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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4월10~14일 호르스트 퀼러 독일연방 대통령의 초청으로 유럽연합(EU)의 핵심 국가인 독일을 국빈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독일 방문에서 퀼러 대통령 및 슈뢰더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경제협력을 비롯한 양국 관계 증진 방안,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유엔 현안 및 주요 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노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며 실질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상호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세일즈 외교 활발 = 양국 정상은 지난해 양국 간 교역이 168억 달러로 많이 증가한 데 대해 평가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교역규모 200억 달러 달성 등 양국 간 교역·투자 규모가 더욱 확대되도록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과학기술 선진국인 독일과 IT강국인 한국이 첨단산업·과학기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양국 중소기업 간 협력에서도 상호 호혜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노 대통령은 투자 확대를 위한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 나섰다. 노 대통령은 12일 한·독 경제인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이 ‘매력적 투자처’임을 강조하면서 독일 기업인들의 적극 투자를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한국은 동북아 경제의 허브로 도약할 가능성과 비전이 있다”며 그 근거로 우수한 인력, IT 인프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두터운 소비자층, 잘 갖춰진 물류 인프라와 풍부한 자산 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의 능동적 개방정책,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과감한 규제 철폐,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 및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노력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B]“한국은 매력적 투자처”[/B]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독일 방문 5일째인 14일 유럽의 금융·교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의 증권거래소를 방문하고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독 CEO 초청 라운드테이블회의에 참석, 양국 간 실질협력 강화를 위한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코메르츠방크 등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16개 독일기업 대표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동북아 경제허브와 선진 통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독일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 기간 중 경제 관련 부처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산업자원부는 민·관 차원의 다양한 기술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독일 부품·소재기업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산자부는 양국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과 합작투자, M&A 등을 촉진하기 위해 독일 중소기업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단체인 독일산업기술개발협회(AiF)와 중소기업진흥공단 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상시적 협력 채널을 구축했다. 또 브라운 호퍼 연구재단의 디스플레이 박막 기술 R&D센터와 독일 신소재연구소(INM)를 우리나라에 유치,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지멘스 트레이닝센터를 국내 대학에 설치해 자동화 및 구동장치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이밖에 전자부품연구원은 독일 ATMEL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기술협력 활성화를 위해 12일 베를린에서 열린 ‘테크노 캐러번(Techno Caravan)’ 행사에서는 국내 60여 중소기업과 독일의 150여 업체가 참여해 250여 건에 이르는 기업 간 상담을 통해 기술 이전 및 전략적 제휴, 기술수출계약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또 산자부는 베르나 바이오텍(의약품)·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반도체)·보쉬(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업체들과 투자유치 MOU를 체결했다.
[B]독일월드컵 DMB 표준 채택 기대[/B]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베를린에서 한국의 지상파 DMB 시연회를 열고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등의 교류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독 IT장관회담에서 양국은 협력약정 체결을 통해 IT정책 및 규제, 전자정부, 초고속 인프라 및 IT 인력 교류 등에서 협력하는 한편 DMB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도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정통부는 우리나라 지상파 DMB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투자비용을 부각시켜 2006년 월드컵 개막식 개최지인 바바리아주 뮌헨 지방에서의 표준 채택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한반도 평화협력 및 국제 현안 협의= 노 대통령은 13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첫 공식 일정으로 숙소인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한국의 통일은 예측 가능성이 있는 프로세스를 거쳐 매우 안정된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한국 정부는 그런 것을 조장할 생각이 없으며, 여야가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며 4단계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통일은 천천히 준비해 먼저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되면 좋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노 대통령이 통일관을 4단계 통일 방식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직접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B]“북한 붕괴 조장할 생각 없다”[/B]
북핵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내지 못하면 세계의 미래가 불행해질 것”이라며 “책임 있는 국가가 참여해 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및 북핵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됐다. 노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안정이 지역 및 세계평화 안정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슈뢰더 총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우리의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지속적 지지와 독일의 건설적 역할을 확인했다. 아울러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주요 국제 사안에 대해 상호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노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들의 질의·답변 과정에서 독일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상호 이해와 원칙적 합의를 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만약 유엔 상임이사국이 증설된다면 주변 국가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국가가 이사국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입장에서, 상임이사국 증설 안이 통과될 경우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분단 경험 공유국으로서 한·독 간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독일의 지속적 협력을 확보하고, 향후 EU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