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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 광주시에 사는 유재찬(41) 씨는
최근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별이(고1), 정이(중3), 창연(초등6)
등 1남 2녀를 둔 그는 지난 3월 25일 오랜만에 자녀들과 가까운 놀이공원을
다녀왔다. 푸짐한 돼지갈비로 외식도 했다. 유씨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아이들 역시 아버지의 직장생활에 대한 평소
궁금증을 쏟아냈다. 유씨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통해 가족
간의 정이 새록새록 쌓였다며 흐뭇해했다. 유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2 서울 마포에 사는 김정운(남·10)
어린이는 부모님이 이혼한 상태다. 지금은 아버지와 살고 있다. 정운이
역시 모처럼 아버지와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아버지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지만 이 날만은 달랐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PC방도 찾았다.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도 함께 했다. 정운이는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게임을 해 너무 행복해요. 오늘처럼 기쁜 날이
매일매일 계속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마냥 신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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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서울 성사중학교는 마치 영화관을
방불케 했다. 이날은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격주 토요휴무제가
본격 시행된 첫날이었다. 이날 학교 측이 처음으로 마련한 ‘좋은 영화 감상’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을 비롯해 학생 가족들이 많이 몰렸다.
엄마와 동생의 손을 잡고 ‘학교 영화관’에 모인 학생들은 영화가 끝나자 경쾌한
발걸음으로 학교 문을 나섰다.
‘놀토’라고 마냥 놀게 해서야
이처럼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토요 휴업일(일명 놀토)’의 풍경은 다채로웠다. 유씨처럼
자녀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가족이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흥미로웠다는 학생과 가족들도 있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월부터 월 1회였던 토요 휴업일을 월 2회로 늘렸다. 가족,
청소년들이 ‘놀토’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접한 후 긍정적인 반응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놀토’의 시행 취지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 셈. 전 세계 교육열 1위인
대한민국.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학생과 가족의 남다른 고통들이 숨어 있다. 높은 교육열은
그만큼 교육 시간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식지 않는 사교육 열기가 단적인
예다. 학교 정규수업 외에도 대여섯 시간 가량의 학원 수업이나 과외는 보통이다.
학생들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와의 대화시간도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세대 간 관심과 이해도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제대로
놀기는커녕 영화, 뮤지컬, 연극 관람 등 최소한의 문화적 욕구도 풀지 못한다. 더군다나
지방에서는 이마저도 힘들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놀토’를 고안하게 된 저변에는
이러한 이유들이 깔려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초중등교육정책과 신원재 교육연구관은 “토요 휴업일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쉬는 날인 동시에 자기계발에 열중하는 날이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
교육연구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토요일에 쉬지 않는 나라는 몇
안 된다”며 “토요 휴업일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주도적으로 학습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정부부처와 함께 ‘놀토’ 시행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문화관광부,
청소년위원회, 여성가족부와 함께 ‘주5일 수업 대책반’을 가동, 다양한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맞벌이 자녀나 소외계층 자녀를 위해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08년까지 100개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5개 지역에 교육, 문화,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110억 원을 지원했다. ‘놀토’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시작했다. 휴무토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 등 12개 국립박물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으며, 96개 대학박물관도 다양한 ‘우리문화 바로 알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교에서 대학박물관과 미리 협의하면 프로그램에 바로 참여할
수 있다.
학교측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원어민 영어회화, 워드 및 엑셀 연습,
독서 등을 비롯해 각종 만들기 놀이, 댄스 스포츠, 양궁, 복싱, 영화, 사물놀이,
두뇌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참여 욕구를 높이기 위한 것들이다.
가족·사회와 함께하는 열린공부
학교
프로그램이 교육적 목적을 지녔다면 전국 청소년 관련 시설에는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운영 중이다. 전국 각 시도별 청소년 문화존의 경우
최고 4억 원을 투입, 청소년들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위원회에서는
저소득 밀집지역과 농어촌 지역 100여 곳에 ‘청소년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오후 3~10시까지 체계적인 숙제지도를 시작으로 보충학습, 문화, 예술, 스포츠 활동
등을 지원한다. 급식, 건강관리, 상담, 부모 캠프 등 복지 관련 프로그램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4월 21일부터
한 달 동안 주5일 수업 도입에 따른 학생들의 생활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8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서울과 8개 광역시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6%의 학생들이 주말을 집에서
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장, PC방, 게임장(18.7%)과 학원(9.1%)을 간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 결과 ‘놀토’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놀토’ 활용 측면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부족한
‘놀토 공간’을 학교와 부모, 정부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신 연구관은 “‘놀토’는 정부와 학교가 주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학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면서 “그냥 논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보다는 가족, 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공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관은 이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토’ 관련 프로그램을 찾거나 직접 만들어보고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다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