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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여성과학자들의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의 특집과 표지를 나란히 장식해 이목을
끌었다. 생명과학 분야의 국제저널 ‘셀 메타볼리즘’은 미국 텍사스대 의대 유영재(41)
연구원과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한성아(37) 연구원의 논문을 각각 4월호의 특집 논문과
표지 논문으로 게재했다.
유영재 연구원은 선충의 소화기관이 배고픔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한성아
연구원은 당뇨병 환자의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원인을 밝혀냈다. 이들 논문은 최근
인류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인 비만 치료와 당뇨병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여성과학자 세계적 학술지 표지 장식
이들뿐
아니라 세계 3대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네이처·셀에 실린 우리 여성과학자들의
논문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듯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 여성과학자들의
활약이 점점 활발해져 국내 과학계의 미래 또한 밝다.
한때 공대에서 여학생 구경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공계 신입생
절반이 여성이다. 이공계 대학 진학률뿐 아니라 석·박사 학위 취득률도 두드러지게
높아졌다. 현재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기업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는 여성과학자
수는 2005년 말 현재 2만5198명. 이는 전체 과학자의 12%. 이공계 여성 증가는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다. 질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이 같은 여성과학자의 눈부신 활약에는 정부의 여성 육성정책도 한몫했다. 과학기술부는
이공계 전공 여학생에 대해 우수학생 장학금 지원,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설치
등 다양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국가 대형 프로젝트에 여성과학자들을
일정 비율 포함시키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차세대 성장동력과 관련된 인력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 분야에서 경쟁력의 우위를 차지하기는커녕
이공계 인력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이공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학기술부 인력기획조정과 한형주 사무관은 “공공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올해까지
15%, 2010년까지 20%, 최종적으로 30%의 여성인력 채용을 보장하는 채용목표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여성과학자들의 활약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과학자들의
절반 이상이 생명과학 관련 정부출연기관, 대학, 기업연구소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바이오 벤처기업을 설립, 관련 기술을 상업화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생명과학 연구 분야에서 두각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여성은 섬세함과 치밀함, 그리고 유연성이 뛰어나다”며
“생명공학 분야가 이 같은 여성적 성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성
비율이 높은 약학·의학·화학 전공자들이 해외로 유학을 하면서 전공을
생명과학으로 바꾼 것도 한몫을 했다.
실례로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는 연구과제의 특성상 특히
여성과학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다른 정부출연기관의 여성과학자 비율이 10% 안쪽인
데 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 20%가 넘는다. 이 중 김현순(41·원예작물생리학),
강현아(43·효모분자생물공학), 김명희(39·단백질구조생물학), 김남순(43·기능유전체학)
박사 등은 과학계가 주목하는 여성과학자들이다. 이들은 각종 21C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및 대형 국가
연구개발 실용화 사업과 함께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3대 미래 성장동력 사업이다.
메디포스트(주)의 양윤선(42) 대표는 벤처기업 CEO로 성공한 여성생명과학자다.
서울대 의대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양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출신으로 제대혈(태줄혈액)을
이용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 벤처를 경영하고 있다.
생명과학자는 아니지만 여성으로서 국내 최초로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의 자리에
오른 정광화(57)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에게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 1978년 ‘국내 여성 유치 과학기술자 1호’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첫발을
내디딘 정 원장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여성과학자를 대표하는 ‘맏언니’다.
정부가 올 초 세계과학기술논문 인용 횟수와 연구업적 평가를 토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11명을 선정, 지원하는 ‘국가석학’에 백명현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여성
과학자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권영일 기자
한국판 ‘퀴리 부인’ 탄생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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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자
많이 늘려야… 육아 문제도 큰 걸림돌”
“한국은 여성 과학기술 인력 비율이 12%에 불과해
OECD 회원국 중 최하 수준입니다.”
전길자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원장)는 선진국의 과학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여성과학자 비율을
적어도 지금의 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최강국인
미국의 경우 현재 35%인 여성과학자 비율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버드대는 이에 발맞춰 앞으로 10년간 5000만 달러를
투입해 여성 과학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세계적 미래학자 MIT대 레스터 서로 교수는 “고급
여성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나라는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이공계 대학진학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공계열 대학
신입생 가운데 여학생은 31.7%로 남학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욱이
공학 분야는 18.7%에 불과하다.
이혜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하고 싶어도 교사나 부모들이 ‘여자가 과학자로 성공하기는 힘들다’며
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성과학자들이 연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육아 문제다. 최근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회장
김지영)이 이공계 여성 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2.7%가 육아 문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김유숙 대덕연구개발 특구지원본부 사업총괄팀장은
“많은 우수한 여성 인력이 자녀교육 문제로 연구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스웨덴·덴마크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공계
여성들이 보육시설에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향숙 한국과학문화재단 인터넷실장은 “여성과학자를
위한 지원책은 성평등뿐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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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유전학 및 효모생물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성과학자로 인정받는 강현아(43)
박사. 강 박사는 언론계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중 한 사람이다. 주 연구 분야는 효모를
이용한 재조합 의료용 단백질의 대량 생산.
