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3월
23일)와 대한상공회의소 특강(3월 28일) 등을 통해 잇따라 “상위 20%가 소득세의
90%를 낸다. 따라서 (상위 20%가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세금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처음 이 발언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서민들은 “나는 상위 20%에 해당되지 않을
테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근로소득세
기준 상위 20%는 연봉 3000만 원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워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세금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이 한몫한 것도 사실이다. ‘상위 20%에 세금폭탄’ ‘월급쟁이
대부분=상위 20%’, 따라서 ‘월급쟁이 대부분, 세금폭탄’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식
삼단논법이 동원돼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기감 또는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자,
하나씩 따져보자.
그렇다. 지난 2004년 소득을 기준으로 재정경제부가 추정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자는 모두 1270만 명이다. 이를 급여 수준에 따라 10%씩(127만 명씩) 구분하면
연봉이 상위 10%(10분위)에 해당하는 ‘4900만 원 이상’인 봉급생활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8.3%를 냈다. 그 다음으로 급여가 높은 상위 11~20%(9분위)의 하한선이 3500만 원이었다.
이 9분위가 또 전체 근로소득세의 15.0%를 냈다. 따라서 연봉 3500만 원 이상인 상위
20% 근로소득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93.3%를 냈다.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도 보자. 같은 기준으로 44만7000명씩 잘라 상위 10%인
10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7650만 원이었다. 이들이 전체 종합소득세의 90.1%를 부담했다.
이어 9분위는 6.6%를 냈다. 상위 20% 자영업자가 전체의 96.7%를 냈다.
아니다. 혼동의 출발점이다. ‘근로소득세 납부자’와 ‘가구당 소득’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면서 생긴 착오다. 연봉 3500만 원의 대도시 4인 가족이라면 빠듯한
살림살이다. 경제의 기본 단위는 ‘개인’보다는 ‘가계’로 봐야 한다. 통계청 가계수지
자료로 본 2005년 가구당 평균소득은 3504만 원이다. 가구당 소득이 3500만 원이면
평균 아래다. 가구당 소득이 ‘상위 20%’에 들어가려면 연간 6855만 원은 돼야 한다.
결국 혼자 벌어 가계를 일군다면 연봉 3500만 원은 근로소득 납부자 상위 20%에는
겨우 들어가지만, 가구당 소득 기준으로는 50%에도 못 들어간다.
상위
20%가 아닌, 상위 50%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한편으로는 맞고, 한편으로는 아니다.
일부 언론들의 ‘상위 20%, 세금폭탄’ 명제의 가장 큰 오류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최상위 1%에 속하는 사람과 20%를 간신히 넘는 사람을 동일화시킨 것이다.
연봉 3000만 원과 연봉 1억20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내는 세금을 비교해 보자.
각종 공제를 포함해 계산하면, 연봉 3000만 원인 사람이 내는 세금은 26만3000원,
연봉 1억2000만 원인 사람이 내는 세금은 1618만5000원이다. 소득은 4배 차이 나는데,
세금은 61.5배 차이 난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더 높은 누진세율 체계 때문이다.
정부는 2003년 현행 4단계 과세구간(8%, 17%, 26%, 35%)에 대해 모두 1%포인트씩
세율을 내려 2004년 소득분부터 적용했다. 이를 이전처럼 다시 1%포인트씩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연봉 3000만 원인 사람의 세금은 31만2850원으로 4만9850원 늘어난다.
연봉 1억2000만 원인 사람은 1688만5000원으로 70만 원 늘어난다.
세금 증가율로 보면, 3000만 원인 사람은 19.0%, 연봉 1억2000만 원인 사람은
4.3% 늘었다. 연봉 2000만~2500만 원까지는 각종 공제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증가율은
저소득층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보다는 소득과 늘어나는 세금액을 비교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3000만 원 소득자는 자기 소득의 0.17%(4만9850원)만큼을 더 부담하게
되고, 1억2000만 원 소득자는 자기 소득의 0.58%(70만 원)만큼을 더 부담하게 된다.
세금을 올린다면 그 부담이 누구에게 더 집중되는지 알 수 있다.
[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지난 2004년 소득을 기준으로 한 2005년
근로소득세 납부 현황을 보자. 전체 봉급생활자의 50.7%(643만8000명)는 과표가 1원도
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어 과표가 0~1000만 원인 사람이 29.7%(377만7000명),
과표가 1000만~4000만 원인 사람이 17.6%(224만2000명), 과표가 4000만~8000만 원인
사람이 1.6%(20만8000명), 8000만 원 초과가 0.3%(4만1000명)다. ‘과표 0원’인
경우 각종 공제를 감안하면 연봉 기준으론 대략 2000만~2500만 원, ‘과표 1000만
원’은 3000만~3500만 원 정도다. 연봉 3000만~35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80.4%로
봉급생활자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과표 8000만 원 초과 인원은 0.3%밖에 안 되지만, 이들이 근로소득세의
19.3%를 낸다. 그 다음 과표 4000만~8000만 원(1.6%)이 21.0%를 책임진다. 결국 ‘상위
20%’ 중에서도 이 상위 1.9%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40.3%를 내는 구조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가 세금에 손을 댄다 하더라도 소득 3000만~3500만 원 월급쟁이의
늘어나는 부담은 0~5만 원 수준이다. 반면 연봉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의 부담은
50만~100만 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SET_IMAGE]5,original,center[/SET_IMAGE]
중산층
= 세금폭탄 오도... 세금 논쟁 제대로 해야
|
세금을 많이 내고 싶어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최근 세금 논란은 감정적으로
흐르거나 ‘세금=악’이라는 것을 전제로 진행되는 듯하다.
근로소득세만 보면, 현재 최상위 소득계층의 세금 부담은 결코 적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최상위 소득계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하느냐는 게 제대로 된 논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금 논란은 늘 ‘중산층’이
방패막이로 등장된다. 또 ‘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결코 세금폭탄이라 하기 힘든데도,
중산층이 세금폭탄을 맞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 반면, 고소득층의 세금폭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 외에도 앞으로 세금과 관련해 벌여야 될 논쟁은 ‘현재 세금을 안 내고 있는
하위 50% 가운데 일부는 단돈 1만 원이라도 세금을 내야 하나?’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특혜를 주는 게 타당한가?’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가’ 등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엉뚱한 말꼬리 잡기식 논쟁으로 인해 건설적
논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최소한의 세금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고소득자들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감사하는, 그래서 고소득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제대로 쓰이는 그러한
사회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