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역판정검사 결과가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나왔는데 바로 입영해야 할까?”
“군대에 가면 배운 기술 다 잊어버릴 텐데 취업하기 어렵지 않을까?”
입대를 앞둔 청년들은 걱정이 많다. 특히 학업이나 경력단절이 가장 큰 고민이다. 병무청에서 이런 청년들을 위해 내세운 고민해결사가 있다. 바로 ‘청춘디딤돌, 병역진로설계’다. 입영 전 자신의 적성·전공에 맞는 군 복무를 정하고 전역 후 진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병역 이행이 걸림돌이 아닌 사회진출의 디딤돌이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입영 전에는 자신의 적성·전공을 고려해 병역진로를 설계하고 직업 선호도를 조사해 복무에 반영한다. 둘째, 복무 중에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특기로 경력을 쌓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전역 후에는 이와 연계된 사회진출을 지원한다.
병무청은 2019년부터 병역진로설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 8곳에서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지영 서울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장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 병역과 취업이다. 군 복무 기간이 사회와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취업 등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병역진로설계 서비스’ 이용 인원은 2023년 4만 5000여 명을 기록했다. 2019년 시행 초기 1600여 명에 불과했던 이용 인원은 2022년 3만 2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고 2023년에는 이보다도 1만 3000명가량 증가했다.
취업지원관 배치 취업 컨설팅
병역진로설계는 전공에 맞는 보직을 찾아주는 ‘병역진로연계 추천특기병’, 고졸자를 위한 ‘취업맞춤특기병’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군 복무 현장에서 만족도도 높다. 육군의 경우 군사특기모집분야가 124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했던 A병장은 토목건축병으로 입대했다. 그는 “원래 하던 전공 분야에 계속 근무하고 있어서 기술 숙련도도 높아지고 경력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기계설비를 전공한 B병장은 전공을 살려 공군 전투비행단 설비운영병으로 복무 중이다. B병장은 “입대할 때는 막막했지만 전공에 맞는 특기로 배정받아 복무 중에도 부대 내 냉·난방 장비를 유지·보수하면서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A병장과 B병장 모두 병역진로연계 추천특기병이다. 입대 전 병역진로설계 상담을 통해 건축·기계·정보통신 등 기술분야의 특기병으로 입대했다. 병역진로연계 추천특기병 입영률은 2020년 37%에서 2021년 59%, 2022년 69%로 높아졌다.
고졸 이하 병역의무자라면 취업맞춤특기병에 지원하면 된다. 취업맞춤특기병은 18세 이상 24세 이하(2024년 기준 2000년 1월 1일~2006년 12월 31일 출생자)가 대상이다. 입영 전 본인 적성에 맞는 기술훈련을 받고 연계된 분야의 기술특기병으로 입영해 제대 후 유관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입영 전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기술훈련과정을 수료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기술훈련과정에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중소기업친화직종훈련,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채용예정자훈련, 폴리텍 기능사 양성과정 훈련 등이 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 학생은 기술훈련을 받지 않아도 전공학과 분야로 지원이 가능하다.
취업맞춤특기병이 군 복무를 마치면 고용노동부, 국가보훈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제공하는 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병무청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취업매칭 서비스에 등록하면 취업지원관이 배치된다. 취업지원관은 병역지정업체나 채용계획이 있는 업체의 정보는 물론 일자리 박람회 참가, 인사담당자와 만남을 주선하는 등 맞춤형 취업 컨설팅으로 지원자가 주특기를 살려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군취업맞춤특기병 출신인 C씨는 차량정비 분야로 입대해 22개월간 복무한 뒤 취업매칭서비스를 통해 차량정비사로 취업했다. C씨는 “취업맞춤특기병 덕분에 진로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업무 습득이 빠르다 보니 업체의 반응도 좋다. 병사 입장에서는 군 복무 중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업체로서는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와 같은 취업맞춤특기병의 취업률은 2023년 58.3%로 또래 연령대(20~24세)의 청년고용률 40.5%보다 높았다. 병무청은 취업맞춤특기병 지원기준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특기병으로 입영하기 위해 전공 또는 자격·면허 소지 등 해당조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조리병 등 일부 특기병에 대해 지원 자격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자격증이 없더라도 적성·흥미에 맞는다면 일단 해당 분야로 입영해 군에서 현장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했다. 또 2023년 6월에는 구인·구직 사이트인 잡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어 취업정보를 확인하고 바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병무청은 전국 고등학교·대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병역진로설계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병무청 관계자가 취업맞춤특기병, 산업기능요원 등을 소개하고 군 입대 지원과 신청 방법 등을 안내한다. 병역진로설계를 원하는 청소년·청년은 병무청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방문을 예약을 할 수 있고 전화로도 신청 가능하다.
학교로 찾아가고 부모와 함께하고
지역별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인천병무지청은 2023년 7월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인천대입구역 대합실 내에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군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군 장비 모의체험도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입대를 앞두고 인천 센터를 방문한 D씨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를 방문했던 병무청 상담관이 적성에 맞는 군 특기를 추천해줘서 입영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서는 ‘부모와 함께하는 병역진로설계’를 진행 중이다. 부모와 함께 상담받기를 희망하는 병역의무자가 많아 신설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아들과 함께 참여한 E씨는 “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는데 함께 군 생활 모의체험도 하고 전문 상담관의 도움을 받아 직업선호도 검사로 보직도 찾아보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병역진로설계를 경험한 이들은 94.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2023년 기준).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는 2020년 서울을 시작으로 2021년 대구·광주·대전, 2022년 부산·춘천, 2023년 7월 수원에 이어 인천에 8번째로 문을 열었다. 2024년에는 창원·의정부·울산에, 2025년엔 전주·청주에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과 진로를 연계해 군 복무를 선택한 인원 비율이 2024년에는 70%를 웃돌 것으로 예측될 만큼 병역의무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병역진로설계가 군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슬기 기자
박스기사
제대군인 사회복귀 지원 강화
전직지원금 10% 인상

2024년부터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의 사회복귀 지원을 위한 전직지원금이 10% 인상된다. 전직지원금이란 국가보훈부가 군인연금 비대상자인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에게 구직급여 명목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직업군인에 대해 국가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2008년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인 직업군인을 위해 대안으로 도입됐다. 2024년부터 이 지원금을 10% 올려 중기복무자에게는 월 55만 원, 장기복무자에게는 월 77만 원을 최대 6개월 동안 지급하기로 했다.
국가보훈부는 1월 8일 “중·장기복무자는 전역 준비가 쉽지 않고 전역 이후에도 군 경력을 민간 일자리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 취업 취약계층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제대군인의 안정적인 취업·창업 준비를 위해 전직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제대군인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은 비단 제대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현역군인의 사기는 물론 국방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중·장기복무 제대군인들이 원활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취·창업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