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상 드높인 정상외교 성과
문재인정부는 2017년 5월 10일 출범 직후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이른바 미·중·일·러의 4강 외교에 머물지 않고 외교의 폭을 확대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외교 다변화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미·중·일·러 4강은 물론 유럽연합과 독일까지 여러 특사를 파견했으며 교황청의 외교사절 한국 파견 70주년을 기념해 교황청에도 특사단을 파견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다원화된 협력 외교를 추진해나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호소
취임 초기 외교 다변화의 최우선 목표는 북핵 문제 해결이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문 대통령을 만난 정상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을 표했다.
정부의 외교 다변화 구상은 외교에만 그치지 않았고 이는 경제에서도 동시에 구현됐다. 특히 동북아를 넘어 남방·북방 지역을 ‘번영의 축’으로 삼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역내 공동 번영과 평화·안정을 추구했다. 신남방·신북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청와대에도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이 신설돼 이를 뒷받침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동남아 순방을 계기로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의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2019년 아세안과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정책 대상 11개국 순방을 완료해 취임 2년 4개월 만에 공약을 조기 달성했다.
아세안은 국제정세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67년 창설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연합체다. 2015년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가 공식 출범돼 현재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1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부산에서 열고 ‘한·아세안 공동비전 성명’과 ‘한강·메콩강 선언’을 채택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지난 30년간의 한·아세안 관계 발전 현황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 30년의 비전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는 그간 장관급으로 진행돼온 한·메콩 협력을 정상급으로 격상한 회의였으며 아세안 내 대표적인 고속 성장 지역인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됐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는 코로나19 아세안 대응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여하는 등 신남방 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하고, 4월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 개최를 주도함으로써 역내 코로나19 대응 공조 체계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신남방·신북방정책 무역 성과 돋보여
정부는 신남방정책과 함께 신북방정책도 추진해 협력을 확대했다. 우선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형성’을 국정 과제로 삼고 2017년 8월 ‘평화와 번영의 북방경제공동체’를 비전으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했다. 신북방정책으로 2019년 2월 서명한 ‘9개 다리 행동계획’을 2020년 10월 ‘9개 다리 행동계획 2.0’으로 격상했다. 신북방 대상 국가는 러시아, 몰도바, 몽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조지아, 중국(동북3성),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다.
또한 2017년 이후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쇄빙선·바지선 대거 수주(약 8조 5000억 원), 2018년 투르크메니스탄 키얀리 가스 플랜트 준공(약 3조 4000억 원), 2020년 투르크메니스탄 버스 공급 계약(약 730억 원) 및 우즈베키스탄 정유공장 기본 설계 계약(약 86억 원) 체결 등 평화를 기반으로 유라시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했다.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신북방정책은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2016년 167억 달러였던 북방 국가들과 교역량은 2020년 242억 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2016년 47억 6800만 달러 규모였던 대러시아 수출액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77억 7400만 달러까지 늘었다.
또한 2016년 1192억 달러였던 한·아세안 교역 규모는 2020년 1438억 달러로 증가했고 인도까지 포함한 한·신남방국가로 보면 1606억 달러에 달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도 아세안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교역액을 기록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