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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간 대화 분야의 세계적 신학자 폴 니터




“불교든 기독교든 자신의 종교만이 배타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면 반드시 폭력과 연결됩니다. 내 종교가 가장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폭력과 결부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종교적 우월성이라는 믿음에 따라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종교가 배타적으로 우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폴 니터(Paul Knitter·72) 미국 뉴욕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기독교가 유일한 종교라는 의식이 폭력을 낳은 경우가 많았다”며 “어떤 종교든 자신의 종교가 최고의 종교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종교 간 대화 분야의 세계적 신학자인 폴 니터 교수는 지난 2010년 12월 30일 한국을 방문하고 31일 대구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과 대담을 나누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새해 2일에는 부산 해운정사에서 수행 선승(禪僧)들과 좌담회를 가졌고, 지난 5일에는 서울 신정동 대한 불교조계종 국제선센터 금차선원에서 국내 기독교 목회자 및 학자, 수불 스님, 미산 스님 등 불교계 선지식들과 함께 ‘종교 간 대화: 가슴을 열어 빛을 보다’ 토론회를 가지는 것으로 7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쳤다.
 

니터 교수는 최근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봉은사·동화사 등에 들어가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한 이른바 ‘땅밟기’ 사건을 매번 대화 때마다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봉은사와 동화사 사건의 근본 원인은 기독교만이 유일하고 참된 종교라는 기독교인의 확신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예수의 복음에 따라 행동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일부 기독교인들의 무례한 행동을 불자(佛子) 여러분들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니터 교수는 “예수께서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했고, 사랑받을 만한 이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웃들, 심지어 나의 적이 될 수 있는 이웃들도 사랑하라고 가르쳤다”면서 “다른 종교의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가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예수님의 복음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니터 교수는 종교 간 평화를 위해서 불교와 기독교 간의 대화 이전에 기독교인들 간의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적이고 열린 기독교인들이 근본적 기독교인들과 대화해야 할 긴박한 필요성이 있다”면서 “일부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동료 기독교인들이 이를 지적하고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니터 교수는 “만약 기독교인들이 불자들을 미워한다면 같은 미움으로 기독교인들을 대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또 그는 “부처와 예수는 모두 내게는 근본적인 분들”이라며 “부처는 저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를 어떻게 따를 것인지 알게 해주었다”고 했다.
 

니터 교수는 “평화와 정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평화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불자들로부터 배웠다”면서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궁극적 실재는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나타났지만,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른 종교들에서도 다른 모습으로다가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와 예수는 서로 다른 문화 전통에 있었지만 참된 실재와 진리를 심오하게 체험하고 내적 평화에 이르렀으며, 그 내적 평화를 모든 존재를 위한 사랑과 자비로 승화시킨 점이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니터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가 모두 개인과 사회구조의 변화 관계를 인식하고 있지만 개인과 구조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불교는 개인의 탐욕이 사회구조적인 탐욕의 원인이기 때문에 수행을 통해 개인의 탐욕을 없애면 사회구조적인 탐욕도 없어진다고 보는 반면, 기독교는 사회구조적인 탐욕이 개인 탐욕의 원인이며 사회구조적인 탐욕을 바꾸지 않는 한 개인의 탐욕을 바꿀 수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니터 교수는 “부처와 예수는 모두 고통의 문제에서 출발했고, 두분 모두 마음의 변화,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를 불교에서는 ‘깨달음’이라 하고, 기독교에서는 ‘회개’라고 한다”며 “그러나 부처는 모든 고통의 원인이 우리의 집착과 탐욕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본 반면, 예수는 이 탐욕의 문제가 당시 유대교의 지배제도와 로마의 압제로부터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본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니터 교수의 방한 기간 동안 가장 논쟁거리였다. 니터 교수는 대구 동화사의 한 스님으로부터 “만약 부처님과 예수님이 완전한 마음의 정화가 되지 않은 채 사회의 정화를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니터 교수는 “물론 자신을 정화하지 않고 사회를 정화한다고 나선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은 사회를 정화하는 행동 속에서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그리스도인들과 불자들이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대화하고 협력하는 일이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니터 교수는 한국 불교의 간화선(看話禪) 전통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진제 스님으로부터 ‘부모에게 나기 전에 나는 무엇이었는가’라는 화두를 받고 깊이 생각했지만 많은 진보가 없었다”면서 “간화선 경험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종교 간 대화’ 토론회를 마치면서 참석한 스님들로부터 간화선 수행을 권유 받기도 했다. 니터 교수는 “한국에서 종교 간 대화의 경험은 나의 신앙을 풍요롭게 했고, 기대 이상으로 많이 배웠다”면서 자신이 매일 아침 한다는 기도의 내용을 소개했다. “거룩한 부처님, 거룩한 가르침, 거룩한 스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그리스도, 거룩한 복음, 거룩한 교회에 귀의합니다.”
 

니터 교수는 “이번 만남을 통해 겸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불교와 기독교라는 두 위대한 종교 전통이 모든 존재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와 기독교가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전통은 인간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고통에 대한 관심이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한다”면서 “세상 모든 고통에 함께 응답하고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모두는 형제와 자매가 될 것이며 고통받는 이 세계를 다른 세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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