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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신구,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수상




 

상(賞)에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다. 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받는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다를 것이다.

11월 22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은 그런 점에서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는 희망과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중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중문화예술상을 제정했고, 또 매년 11월 넷째 주 월요일을 대중문화예술인의 날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날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배우 신구(75) 씨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문화관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극단 화동연우회가 무대에 올릴 연극 <페리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신 씨는 “다른 재주가 없어 곁눈질하지 않고 오직 한길을 보고 왔는데 내가 이 상을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좋은 선배와 동료들이 많은데 상을 받아 쑥스럽고 미안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화동연우회는 1991년 경기고 연극단 졸업생들이 모여 창립했으며 첫 작품으로 <이런 동창들>을 올리면서 매년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이 스무 번째 작품이다.
 

신 씨는 “그동안 영화, 연극, 방송 분야에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이번 상은 각별하다”며 “내 젊은 시절과 달리 후배들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이런 상과 대중문화예술인의 날을 정한 것은 많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에게 자극제가 된 것 같아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부 포상에는 훈격(勳格·서훈의 등급)이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인들에게 주어진 정부 포상의 훈격은 옥관(4등급)과 화관(5등급)인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대중문화예술상 신설을 계기로 보관(3등급)으로 한 단계 높아졌다.

그는 극중에서 주로 서민적인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시트콤에서 이른바 ‘망가지면서’ 젊은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특히 2002년 한 TV광고에 출연해 던진 “너희가 게 맛을 알아?”라는 유행어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영역을 넘나들고 있지만 그는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했으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72년 드라마 <허생전>을 시작으로 방송에 발을 들여놓았다. 반백 년을 배우로서 관객과 호흡해온 것이다. 최근에는 연극인 손숙 씨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귀부인과 흑인 운전기사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에게 연기생활에서 전기가 되거나 가슴 절절했던 작품을 꼽아달라고 물었다. 그가 꼽은 작품은 번역극인 <LUV> (연출 오태석)와 1970년대 방영됐던 TV드라마 <야간비행>.

<LUV>는 서로에게 만족하지 못한 부부가 이혼하고 부인은 남편 친구와 재혼했으나 곧 후회하며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다. <야간비행>은 북에서 남파된 간첩에 관한 드라마로 여기서 그는 남파간첩 ‘탁구’역을 맡았다. 그에게 주어진 배역은 미미했으나 연극에서 다져진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여 극중에서 비중 있는 인물로 설정이 바뀌었다고 한다. <야간비행>은 그런 의미에서 그의 얼굴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작품인 셈이다.
 

인터뷰 내내 모자를 쓰고 있던 그에게 모자에 대해 물었다. 신 씨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흑인 운전기사 역할을 맡으면서 배역에 맞춰 흑인 파마를 해 모양이 잡힐 때까지 이렇게 모자를 쓰고 다닌다”며 살짝 모자를 벗어 머리 모양을 보여줬다. 작품에 충실한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일흔을 훌쩍 넘긴 그가 나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일을 하고 싶어도 건강이 허락지 않아 못할 수도 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만 일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면 항상 ‘OK’라고 할 수 있도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매일 빨리 걷기와 집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페달 밟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데 말이야, 지금도 내가 매일 집에서 소주 한 병은 마시거든. 그래야 잠도 잘 오고. 집사람은 나한테 술 마시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 같다고 해”라며 신 씨는 활짝 웃었다.

이어 그는 “밥이 된 후 뜸을 들이기 위해 기다리듯 세상일에는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들과 속도를 맞추려고 달려가다 낙오되거나, 조급증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소식을 들을 때 안타깝다”며 후배들이 섣불리 판단하고 행동하지 말았으면 하는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 후 바라본 신 씨의 뒷모습에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꼿꼿함과 오랜 세월을 견뎌온 묵직함이 묻어났다.


글·강선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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