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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가 기존 연구개발(R&D) 기능에 생산 기능이 결합한 ‘연구개발특구(特區)’로 육성된다. 이는 과학기술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면서 벤처기업 육성의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집중을 통한 기업 간 시너지 창출, 연구와 생산을 결합한 클러스터 형성의 표본이라 할 만한 프로젝트다. 한국 벤처기업의 활로와도 직결되는 정책이다.
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1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안은 방대하면서도 구체적이다. 과학기술부 임상규 차관은 이날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육성 방안’을 보고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대덕단지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고, 산·학·연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경제특구 수준의 정부 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B]제2 대덕테크노밸리 조성, 부지난 해소[/B]
이를 위해 ▷혁신형 R&D 인력 양성 ▷수요자 지향형 R&D 확대 ▷R&D 성과물의 상업화 촉진 ▷국제적 수준의 R&DB(연구개발 비즈니스) 환경 조성 ▷분야별 전문 클러스터(집합단지) 활성화 등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특구 안에 외국인기업이나 연구센터가 들어서면 소득세·법인세·관세·특별소비세·부가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고 외국인 학교와 병원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대덕연구단지와 인근 지역은 오는 7월28일 대덕연구개발특구로 거듭나게 된다.
과기부는 이른바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09년까지 1,000억 원 규모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하고 2012년까지 이를 3,000억 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벤처펀드는 과학기술진흥기금과 해외펀드 등을 이용하며, 조성된 투자펀드는 벤처기업이나 연구소기업들에 집중 지원한다.
과기부는 특구의 비전 실현을 위해 창업, 기술개발, 인력양성, 경영능력, 마케팅 등에 대한 유기적 지원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물론 외국 다국적 기업들을 고려해 글로벌 벤처 생태계를 지향한다.
첨단 기술의 공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벤처기업,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 외국 연구기관을 망라하는 전문 기술 클러스터 형성이 본격 지원되기 때문이다. 특히 입주 기업들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KOTRA, 종합상사, 해외 전문기관 등을 특구 마케팅 전담 기관으로 지정하고, 중국·미국·유럽연합(EU)·남미·동남아 등 5개 권역별로 해외 마케팅 거점을 확보하기로 했다.
부지 확보와 인력양성 방안에 대한 밑그림도 나왔다. 대덕연구단지 840만 평, 129만 평의 대덕테크노밸리, 3·4 산업단지 외에 추가로 부지가 조성된다. 과기부는 개발 중인 대덕테크노밸리 인근에 제2대덕테크노밸리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기존 연구단지의 건폐율과 용적률은 현재보다 150% 상향조정될 예정. 이렇게 되면 부지난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기존 대전 3·4 산업단지는 첨단 기업 입주 단지로 변신한다. 외국기업들을 위해서는 대덕테크노밸리에 5만 평 규모의 외국인 기업 전용 단지를 조성한다.
전문인력 양성은 산·학·연 협동 교육 체계를 통한 맞춤형 인력양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입주 기업에 대한 전문경영 서비스 제공, 연구기관의 연구소기업 설립 지원 등도 병행할 예정이다.
특구 내 창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입안돼 있다.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현재 321개 규모인 창업보육실을 2009년까지 1,000개로 대폭 늘릴 방침이며, 정부 출연 연구소의 연구소기업 설립도 추진된다. 간혹 정부 출연 연구기관 출자기업이 나오기는 했으나 직접 기업을 설립할 수는 없었던 한계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연내에 1~2개 정도의 기업을 시범적으로 설립하고, 5년 내에 50개 기업을 설립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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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대덕연구개발특구, 성공적 모델 되도록 확실히 지원”[/B]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특구 건설의 중요한 목표다. 이른바 ‘글로벌 환경 조성’이 그것이다. 특구를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출입국이나 노사·세무 등 다양한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의료·주거 문제도 개선한다. 당장은 현행 대전국제학교를 확충할 예정이지만, 2009년까지 특구 내에 외국인 학교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연구와 생산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는 발상은 이번 특구 지정의 핵심 사안이다. 섣부른 계량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가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것도 ‘연구를 위한 연구’를 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대덕특구 육성 계획의 골자를 보면 2015년까지 ▷첨단 기업을 3,000개로 늘리고 ▷해외 특허 등록도 1만6,000건으로 확대하며 ▷나스닥 상장 벤처기업 20개를 배출하고 ▷대덕특구에서 나오는 매출액을 30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금융·인력·마케팅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간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모델이 되도록 확실히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KAIST에서 열린 ‘대덕연구개발특구 비전 선포식’에서 치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까지 포괄하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종사자들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방문으로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다. 뭔가 일을 낼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치사에서 노 대통령은 애초 원고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대전 시민에게 당부하는 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양보다 질,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특유의 철학이 담긴 말을 했다.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대전이 팽창만 하는 도시가 되기보다 문화가 숨 쉬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겉치장보다 속을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실현을 넘어 3만 달러 달성의 초석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놓아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동통신연구단의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 개발의 산실인 STP(System Test Plant)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황승구 이동통신연구단장의 설명을 관심 있게 청취했고 이어 와이브로와 DMB 시연 차량에 탑승해 달리는 차 안에서 인터넷 접속과 TV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세계 수준의 정보기술(IT)을 지켜본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해준 덕분에 밖(외국)에 나가 큰소리칠 수 있겠다. 여러분이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마음속에서 웃음이 나온다”며 연구원들을 일일이 격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특구 비전 선포식에 직접 참석한 데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대통령 후보 때는 모두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해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면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었다. 이날 대덕연구단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연구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현장 연구실까지 직접 방문해 격려한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B]“벤처 육성, 끝장 본다는 각오로 할 것”[/B]
