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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내가 누구냐고? 글로벌 영구"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구’ 캐릭터를, 지금에 와서, 그것도 세계의 영화 시장에 내놓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심형래 감독은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를 지금 본다고 해서 재미없는 것이 아니듯이, 영구 캐릭터도 마찬가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영구’라는 캐릭터는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으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처진 눈썹과 어눌한 말투의 ‘영구’가 세계 속 ‘미친 존재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결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먼저 심 감독은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 위해 슬랩스틱 개그를 기본으로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직인 마피아를 소재로 삼았다. 영화 <라스트 갓파더>는 미국 최대의 마피아 조직 대부의 숨겨진 아들 ‘영구(심형래 분)’가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코미디 장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심 감독은 “처음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혀 웃지도 않았고 영구가 누구인지, 왜 웃어야 되는지도 몰랐다”며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슬랩스틱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2대8 가르마를 하고 영구 특유의 손동작인 ‘띠리리리리리’를 보여주었다. 그때야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시작된 <라스트 갓파더>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새해를 맞이해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심 감독의 말처럼 웃음과 감동이 있는 가족 영화다.

<라스트 갓파더>에 대부로 출연한 배우 ‘하비 케이틀’의 캐스팅 이야기도 유명하다. 하비 케이틀은 <저수지의 개들>, <스모크>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다. 처음에 그는 <라스트 갓파더>를 ‘대부4’로 착각해 대본을 받았다고 한다. 대본을 읽어본 후 그는 자신의 늦둥이 아들에게 남겨주고픈 영화라고 생각해 이번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심형래 감독의 세계를 향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작 영화 <디워>는 블록버스터 장르에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국내 영화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란 쉽지는 않다.

심 감독은 <라스트 갓파더>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 진흥원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던 영화”라고 밝혔다.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이번 영화 제작에 있어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 작업, 배급까지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육성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심 감독은 “할리우드의 경우 자국 영화에는 개방적이지만 외국영화에는 폐쇄적”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템을 갖고 있어도, 제작사와 감독이 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증명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심 감독은 <용가리>와 <디워>를 제작했던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심 감독은 이제 “기획만 좋으면 해외 시장에 영화를 얼마든지 팔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심 감독은 해외 시장을 노리는 만큼 이번 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전작 <디워>에서 논란이 됐던 배우의 연기력과 시나리오 구성력은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이 참여해 대폭 보강됐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을 정도다. 심 감독은 “한국 사람에게만 통하는 코미디를 가지고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영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이 봐도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영구’로 돌아온 영구는 캐릭터를 대폭 변화시켰다. 먼저 옷이 달라졌다. 한복이 아닌 양복을 입는다. 그러나 짧은 재킷, 짧은 바지 차림으로 기존의 어수룩한 영구 이미지는 잘 살렸다. 머리 모양도 바꿨다. 땜통이 있는 더벅머리에서 2대8 가르마로 빗어 넘긴 말쑥한 헤어스타일이다.
 
심 감독은 “저의 트레이드마크인 영구를 가지고 세계시장에 승부를 건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도도 하지 않고 안된다고 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영구 캐릭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 “영구가 수퍼맨이 되는 이야기, 영구가 경찰로 활약하는 이야기도 만들수 있다. 우리라고 못할 건 없다”는 그에게서 끝없는 열정이 느껴졌다. 영구 캐릭터가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흥행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할리우드 현지 촬영 시 <라스트 갓파더>의 촬영현장은 늘 웃음바다였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바뀌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를 세계화시키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하는 심형래 감독. 그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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