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은 부분적인 이슈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12월 3일 한미 FTA 추가협상이 타결된 이후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도하개발어젠다 협상대사와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 등을 거쳐 지난 6월부터 FTA 교섭대표를 맡아온 그는 “추가협상 자체도 이익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추가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서명 후 3년 반가량 발효가 미뤄져온 한미 FTA가 발효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일”이라고 ‘숲’의 의미를 설명했다.
“추가협상을 한미 FTA라는 큰 틀에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미국은 교역 규모가 7백5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며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한미 FTA는 바로 이러한 거대시장에 대한 접근로를 열어준 협정입니다.”
이번 추가협상이 원래 협정보다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추가협상에서는 자동차에 돼지고기, 의약품, 비자 등을 추가해 양국 간 이익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했지만 수치상 손익계산이 불가능한 분야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관세는 금방 수치로 계산할 수 있지만 서비스나 투자 분야의 수익은 계량화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추가협상의 수치화된 결과만으로 추가협상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한미 FTA 전체의 발효가 지연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대한상의에서는
동 기회비용이 연간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추가협상에 즈음해 미국 언론은 추가협상의 핵심 사안이 자동차와 쇠고기라고 보도하며 우리 측을 압박했는데, 정작 추가협상에서 쇠고기가 빠지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2008년 4월과 지난해 6월 미국과의 두 차례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로 못 박았습니다. 이러한 합의에는 ‘한국 소비자가 신뢰할 때까지’라는 단서가 달려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면서 미국 측은 쇠고기 월령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신뢰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한 신뢰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30개월 미만’이라는 월령제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고, 쇠고기와 FTA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 미국과의 추가협상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한미 간 민간 업자들끼리 월령제한을 논의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조건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어 민간의 합의만으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이 불가능합니다.
추가협상에서 도입된 자동차 관련 세이프가드(Safeguard) 항목은 불리한 것이 아닌지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긴급수입제한조치인 세이프가드는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는 어떠한 FTA 협정에도 들어 있습니다. 기존 한미 FTA 협정에도 있습니다.
추가협상에서의 자동차 관련 세이프가드는 기존 세이프가드를 유지하면서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체결한 FTA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한·EU FTA에 포함된 6개 사항을 추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은 매우 까다롭고, 세이프가드 발동 시 발동하는 국가는 그에 따른 상대국에 대한 보상의무가 따르게 됩니다.
또 양자 간 FTA 체결국 간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사례는 국제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세이프가드란 휘두르지 않고 과시만 하는 ‘칼집
속의 칼’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큽니다.
한·EU FTA도 추가협상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EU FTA의 추가협상은 없을 것입니다.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중 관세분야만 보면 EU에게 보다 유리한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유럽산 자동차와 돼지고기는 미국산과 서로 경쟁관계인데, 금번
추가협상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는 4년간, 돼지고기는 2년간 관세철폐
일정이 후퇴되어, 유럽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EU와 FTA 추가협상을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전세계적인
지구온난화에 대응 차원에서 도입 추진중인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와 관련한 우리와
EU간 협의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우선, 동 규제에 대한 내용은 FTA와는
별개의 사안입니다, 또한, 동 규제 도입중인 미국, EU, 일본 등은 소규모 자동차
판매제작사에 대하여 최소한의 시장접근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일반적인 규제수준보다
완화된 별도 기준을 적용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도 소규모
제작사에 대한 별도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며, 어떠한 기준을 적용할 지 미국뿐만
아니라, EU와도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동 규제내용과 관련하여 지금 EU와
진행 중인 협의는 FTA 추가협상이 아닙니다.
추가협상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으셨을 텐데요.
국제적인 협상에 나서게 되면 전선이 두 군데 형성됩니다. 하나는 국내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협상 상대국과의 전선입니다. 어떤 협상이든 국내 전선이 더 어렵고, 특히 무역협상은 협상국은 하나인 데 비해 국내 이해 당사자는 많아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 전선이 대하기 어려워도 국내에서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상대국과의 협상도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협상대표로서 가장 큰 고민은 추가협상 자체보다도 국내 합의 도출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비판 속에서도 전반적으로 잘된 것으로 평가해주신 국민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의 성숙도를 느꼈습니다. 정부가 이번 추가협상에 나선 것은 미국 정부가 한미 FTA에 대한 의회 비준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정치적 여건에 처한 현실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최선의 방안은 수정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한미 FTA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의 FTA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84퍼센트(2009년 기준)를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무역 창출은 국가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무역 활성화에는 시장 확대가 가장 큰 명제입니다. 시장 확대는 한동안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무역 장벽 제거로 진행돼왔으나 2001년 도하개발어젠다협상 이후 진전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양자 간 무역자유화’인 FTA입니다. FTA 비판자들은 개방으로 인한 취약산업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으나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제적, 정치적 발전을 이뤄온 과정을 보면 폐쇄 시보다 개방했을 때 훨씬 능동적으로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게다가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한국으로선 글로벌 FTA 네트워크 형성으로 한반도 안정을 위한 안전판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제 FTA란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는 점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하고 성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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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