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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과 진정한 독립을 요구하는 소장 판사들의 요구를
담아내려고 대법원이 설치한 기구가 사법제도발전위원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처가 법원의 업무 경감이나 편의만을
위한 제도개선에 그쳐 당시 분출하던 법원 내부의 개혁 분위기를 미봉으로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5년에도 정권 차원의 사법개혁 논의가 시작됐으나 청와대 주도의
사법개혁에 대한 법조계 반발로 로스쿨 도입안은 무산됐다.
‘국민의정부’도 법조일원화와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등을 논의했지만 법조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으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신설돼 사법개혁을 구체화했다. 사개추위는 실무위원회(각 부처 차관급 모임)와 장관들이
참여하는 본회의 의결을 통해 구체적인 법률안까지 완성해냈다.
“이제 법조인들이 국민 앞에 반성하는 심정으로
사법 개혁작업에 임해야 한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지난해 공식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공언한 다짐이다.
사개추위는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검찰조서 증거 능력 제한, 국민참여재판,
군 사법개혁 등 굵직한 과제들을 놓고 구슬땀을 흘린 끝에 밑그림을 그려내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이달 중 입법을 기다리는 중이다.
먼저 로스쿨은 사개추위가 의결한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다. 학부 과정을 마친
뒤 3년제 로스쿨을 나오면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법전과 판례에만 집착하는
‘수험법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공의 법률 전문가를 길러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더 이상 ‘無錢有罪’ 없다
장기 과제였던
국민형사재판 참여제도도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졌다.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 중죄사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와 형량을 논의한다. 배심원 의견이
판사의 판결을 강제하지는 못하지만, 재판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전관예우
등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방안은 대법원을 명실상부한 정책 법원으로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논의와 공개변론이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중요한 사회현안에 대한 대법원의 정책결정 기능이 강화된다. 영장이 청구된
모든 피의자와 구속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지정한다. 구속 피의자(피고인)의 석방
조건을 보증금뿐 아니라 서약서나 3자 출석보증서 등으로 다양화한 것은 불구속 수사와
재판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공판중심주의 도입은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고 법정
변론 중심 재판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공무원의 직권남용·불법감금·가혹행위 세 가지 범죄에만 인정됐던
재정신청이 모든 범죄로 확대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못미더워했던
국민의 불만을 크게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개추위가 의결한 군 사법개혁안은
평시에 일선 지휘관의 사법절차 개입을 막아 군 운영의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군 사법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사개추위 실무 1팀장인 홍기태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안의 목표는 폐쇄적인 법조의
문을 열어 모든 국민을 수혜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 입법이 이뤄져야
내년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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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씨. 이번 이수일 씨 사건 배심원으로
뽑히셨습니다. ○월 ○일 ○시까지 서울지방법원 제1호 법정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선진 외국에서나 가능했던 배심원제가 빠르면 200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반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해 피의자의 처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A씨 : “변호사랑 저렇게 편하게 얘기하면서 재판 받아도 되는 거야?”
B씨 : “이 사람, 새삼스럽게 왜 그래. 이제는 우리나라도 피의자랑 변호사가
함께 앉아 변론 전에 자유롭게 변호사와 상의할 수 있게 됐잖아.”
이처럼 앞으로는 법정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나도 판사가 될 수 있다?
Q.
국민이 직접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는데.
살인죄
등 중죄를 범한 피고인이 원할 경우, 그 지역 거주자 중에서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을 하며 유죄인 경우에 양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Q. 배심원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피고인 측이나 검사 측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는가.
검사나 피고인, 변호인은 배심원 선정 절차에
참여한 후보자에게 필요한 질문을 한 다음 법관이 받아들일 만한 이유를 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배심원 수(5~9명)에 따라 3~5명의 범위 내에서 아무런 이유를
대지 않고 배심원에서 배제할 수 있다.
Q. 배심원들이 위협이나
매수를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마련돼 있나.
누구든지
배심원이나 그 후보자인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배심원에게 청탁을
하거나 배심원이나 그 가족에게 위협, 또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처벌된다.
Q. 로스쿨 도입으로 ‘고시
낭인’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해결 방안은 있는지.
로스쿨
입학시험에서는 법학 과목이 아닌 적성시험을 본다. 응시 때마다 취득한 점수를 합산해
응시 횟수로 나눈 평균 점수로 전형을 치른다. 또한 대학학부 성적도 중요한 전형자료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Q. 장애인ㆍ농어민 자녀
등 소외계층도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나.
충실한 장학제도 마련 등
로스쿨 인가 심사 중요 요소로 검토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
제도도 규정했다. 또한 학비대여제도 등 재정적 지원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보다는
사법개혁 후 사회적 약자의 법조 진출 길이 넓어질 것이다.
