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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로 보면 지난해 1분기 0.5%, 2분기 1.4%, 3~4분기 1.6%로 이어지던 성장세가 다소 꺾인 것이다. 이는 투자 부진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4.2%였던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0.7%로 떨어졌다.
지난해 성장세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런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려면 소비-투자-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진행돼야 하는데 투자 단계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비상지도부는 기업투자를 끌어낼 방법론으로 ‘사회적 대타협’과 ‘정책 조합’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기업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계는 그동안 투자 부진이 정부규제 때문이라며 수도권 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 철폐,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 추가 인하, 상속세 폐지 또는 세율 인하 등을 요구해왔다.
그렇다면 먼저 투자 부진 원인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자. 우리나라의 투자증가율은 1970년대 14%, 1980년대 13%, 1991~1997년 8%대를 유지했으나 2001~2005년 3%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최근 기업투자와 현금흐름 간 관계분석’ 보고서를 보면, 상장기업(거래소와 코스닥 기업)이 외환위기 직전에는 연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의 2배 이상을 투자에 썼으나 2004년 현재 63.4%로 급격히 줄었다.
[B]‘공급과잉 - 低투자’ 세계적 현상[/B]
‘규제’만으로 따지자면 1970~80년대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투자가 과잉을 우려할 정도로 활발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업종선점=기업 미래수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각종 특혜성 정책금융도 투자를 뒷받침해줬다. 끝으로 투자 실패시 이를 사실상 정부가 책임져주는 개도국형 삼각구도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면 반강제적인 산업재편 등 투자재조정까지 정부가 해결해줬다.
이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이어 국민의정부 초기 빅딜에까지 이어졌다. 결국 투자 부진의 핵심 요인은 정부규제 때문이라기보다는 투자 리스크를 당국이 헤지(Hedge, 위험회피)해주는 시스템이 바뀐 데다 기존 산업이 안정화되면서 추가적인 수익모델을 찾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중국·동남아 등 저비용 투자처가 넓게 존재해 저부가가치 수출업종의 경우 해외투자로 발길을 돌린 지 오래됐다.
이런 투자 부진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가 공급과잉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영국·프랑스의 기업은 현금흐름의 50% 정도만 투자에 쏟고 있다. 독일이나 캐나다는 그 비율이 75% 수준이다. 64%인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의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선 상당기간 선진국 이상의 성장을 해야 하므로 활발한 기업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오정근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한국경제학회 정책포럼에서 장기 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고비용과 기업규제를 피해 생산설비를 해외 이전하는 경향이 커졌고, 부품소재산업이 덜 발달해 수출의 국내투자 유발효과가 과거보다 작아진 점, 그리고 외국인 지분율 확대와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위협 증가 등으로 인한 기업경영의 보수화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기업규제 완화 △협력적 노사관계 △부품소재산업 육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중소기업 금융 기능 강화 △자유무역협정(FTA) 적극 활용 등을 들었다.
[B]적대적 M&A 따른 경영 보수화도 걸림돌[/B]
결론적으로 규제완화는 분명 투자 부진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라 하겠다. 하지만 정부가 투자 부진 해소를 위해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그것이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 접어야 한다. 또 그래서 자칫 규제완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세금 인하 등이다.
또 하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1388개사(금융기관·관리기업 제외)의 당기순이익은 1999~2001년 연평균 9조 원에서 2002~2004년에는 35조 원으로 거의 4배 증가했다.
이런 현금흐름 개선이 대부분 수출 대기업에 집중됐다. 2002~04년 중 현금증가액에서 5대 기업(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포스코·LG필립스 LCD·LG전자)이 차지하는 비중이 70.3%, 1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8.9%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기업 몇 곳밖에 없다. 그런데 대기업 투자의 고용유발효과는 중소기업에 견줘 떨어지므로 자칫 대기업 일변도 규제완화의 효율성(최소한 고용에 관한)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에서 이뤄지는 규제는 오히려 좀더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에 대한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산업과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 포럼에서 “‘세계 투자보고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 잠재력 순위는 총 140개국 중 18위인데, 실제 성과순위는 107위”라며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여력이 많음을 강조했다.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법률·회계·통신·컨설팅·디자인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에 대한 정책지원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투자 부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대기업은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면 늘 출자총액제한제를 거론한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는 기본적으로 경영권 강화에는 도움이 되나 고용과 직결되는 신규투자, 설비투자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RIGHT]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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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