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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에 대통령 수행한 신현송 국제경제보좌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다보스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의 회의입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이 다분히 ‘학자풍’인 신현송(51) 대통령 국제경제보좌관은 2월 4일 청와대에서 기자와 만나 다보스포럼에서의 가장 인상적인 일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다보스포럼, 정식 명칭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정상 경제포럼이다. 지난 1월 28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특별연설을 했다. 그것도 특별연설을 하는 4개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연설을 했다. 그랬기에 그 준비에 특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새벽 6시 취리히의 호텔을 출발해 다보스행 기차를 탔습니다.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몇 시간 뒤 있을 특별연설을 위해 연설문을 다듬느라 머리를 맞대고, 차창 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리고…. 기차 안의 뜨거운 열기와 차창 밖의 차가운 고요가 마치 한 폭의 풍경처럼 떠오릅니다.”

신 보좌관은 지난 12월 28일 임명됐다. ‘국제경제보좌관’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의 중간급으로 지난해 8월 신설됐다. 초대 국제경제보좌관인 그는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신 보좌관은 옥스퍼드대 교수, 런던정경대(LSE) 교수 등을 지냈으며 영국은행(BOE) 고문,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로도 일했다.
 

국제경제보좌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제 역할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국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과 보좌, 세계 경제동향과 정세 등을 보고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또 대통령 해외순방 때 동행하거나 해외 인사 면담 때 자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G20 정상회의 준비입니다. 실무자들과 협의해 의제 설정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이 대통령이 ‘서울 G20 정상회의, 주요 과제와 도전’이란 제목의 특별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무엇입니까.

주요 내용은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운영 방향입니다. 우선 그동안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까지 합의된 사항들에 대한 이행이 강조됐습니다. 각종 금융규제, 감독체제의 개혁과 IMF,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 개편 등이 그것이죠. 무엇보다 먼저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된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Framework for 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Growth)’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국가 간 의견 조율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입니다.




 

이번 특별연설에서 제안된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은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질까요.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실물경제는 튼튼한데 금융위기로 한 나라가 금융위기에 처해 있을 때 단기자금을 제공하는 장치입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대한 IMF의 지원 조건이 부적절했다는 데 모두 동의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한국에 제2 외환위기설이 제기됐을 때 미국이 제공한 통화 스와프처럼 조건 없이 제공하는 통화 스와프 제도가 과거에도 있었더라면 외환위기 극복이 좀 더 쉬웠을 겁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타격이 작았던 것도 그러한 통화 스와프를 글로벌하게 체결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특별연설에서 제안한 비즈니스 서밋도 글로벌 공조의 맥락에서 봐야 할까요.

그렇죠.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국제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려 보세요. 전 세계가 대공황의 공포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는 겪고 있어도 공포는 사라졌습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결성된 G20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제안한 비즈니스 서밋은 이제 민간 부문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입니다. 그간 정부 간 공조로 이뤄진 경제위기 극복이 이제 민간 중심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장기적 경제발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대통령 특별연설에 대한 현장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두터운 신뢰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으로 처지가 바뀐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사이를 잇는 가교국가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것으로 믿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현지에서 가진 각국 정상 토론회에서도 즉석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숫자까지 인용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좌중이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학자가 아니라 대통령 국제경제보좌관으로서 다보스포럼을 지켜본 소감은.

다보스에서 만난 한 우리나라 기업인이 그러더군요. 이번 다보스처럼 ‘체면’이 선 적이 없다고요. 한국의 밤 행사가 함께 열리기도 했지만, 굳이 한국을 내세우지 않아도 각 회의장마다 한국이 화제에 오르고 어디에서나 한국이 화두였습니다. 예전에는 외국 정상들에게 면담 요청을 하면 강대국에 밀려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우리 대통령이 몰려드는 외국의 면담 요청을 골라 받는 상황이어서 가슴 뿌듯했습니다. 그간 학자로 살아오다 처음으로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하고, 그것도 조국이 더 큰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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