IT벤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는 지난해 말 벤처기업인들과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벤처 재도약’을 결의할 때 재점화됐다. 이후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벤처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고, 지난 3월31일에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나서 “벤처 육성을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호로서의 벤처 육성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활로가 과학기술 진흥과 벤처 육성에 달려 있다는 의지를 구체적 정책으로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오는 7월 특구출범을 앞두고 대전지역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와 인력양성을 위해 앞다퉈 연구개발특구 진출에 나선 것도 주목을 요하는 현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기존 연구개발특구 내 대학들도 인력양성과 산학협력 프로그램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학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특구 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산학협력과 인력양성에 나섬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충남대는 특성화분야의 벤처기업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대덕테크노밸리에 창업보육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다.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는 글로벌 캠퍼스 전략을 토대로 아시아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아시아지역 IT 인재를 유치해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말레이시아·중국·인도 등의 유수 대학들과 인력 유치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학생 비율을 석·박사 과정의 40%까지 높인다는 것이 허운나 ICU 총장의 복안이다.
22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참여해 설립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개발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신생·융합 학문 분야의 석·박사 인력을 대거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한남대·한밭대·목원대 등도 각 학교의 특성에 맞게 산·학 연계의 새로운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이공계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 노 대통령의 ‘이공계 대학 산업화 구상’이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과 맞물려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성공이 민간 투자펀드 활용 등 자금 조달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민간 투자펀드는 우수한 투자처가 확보된 이후에만 움직이는 속성이 있고, 우리의 벤처 투자 현실상 연구개발 단계에까지 민간 투자자금을 유인하기는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양영석 연구원은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자 위험의 분산과 성과 내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 연구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특구 전문 금융 시스템으로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양 연구원의 제안이다. [RIGHT]임천우 객원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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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주)제넥셀 김재섭 사장
“특구 지정은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가는 출발점”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제넥셀 김재섭 사장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2000년 3월 KAIST가 몇몇 대기업과 유력 창업투자사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바이오 벤처 제넥셀의 CEO를 맡고 있다. 제넥셀은 초파리를 모델 동물로 이용해 인간 유전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오랜 가뭄 끝의 단비”로 규정하면서 정책방향의 탁월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생각하는 특구 지정의 효용과 시너지를 들어봤다.
-왜 오랜 가뭄 끝의 단비인가?
“특구 지정 이후 일본 제약사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특구 지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비는 우리 회사에만 내린 것이 아니다. 그간 침체에 빠졌던 대덕밸리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학 진흥, 벤처 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관심이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올바른 정책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제넥셀이 보유한 기술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최근 DNA 칩을 이용한 기술이나 프로테오믹스 기술 등이 유전자 발굴에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최종적인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해서는 생체 내(in vivo)에서의 유전자 기능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의 선두 제약업계와 유망 바이오 벤처들에서는 모델 생물을 이용한 유전자 발굴과 기능 연구에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초파리를 이용한 세계 유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기업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투자를 받았나?
“서로 5억 원씩 투자해 일본 로코모젠사의 주식 1.5%와 제넥셀의 주식 1.3%를 맞교환했다. 앞으로 지분 보유 비율을 10%까지 늘리고 연구개발 제휴도 확대할 계획이다. 로코모젠은 일본 3대 제약회사인 에자이와 공동으로 관절염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올 하반기 도쿄증권거래소의 신흥기업 중심 주식시장인 마더스(Mothers)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다.”
-특구 지정 전 대덕밸리의 기업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덕밸리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입주한 벤처기업도 적었고, 그나마 서울·경기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한 회사도 많았다. 벤처기업은 기업 간 제휴와 교류가 생존의 조건인데 그게 어려웠다. 필요한 인재도 구하기 어려웠고, 투자 유치도 부진했다.”
-특구 지정으로 그 모든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나?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간 노 대통령이나 정부의 행보로 판단하건대 구호성·일과성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변화의 바람을 피부로 느낀다. 자금과 인재가 몰리면 장기적으로 매출도 급신장할 것이다.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클러스터 형성의 출발점으로 보고 싶다”
-산·학 협력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대단할 것이다. 우리는 KAIST 졸업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회사 구조를 갖고 있어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그간 고전했던 기업들도 대학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한 계기가 만들어진 만큼 대학과 기업이 상당한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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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