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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기관에 몇천만원씩 기부할 여건은 안 되지만 디자인 기부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비영리 학술기관, 사회봉사기관 등 70여 곳에 기업이미지(CI)를 무상으로 기부해온 김형석(46) 경희대 시각정보학과 교수. 그는 지난 11월 24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휴먼대상 시상식’에서 재능기부를 펼친 공로로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 교수는 “디자인은 돈이라고 배웠고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배우고 있지만 예전부터 교수를 맡게 되면 디자인 음지에 디자인 재능을 기부하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경희대 교수로 처음 부임한 뒤 ‘아이덴티티 디자인’ 강좌를 맡으면서 곧바로 꿈을 현실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2005년 첫해 사회봉사기관 등 3곳에 CI를 기부해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이듬해부터 매년 10~20곳에 기부를 해왔다. 올해만 해도 경희 그레이트 서포터즈, 나눔의 둥지, 대한민국교육봉사단, 동물보호학대방지연합, 한민족복지재단 등 14곳에 기부를 했다.

자신의 강좌를 수강하는 50여 명의 4학년 학생들과 함께 김 교수는 매년 3월 기부 대상 기관을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사회봉사기관 목록을 뽑아본 뒤 활동이 활발하지만 CI가 없는 기관을 선정해 직접 취지를 설명하고 재능기부를 받을지 의사를 타진한다.
 

그는 “국내에 사회봉사기관들이 굉장히 많은데 활동이 활발한 기관조차 예산이 없어 제대로 된 로고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CI를 제작하려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드는데 비영리기관에 CI를 무료로 기부하면 차별화된 정체성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 대상 기관을 선정하면 학생들과 2학기에 걸쳐 CI를 완성해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무상으로 전달한다. 미혼모 자활지원단체인 애란원에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하늘을 나는 형상의 CI를 기부해 현재 홈페이지, 서식서류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종종 예산 문제로 1년 동안 혼신을 다해 만든 CI가 사용되지 못할 때는 아쉬운 마음도 크다.

꾸준한 재능기부 활동으로 어느 정도 명성이 쌓여 이제는 몇몇 기관이 먼저 CI 기부를 요청할 정도다. 학생들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김 교수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CI가 없는 사회봉사기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재능기부를 시작한 지 5년밖에 안 된 만큼 앞으로 국내 활동을 더 많이 할 것”이라며 “국내 사회봉사기관들을 상대로 한 기부가 충분히 이뤄지면 먼 미래에는 해외 오지에도 디자인의 힘을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제관(매일경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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