Q. 사기를 당해 수사기관에
고소를 했다. 그런데 검사가 민사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승복할
수 없어 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법개혁
개정안은 모든 범죄에 대해 ‘재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즉 어떤 범죄에 대해
고소나 고발을 한 사람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이 있는 때에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 법원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고, 직접 공소유지 변호사를 선정하게 된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피해자·피의자
모두 보호한다?
Q.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 불안감을 느끼거나 범인과 마주쳐
진술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피해자가 수사나 증언 시에 불안
요소가 있을 때는 부모 등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을 동반한 상태에서 진술을 할 수
있다. 범인과 대면해 증언하기가 곤란하면 비디오나 보호시설에서 증언하면 된다.
이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Q. 피의자가 검ㆍ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 참여해 조언 등을 할 수 있나.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 옆에 앉아 조언이나 상담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피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강압적인 수사를 방지하게 된다.
Q. 피의자 진술에 대한 영상녹화가
시행된다고 하는데 피의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또 녹화 후 피의자가 시청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 녹화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녹화 후 시청도 할 수 있다. 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그 취지를 서면에 기재하면 된다.
Q. 기존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형식적으로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말하거나 서면에 미리
작성된 내용을 읽어 보게 한 후 바로 조사를 했다. 이 부분에 변화가 있는가.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본인이 직접 포기하기 전에는
그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다. 이를 위해 피의자의 답변 여부를 조서에 표시하도록
했다.
Q. 종래 조사를 받은 피의자나
참고인이 언제부터 조사를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뿐 아니라 참고인에 대해 조사 장소, 도착한 시각,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등 모든 조사과정을 조서 등에 기록·보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잠 안 재우기
수사 등 불법 수사관행을 예방하도록 했다.
Q. 외국처럼 법정에서 피고인이
변호인과 상의하면서 재판을 할 수 있나.
법정에서 피고인의 좌석을
변호인석 옆으로 옮겨 피고인이 바로 옆에 있는 변호인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더 이상 없다?
Q.
구속된 자가 석방되려면 반드시 돈이 필요했다. 보증금
없이도 석방되는가.
구속된 자 본인이나 부모 등 출석 보증인의 서약서를
제출하는 등 법원이 정하는 다양한 조건에서 석방될 수 있다.
Q.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도
조건부 석방이 가능한가.
지금까지는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영장발부와
영장기각, 두 가지로 결정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조건부 석방제도를 도입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는 하되 보증금 납입 등 일정한 조건을 부과해 피의자를 불구속상태에 둘
수 있도록 했다.
Q. 앞으로는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모두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준다는데.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이때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단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기소가 되더라도 선정된 변호인이 계속해 변호한다.
앞으로 구속된 사람이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는 경우는 없게 되는 것이다.
[SET_IMAGE]6,original,center[/SET_IMAGE]
사개추위 활동 후 성과와 과제를 꼽는다면.
“그동안
단기과제로 제시한 것들은 힘든 과정을 거쳐 마무리됐습니다. 로스쿨 도입, 국민형사재판
참여제도 도입 등 60년 만에 사법제도를 개혁해 선진화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마련한
것이 큰 성과죠. 개혁방안은 국회 입법을 통해 완성되는 겁니다. 현재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 실생활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됩니까.
“국민이
사법작용의 객체나 대상에서 주체가 됩니다. 배심원재판제도 도입 등은 국민이 사법
절차의 주체가 된다는 획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민대표가 사법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됩니다. 또한 경범죄사건 신속 처리절차 도입 등 재판
일정이 빨라집니다.”
개혁안 중 가장 보람된 것이 있다면.
“지난해
개혁 법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로 충돌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조정을 시도해 모든 관련자의 동의로 개혁 방안에 합의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로스쿨 제도 도입 후 운영은.
“로스쿨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10년 이상 묶은 과제였습니다. 그간 사법시험은 서열 위주,
관료화 등 많은 문제점이 따랐습니다. 이번 로스쿨 도입을 통해 법조인 양성과 선발의
질을 높이고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장학제도와 학비 대여제도 등 로스쿨 도입이 문제없이
이루어지도록 철저히 준비 중입니다.”
법관 독립, 전관예우 등 법관의 기수별 서열승진제도
폐지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는데.
“서열승진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법관의 신규 임용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침입니다. 일정 기간
변호사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 일원화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죠. 이에 대해 사개추위는 2012년까지 신규 법관의 50% 이상을
변호사 등 법조 경력 5년 이상 된 인사 중에서 임용토록 건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 초 경력자 중 17명을 법관으로 신규 임용했습니다.”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을 사용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양형의 투명성이나
균등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양형은 유죄로 인정된 이후에
어떤 형벌을 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형사재판의 결론에 해당하죠.
따라서 양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균등하게 이루어져야 국민도 사법제도를 신뢰하게
되겠죠.”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법개혁
법률안들은 정파적 입장과 관련 없이 국가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국민도 사법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항상 주시해주시고 국민과 가까워지는 사법개혁을 기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백기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