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펴낸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장

김동률 교수(이하 김) 책 제목부터 다소 논쟁적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직접 책 내용을 소개해 주시지요.
박석순 원장(이하 박) 제가 1980년대 처음 환경 공부를 시작할 때 들었던 얘기가 ‘환경 문제는 자본주의의 치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꼽았던 환경 문제의 3대 원인이 산업화, 도시화, 인구증가였는데요. 당시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보다 환경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습니까? 환경 문제의 피해자인 일반 국민의 의식이 개선됐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표를 던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국가와 기업 모두 국민의 의식에 발맞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뒷받침할 만했고요. 점차 친환경적인 사회로 발전했지요.
유턴 곡선을 보십시오. 지금 환경 문제는 대체로 ‘못산다’는 나라에 집중돼 있습니다. 나라가 잘살수록 국민이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됐지요. 그러면서 깨끗한 환경을 바라게 됐습니다. 법이 생기고 규제가 강화되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이 나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됐습니다.

김 국가와 시민의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시대, 시장 논리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과연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개발시대에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 기업 아닙니까. 기업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을까요?
박 우리나라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처음 시행된 게 1982년입니다. 본격적으로 잘살기 시작한 시점에 이런 제도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지금도 제도가 계속 강화되고 있어요. 초기에는 기업들도 법망을 피하려고 했지요. 하지만 점점 제도가 강력해지다 보니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아까 국민의 환경의식도 개선됐다고 했지요.
지금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낙인’은 바로 ‘반환경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의 의식이 개선되고 정부가 나서면 기업들도 변합니다.
김 유명한 미국 러브캐널 사건을 떠올려 보면, 개발 움직임은 때로 엄청난 결과를 불러옵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토양오염 때문에 러브캐널 주변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결국 후손들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지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자연을 담보로 성장할 권리, 개발할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마운트 러시모어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을 새긴 바위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지만 조각가가 처음 바위에 손을 댈 때만 해도 환경론자들의 반발이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곳에 갔다가 미국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환경 문제에 예민하다던 미국 사람들이 산을 깎아 만든 이 상징물에 왜 관대하냐, 이중적인 잣대가 아니냐고요. 친구가 답했습니다. “우리는 환경을 과학적으로 사랑하지 맹목적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환경이 중요한 이유는 잘못 다뤘을 때 그 피해가 인간에게 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환경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도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계획을 놓고 보면 올림픽 때문에 개발하는 면적은 강원도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해요. 오히려 이 작은 개발 덕분에 강원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리면 후손들은 우리를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모든 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복 불가능한 개발도 존재합니다. 습지를 없애 버리는 것이나 터널을 뚫어 버리는 것 같은 개발요. 그러나 환경 문제는 이런 예외적인 경우만 확대해서 봐서는 안 됩니다. 거시적으로, 역사적으로 봅시다. 자동차 때문에 대기가 오염됐다고요? 처음에는 그랬겠지만 지금은 하이브리드카가 나왔습니다. 성장과 환경은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껴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김 환경주의자들은 원장님의 주장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환경보호를 외친 덕에 그나마 나아진 환경 속에 사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텐데요.
박 이른바 ‘정통 환경론자’들은 아직도 우리가 1980~90년대마냥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과 환경회복, 나아가 환경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시기입니다. 대기오염 물질 하나 안 내는 소각장도 있고요, 각종 생활하수까지 정화하는 폐수처리장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선진국이 더 많이 가지고 있지요.
못사는 나라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밀림을 훼손해 버립니다. 환경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가 1980~90년대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미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래의 하늘을 잿빛으로 그리던 비관론자들은 오히려 맑아진 도시 공기를 마시며 뭐라고 생각할까요?
김 원장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처럼 발전과 환경 사이에 우위를 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발전과 환경이 변증법적인 조화 속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 맞습니다. 저는 책에서 물길을 정비하는 것이 친환경 성장의 핵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환경을 위해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을 회복시키지 못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요.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맞춰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법이 바로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
지금 모든 사람이 저탄소, 자원순환, 자연공생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무조건 환경윤리만을 앞세울 수는 없고, 이상적인 탁상공론에만 머물 수도 없지요. 실질적인 해결책은 바로 부국환경입니다.
정리·김효정 기자 / 사진·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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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