최근에 ‘한세눌라 폴리모르파(Hansenula poly-morpha)’의 당쇄(당이 사슬 형태로
연결된 구조로 의약품 품질의 주요 결정 인자) 생합성 경로를 처음으로 규명하고,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효모 숙주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한세눌라 폴리모르파’는
B형 간염 백신 등 재조합 의약품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강 박사는 이 같은 연구 업적에 힘입어 21C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 중 하나인
미생물 유전체 활용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산업자원부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추진하는 차세대 의약품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강 박사는 그동안 국내
등록 13건·출원 9건, 국외 등록 3건·출원 5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논문 저작활동도 활발하다. 최근 5년간 국외 20편, 국내 7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강 박사는 같은 분야에서 함께 연구하는 남편(김정윤 충남대 교수)의 도움이 컸다고
자랑했다. 지금도 이들 부부는 노화에 관한 연구 등을 비롯해 많은 시간을 실험실에서
함께 보내고 있다. 강 박사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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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연구 환경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나쁘지 않아요.”
강수경(40) 교수는 미국이 오히려 생명윤리법 제도로 인해 연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최근 황우석 교수 파문으로 생명공학 지원 연구비가 다소 줄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어서 연구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방에 있다
보니 정보교류가 쉽지 않다는 게 불만이라고.
이 같은 핸디캡을 안고도 강 교수는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특허도 2건이나 공동 출원했다. 지금 21C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 가운데
세포응용연구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주로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가운데 신경계 질환을 연구 중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전망에 대해 강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도 집중 투자해 연구를
하고 있다”며 “적은 수의 세포를 증폭시켜 활용한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명과학을 연구하게 된 동기에 대해 “여성 특유의 통찰력과 민감함이
세밀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아 생명과학이 내게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성과학자로서 성공하게 된 데는 많은 다른 여성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의 이해가 컸단다. 결혼 초 연구와 가정생활을 양립하기 힘들었으나
남편과 가족들의 이해와 보살핌으로 무사히 넘길 수가 있었다고. 부산대 생물학과
졸업 후 이화여대에서 석사 학위, 부산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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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란 창의적 사고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매력적 직업입니다.”
김빛내리(36) 교수는 누군가가 앞서 연구하면 어마어마한 ‘성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과학은 블루오션(Blue Ocean)의 세상”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빛내라’는 뜻이 담겼다는 이름처럼 김 교수는 전세계 생명과학계에서
‘빛나는 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름도 생소한 ‘마이크로 RNA(mRNA)’라는
생명과학 분야 연구를 통해 사이언스·네이처 등 유명 과학저널에 무려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과학재단 집계에 따르면 김 교수는 국내 과학자 가운데
세계적 바이오 전문 저널에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학자로 기록됐다.
김빛내리 교수는 무엇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mRNA’ 분야에 뛰어들어 신세계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NA는 유전자의 명령을 받아 각종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이 가운데 mRNA는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을 말하며, 최근 전세계
생명과학계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모두 김 교수의 연구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그는
지난 2003년 mRNA 생성 과정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해 4월 세계적 스타 과학자를 키우기 위해 ‘스타교수 육성 프로젝트’를
도입한 서울대는 예산 100억 원 가운데 31억 원을 김 교수가 근무하는 생명과학부에
집중 지원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리스 시대 과학자와 수학자들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세포의 자체
품질검사 과정’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결과를 잇달아 발표해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는 낡은 실험복 차림으로 강의실과 실험실을 오가며 mRNA 연구에 앞으로 20년쯤을
더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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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발전은 표준화에 달려 있습니다.”
최선미(36) 박사는 임상증거를 체계화하고 표준화해야 한의학이 중의학에 대응해
살아남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미래가 보장된 한의사의 길을 접고 진료현장이 아닌
연구실을 택한 최선미 박사는 왜소한 체격임에도 풍겨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여전사’를
상상케 한다.
“한의사마다 각기 다른 처방을 내리기 때문에 한의학 분야에서 표준화는 시급한
과제”라는 최 박사는 이 같은 ‘시대적 과업(?)’을 위해 한의학 표준화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의학 표준화의 토대가 정립된다면 이와 관련된 진단은 물론 침구와 진단기기를
개발해 세계 속에 한의학을 널리 알릴 있을 수 뿐더러 한의학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최 박사는 최근 한의학적 접근을 통해 병의 원인을 다스리는 최적의 치료법을
표준화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침구경락 연구 거점 기반구축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이 수행하는 단일 과제로는 가장 큰 규모. 경락·경혈 분야는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과학적 접근이 어려워 체계적인
연구가 쉽지 않는 분야였다.
최 박사는 이에 따라 산발적으로 이뤄져 오던 경락·경혈 연구를 체계화하고
연구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임상 증거만 체계화하고 축적하면 한의학도 충분히
과학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 것. 최 박사는 대구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발표한 연구논문은 무려 31편에 이르며 각종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논문만도 수십 편이다. 논문의 대부분은 침구경락 표준화와 기전 연구, 임상증거
기초의학을 위한 한의 진단 표준 개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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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좋은 연구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2005년 ‘올해의 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한 주오심(45) 박사는 축하의 말을 건네자
오히려 겸손해했다. 주 박사는 온실가스 저감 및 수소 제조 개발로 올해의 여성과학자상,
‘이달의 KIST인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한해 21편의 세계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논문을 게재하는 연구업적을 이루기도 했다.
주 박사의 연구 분야는 ‘친환경에너지 개발’. 지난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원료인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석유나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 박사는 요즘 수소에너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태양광을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청정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2015~2020년께 연구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그는 이론적으로는 간단한데 실용화가 쉽지 않단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데 필요한 전압은 1.8V. 하지만 태양전지로 얻을 수 있는 전압은
0.6V에 불과하다. 또한 광부식이 심한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 하지만 가능하면 값싸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무공해 에너지원인 수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래 에너지 개발이 주 박사의 어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주 박사는 아주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촉매반응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