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겨울이 다가오는데 매번 사촌 언니, 형에게 옷을 물려 입는 두 아이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새 코트 한 벌 입혀주고 싶습니다.”(최경수·가명·39)
“남편이 실직을 하는 바람에 좁은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욕조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을 목욕시키기가 쉽지 않네요. 욕실이 좁아서 이동식 욕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박지혜·가명·34)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자 힘으로 이루기 어려운 소망이 될 수 있다. 지난 11월 중순 서울 관악구 중앙사회복지관에 접수된 최 씨와 박 씨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관악 소망우체통에 들어온 이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중앙사회복지관은 직접 당사자와 면담을 했다.
이 둘은 부부였다.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 형편이 어려워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30대 부부는 소망우체통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각자의 소망을 하나씩 적어냈다.
소망솔루션위원회는 후원자 소식지에 이 같은 사연을 실었고, 지역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직접 방문하며 후원자를 찾았다. 그 결과 집에서 쓰지 않는 이동식 욕조를 기증하겠다는 후원자가 나왔고, 지역 쇼핑몰의 한 아동복 가게에서 남매에게 겨울옷을 선물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중앙사회복지관 앞 파란 우체통은 지역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통해 지역주민의 소망 성취활동을 돕자는 취지로 지난 10월 9일 설치됐다. 복지관을 이용하던 한 어르신이 ‘죽기 전에 어렸을 적 내게 도움을 줬던 친구를 찾고 싶다’는 내용을 적어 복지관 건의함에 넣었던 것이 그 발단이 됐다.
중앙사회복지관 김한별 기획팀장은 “지역복지관은 고령자, 저소득층, 장애인을 위한 지원사업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문제해결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며 “혼자 이뤄내기는 힘들지만 민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민이 힘을 모으면 그 바람들을 하나씩 이뤄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존 빨간색 우체통 대신 파란색 우체통을 만들었다. 파란색이 상징하는 ‘희망’, ‘파랑새’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자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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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우체통의 운영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악구 거주자가 소망엽서를 작성해서 복지관 앞에 설치된 파란 우체통에 넣으면 복지관은 사연을 모아 1차 선정을 거쳐 소망솔루션위원회에 보낸다.
소망솔루션위원회는 소망우체통 사업을 지원하는 관악구의회, 관악구 복지정책과, 관악구의사회, 국민연금공단, 에그옐로우 쇼핑몰 대표 위원회, 천주교 중앙동 교회,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관악신문, 관악 FM, 중앙사회복지관 등 10개 민관 단체 대표들이 모인 회의다.
소망솔루션위원회는 우체통이 설치되기 두 달 전부터 사업 운영규정을 마련하고, 예비 후원자들을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차 선정에서 소망솔루션위원회는 최종 사연을 뽑는다. 이때 기준은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점과 미래지향성 여부다. 즉 소망을 들어줬을 때 이것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개인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급한 사연도 우선적으로 뽑는다. 이렇게 선정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망솔루션추진단이 면담한 뒤 후원자를 발굴해 최종적으로 소망을 들어준다.
‘파란 우체통’에 사연이 접수되면 요청한 소망뿐 아니라 상담을 통해 다른 생활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소망 성취를 완료한 사연 중 하나는 ‘몸이 아픈데 치료비 감면을 할 수 없느냐’는 67세 노인의 사연이었다. 
현행법상 개인병원이 임의대로 치료비를 감면해주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래서 중앙사회복지관은 보건소의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어르신과의 상담 중 취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게 됐고 고령자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구직활동도 할 수 있게 도왔다.
파란 우체통이 설치된 이후 지난 12월 23일까지 모인 사연은 1백44 건 정도다. 사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단순 희망 사연이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게임기나 스마트폰을 사달라는 구매 희망 사연도 많았다.
지역과 관련된 민원도 종종 들어온다. 이 경우 중앙사회복지관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당 팀에 전달하고, 구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정리해서 공문을 보낸다. ‘구립 도서관이 생겼으면 좋겠다’, ‘구립 어린이집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들도 얼마 전 접수됐다.
파란 우체통은 원칙적으로 지역민에 한해 소망엽서를 받고 있지만 얼마 전 중앙사회복지관 앞으로 대구교도소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파란 우체통에 대한 내용을 기사로 접한 한 수감자가 ‘80세 노모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는데 우표값이 없어서 늘 같은 수감자들에게 신세를 진다’는 내용을 보내왔던 것.
중앙사회복지관은 당사자와 그 어머니가 관악구민은 아니지만 이런 특수한 소망들도 들어주면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 ‘집에 있는 안 쓰는 우표를 모으자’는 내용으로 후원자들에게 연락했고 우체국과도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파란 우체통에 대한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접수되는 소망들로 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후원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김한별 기획팀장은 “소망을 이룬 당사자들 역시 다음번엔 자신이 물건 기증자나 후원자로 나서기로 약속하지만 여전히 후원의 손길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소망을 이루는 파란 우체통이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정고은 객원기자
중앙사회복지관 ☎ 02-872-5802 causw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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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