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982년생 개띠, 혈액형 O형, 생일 6월 25일….”
기자와 나이는 다르지만 띠와 혈액형에 생일까지 같은 묘한 인연 때문에 데뷔 시절부터 눈여겨본 연예인이 있다. 가수로, 배우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한류(韓流)의 아이콘, 비(Rain·본명 정지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 드라마 ‘풀하우스’를 끝내고 2집 앨범을 선뵈러 나온 공식석상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그의 활동무대는 국내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막 일본 진출을 꾀하려던 그 ‘아시아의 샛별’은 지금 우리 앞에 ‘월드 스타’로 우뚝 서 있다.
꼭 4년 만에 다시 만난 비에게 그간의 성공비결을 묻자 “늘 그랬듯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 오디션에서 18번이나 떨어졌어요. 무엇보다 외모 때문에 꿈을 이룰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게 많이 서러웠죠. 하지만 그렇게 힘든 시절을 거치며 저 자신을 단련하고 다듬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비는 지난해 한국을 알리는 데 누구보다 큰 공을 세웠다. 지구촌 60억 인구가 지켜본 ‘2008 베이징올림픽’ 폐막식 기념무대에 한국 스타로는 유일하게 올랐는가 하면,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해 또 한번 한국을 각인시켰다. 더욱이 지난 연말엔 이 영화가 ‘타임(TIME)’지가 선정한 ‘올해의 TOP 10’에 들어 ‘코리언’ 비를 다시금 주목하게 했다. 비는 “한국의 가수이자 연기자로서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뿌듯하다”면서 “올해는 국내 활동을 접고 해외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의 해외 활동은 1월 12일과 14일에 열린 일본 팬 미팅을 시작으로 아시아 각국에 발매된 ‘레이니즘’ 앨범 홍보를 위한 현지 프로모션 행사와 공연으로 이어진다. 또 워쇼스키 감독이 주연으로 캐스팅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이 연내 개봉할 예정이어서 아시아와 미주 지역을 돌며 프로모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바빠진 비는 “무척 기대되는 한 해”라며 “올해도 비의 해로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아시아판 앨범에는 ‘레이니즘’과 ‘러브스토리’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어요. 제가 프로듀싱 전반을 맡은 첫 앨범인데다 처음으로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들이라 더욱 애착이 가요. 또 ‘닌자 어쌔신’은 지난해 6월 모든 촬영을 끝내고 지금 후반 작업 중인데 최고의 액션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죠.”
극 중에서 비가 맡은 역할은 조직에 의해 인간병기나 다름없는 닌자로 키워지지만 결국 조직을 배신하고 사랑을 위해 닌자와 싸우는 무도인 ‘라이조’다. 이 역을 소화하기 위해 약 7개월간 닭 가슴살과 채소만 먹으면서 매일 10시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비는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연예인은 늘 새로운 모습,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어서 쉬는 시간이 주어져도 마음 편히 쉬어본 적이 없어요. 시간이 나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거나 영화를 보는 정도로 가볍게 여가를 즐길 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춤 연습을 해왔어요. 연습을 많이 할 땐 10시간씩도 하는데 요즘은 바빠서 2, 3시간 정도 해요. 그렇게 저를 가만두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팬들이 그걸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또다시 희열을 느끼곤 하죠.”
어느 무대에 서건 온몸이 흠뻑 젖을 때까지 열정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그의 공연은 팬들을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공연 때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온 비에게는 잊지 못할 팬도 많다.
“언젠가 저를 좋아하는 한 여성 팬이 남편을 통해 사연을 보내왔어요. 건강이 무척 좋지 않은 상황인데 제 공연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바로 연락을 취해 공연을 볼 수 있게 해드렸죠. 지금 그분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제 공연을 보고 잠시나마 힘을 얻고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저의 작은 노력으로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때, 그때가 가장 보람 있더라고요.”

고교 시절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낸 비에겐 가족이 아버지와 여동생, 둘뿐이다. 어머니와 사별한 후에도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가정을 지켜온 아버지는 그가 “꼭 닮고 싶은 롤 모델”이요, 어릴 적부터 어려움을 함께 나눠온 여동생은 “항상 지켜주고픈 딸 같은 존재”다. 그런데 올해 여동생이 제 짝을 만나 그의 곁을 떠나게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바쁜 스케줄에 쫓겨 동생을 자주 볼 수 없었던 비는 “집안의 경사인데도 동생을 시집보내려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고 아쉬워했다. 10년 후에는 아버지처럼 ‘가정에 충실한 남자’가 되고 싶다는 비는 인터뷰를 마치며 그동안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경제효과를 가져다준 ‘한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내놓았다.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더 이상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불법 관광 상품을 철저히 단속해야 합니다. 또 한국문화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상품도 개발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연예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겠죠. 저 역시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노력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비가 되겠습니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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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