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니까 나도 살이 금방 빠지고 피부도 좋아지던걸요.” 모유 수유 홍보대사로 위촉된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신한미(39) 판사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7월 소비자시민모임 등 9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모유수유넷’이 2010 세계모유수유주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홍보대사가 됐다. 신 판사는 법조계에서 이미 ‘다섯 아이 엄마’로 유명하다.
다섯 아이에게 모두 젖을 물려 키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특별한 모성애는 더욱 빛나고 있다. 신 판사는 아이 다섯을 낳은 아줌마라고 보기엔 무척 젊고 날씬하다. 그는 “다 모유 수유 덕분”이라고 했다. 신 판사는 지난해 1월에 얻은 막내아들 윤모가 생후 17개월이던 올해 6월까지 젖을 물렸다.
막 뛰어다닐 정도로 큰 아이가 엄마 품에 매달려 있자 주변에선 징그럽다고 손사래도 쳤다. 하지만 모유 수유 덕인지 임신 후 12킬로그램이나 늘었던 몸무게가 5개월 만에 다시 빠졌다고. 지금은 임신 전보다도 날씬하다. 다섯 아이에게 모두 모유를 그렇게 오랫동안 수유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직장이나 공공건물에 모유수유실이 생긴 것도 몇 년 되지 않은 일이라 첫째나 둘째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때 정도만 젖을 물릴 수 있었다.
처음엔 젖 물리는 법에도 익숙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넷째와 다섯째를 키울 때쯤엔 누워서도 모유를 먹이는 등 ‘고수’가 됐다고. 신 판사는 “모유 수유는 유방암도 예방하고 아이에겐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준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나를 많이 따르고 말썽 없이 잘 자라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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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많이 낳은 건 신 판사와 남편인 강인구(42) 변호사 모두의 뜻이었다. 4대 독자인 강 변호사와 남동생만 하나 있는 신 판사 둘 다 형제자매가 많은 가족이 부러웠다. 일단 2남2녀를 갖기로 했는데, 하늘이 정해준 것처럼 순서대로 아들, 딸, 아들, 딸을 낳았다.
“막내는 얼떨결에 낳은 ‘얼떨리우스’인데, 사람들은 넷째까지 낳고도 피임을 안 했으니 ‘미필적 고의(어떤 결과를 예상하고도 방치함)’라고 해요. 하하.”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12년간 배짱 좋게 3남2녀를 낳았지만 지방 근무와 야근을 피할 수 없는 판사가 아이 다섯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그도 “시어머니와 남편, 어린이집, 도우미 아주머니 같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신 판사는 누구도 아이들의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고 한다. 10년 전쯤 전주에서 근무하던 그는 시어머니에게 맡겼던 첫째와 둘째를 전주에 데리고 와서 홀로 키웠다. 주말마다 엄마와 떨어지며 우는 모습이 보기 힘겨웠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두고, 야근이 불가피할 땐 어린이집 원장에게 신세를 져야 했지만, 인심 좋은 원장 등 이웃들 덕분에 아이들을 홀로 옆에 두고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시어머니에게 최대한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한다.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남편이 넷째(3)와 다섯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 무렵엔 시간이 되는 쪽이 아이들을 데려온다.
필요하면 구청에서 저렴하게 지원하는 돌보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신 판사가 주말에 근무하면 남편이 아이들과 찜질방에도 가고, 공원에도 간다. 아이들은 함께 있기만 해도 서로 돌보며 즐겁게 놀기 때문에 이젠 신 판사가 크게 걱정할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다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사교육비는 걱정이다.
“그래도 영어학원은 보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요새 방과후 교실 수업도 알찬 프로그램이 많더라고요. 또 넷째 이상은 ‘사회 기여자’라고 해서 특수고등학교 지원 때 혜택도 준대요. 넷째, 다섯째는 입시 걱정 안 하려고요. 호호.”
신 판사는 현재 소년부 재판을 맡고 있다. 다섯 아이를 키우는 경험이 재판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절도, 폭행 등 일탈행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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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판사가 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너를 믿는다”거나 “네 마음을 이해한다”는 등 아이들의 마음을 감싸주는 말들이다. 부모가 함께 왔을 때에는 그들에게 “저도 아이 다섯을 키우다 보니 느끼는데, 아이들은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바른 길로 이끌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이혼소송을 주로 맡는 재판부에 있었을 땐 되도록이면 아이들 처지에서 판결하려 노력했다. 부인과 이혼소송을 벌인 한 남성이 아이들이 엄마를 보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신 판사는 “아무리 잘못한 엄마라도 아이들에겐 엄마라는 존재가 꼭 필요하다”며 본인의 육아 경험을 설명해 남자를 설득하기도 했다. 일도 육아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슈퍼우먼’ 신 판사지만, 그에게도 최근 고민스러운 일이 있었다. 열한 살인 첫째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는지 엄마에게 조금씩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엄마의 사랑을 동생들과 나누는 일을 너그럽게 받아들였던 첫째지만, 최근 들어 그걸 힘들어하고 있다고 느낀 신 판사는 아이디어를 냈다. 첫째 아들에게 단독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다. 방과 후 동생들 없이 엄마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대화를 나눈 아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밝아졌다고 한다.
신 판사는 “아이들은 정말 부모 하기 나름인 것 같다”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한번 어긋난 아이들이라도 어른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을 주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덜 여문 열매라 변화할 수 있는 잠재성이 무한하거든요.”
글·류정(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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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