 한국의 농업과 같은 민감성을 갖는 분야인데 미국이 다른 부분을 더 얻기 위해 섬유 쪽을 양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계속 근거도 없이 섬유와 농산물 검역 분야 협상 결과를 연계시키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 한·미 FTA 섬유분과장을 맡았던 황규연 산업자원부 섬유생활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하게 얘기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고위급 협상에서 합의한 원칙 중 하나가 섬유는 다른 분야와 연계하지 않고 양국 섬유업계의 이익을 지키고 업계의 지지를 받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협상의 원칙은 최종 타결 순간까지 지켜졌습니다.”

섬유에서 우리 쪽은 관세 철폐 범위를 늘리고 시기를 앞당기는 시장개방이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었고 미국은 원사기준 관철과 섬유 세이프가드, 우회수출 방지가 포기할 수 없는 관심사였다.

결국 미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한국이 원사기준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되 우리는 대미 섬유수출에 지장이 없도록 원사기준에 다양한 예외를 인정받고, 우회수출 방지도 우리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식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물론 협상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관세 철폐나 원산지 기준 완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고자 한 반면 미국은 우회수출 방지 문제에 집착해 논란이 있었다.
우리 협상단은 우회수출 방지 등의 문제는 시장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치유하는 대책이기 때문에 먼저 시장개방 부분을 논의한 후에 협의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미국 쪽을 설득했다.

황 분과장은 “양국간 섬유 교역 현황을 볼 때 우리의 수출이 미국에 비해 10배나 많은 상태이고, 가중평균관세율도 미국이 13% 정도인데 비해 우리는 9%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즉시철폐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얀포워드(원사기준) 예외도 상당 부분 인정받아 협상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며 협상결과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분과장은 “단기적인 관세 철폐 이익에 안주해서는 우리 섬유산업이 장기적으로 세계 일류 섬유생산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앞으로는 디자인이나 브랜드 개발을 통해 ODM(제조자개발생산), OBM(자체상표생산) 수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우리나라 섬유업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희영 기자 (국정브리핑)






[SET_IMAGE]7,original,right[/SET_IMAGE]“미국측이 덤핑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통지해야 하고, 반덤핑·상계관세 등을 물리더라도 우리측이 가격인상 등을 제안하면 협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기업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한·미 FTA 무역구제분과장을 맡았던 백두옥 산업자원부 무역구제정책팀장은 “미국측의 무역구제조치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확보했는데도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분과장은 이번 협상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반덤핑 조사 개시 전 사전통지 및 협의 △가격인상 및 물량제한 합의 제안 등을 꼽았다.
백 분과장은 또 “당초 목표로 내걸었던 ‘비합산 조치’ 등을 따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협상실패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신약 최저가보장 철회’ 등 다른 것을 얻기 위해 막판 협상에서 이를 양보하는 대가로 미국측에도 상응하는 양보를 이끌어내는 전략이었다”며 “바둑으로 치면 사석(死石) 작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백 분과장은 “‘반덤핑 조사 개시 전 사전통지 및 협의’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느 나라도 따내지 못한 것으로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미국측이 업계의 반덤핑 제소장을 접수받았을 때 접수 사실을 우리측에 서면통지하고,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제소 내용을 우리측과 협의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상계관세에 대해 이러한 조치를 허용했지만 반덤핑관세에도 적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치의 위력은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인쇄용지업체가 상계관세조치를 당했을 때 발휘됐다. 미국측과 사전협의를 통해 우리기업에 부과하는 상계관세를 △대형업체 1곳 1.7% △중소업체 3곳 0.5% 이하 등으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백 분과장은 “반덤핑에 대해서도 사전통지와 협의가 가능해짐으로써 우리기업의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초기부터 미국측은 세이프가드를 제외한 무역구제 조치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이처럼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기업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신현기 기자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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