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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블루캡으로 맹활약 중인 이주희 씨에게 물었다. 그는 “여행객의 민원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며 “여행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결해줄 때가 가장 큰 보람이자 블루캡만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들려준다.
블루캡으로 일하면서 겪는 고충도 물어보았다. 1만3000평에 달하는 인천공항 입국장을 동·서편으로 나눠 두 사람이 커버하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테니까.
“처음에는 공항 입국장을 걸어 다녀야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됐습니다. 하지만 스쿠터를 타고 다닌 뒤로 어려운 점은 없어졌어요.”
[B]인천공항에선 블루캡이 ‘블루칩’[/B]
블루캡들이 공항 입국장의 이곳저곳을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닐 정도여서 고충이 꽤 있을 거라는 지레짐작은 확실히 빗나갔다.
그렇다면 다른 쪽 근무자는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다. 블루캡 중 ‘청일점’ 금병학 씨의 거친(?) 속내가 드러나길 은근히 기대하면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의외였다. “지원자가 늘면서 밀려날까 오히려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 정도다. “최근 들어 베트남 처녀들의 입국이 늘면서 입국장에서부터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어와 영어 몇 마디를 건네며 다정하게 대해주면 무척 고마워한다”고 들려준다.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블루캡의 최전방 ‘포스트플레이’가 자연스럽게 국위선양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블루캡이 인천공항에서 호평을 받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 제도를 운용하는 인천공항세관이 블루캡을 선발하는 과정을 보면 이러한 궁금증은 금세 사라진다. 외국어 구사와 업무 능력, 그리고 직원의 친절도를 철저히 챙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블루캡 요원은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친절 정예요원’이란 얘기다.
‘블루캡 민원도우미 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절서비스 기관으로 발돋움한 인천공항세관이 인천공항 이용자의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하순부터 시행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황남재 과장은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 계기는 국제공항협회(ACI)로부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가장 친절한 세관으로 선정된 게 크게 작용했다”고 귀띔한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블루캡으로 이름 붙여진 것은 공항 이용자의 눈에 잘 띄도록 파란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 파란 모자만 썼으면 됐지, 노란 재킷은 왜 걸쳤을까. 세관 직원이라 공항에서 근무하려면 세관 유니폼을 착용해야 하는데, 민원도우미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거부감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람들의 정서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물어보고 싶어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그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노란 재킷이다. 노란 재킷 착용으로 거부감도 없애고,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B]전동스쿠터는 블루캡 ‘애마’[/B]
블루캡은 6명이 한 팀이며 두 명씩 3개조로 구성된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공항 이용객의 불편이나 애로사항이 없는지를 체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넓은 지역을 발로 뛰려면 체력적인 부담뿐 아니라 시간상으로도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민원사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재빨리 달려가기 위해서다.
블루캡 이주희 씨의 스쿠터에 뭐가 실려 있는지 궁금했다. 스쿠터 바구니에는 휴대품신고서 등 세관 통관 관련서류와 함께 일회용 밴드·상처치료제 등 간단한 구급약이 들어 있었다. 그녀가 들고 다니는 무전기 뒤쪽을 살펴보니 빼곡하게 적힌 여객기 이착륙 시간표가 붙어 있다.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의 시간표를 꿰뚫고 있어야만 일을 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블루캡이 하는 일 중에는 휴대품신고서 작성, 외환 신고절차, 휴대품 통관문의 등 처음 의도한 세관 관련 업무는 60%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더 줄어드는 추세. 나머지는 가지각색이다. 여권 등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되돌려주거나 대중교통을 안내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심지어 사람을 찾아주기도 한다. 지난 5월초 필리핀 마닐라에서 입국한 60대 할머니가 함께 데리고 온 손자를 잃어버렸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애를 태우는 할머니를 애써 진정시킨 후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입국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손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입국장 밖의 환영홀에서 가까스로 손자를 찾아 할머니의 품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다.
야무진 민원해결사인 이들에게 한가한 시간이 어디 있으랴만 아무래도 가장 바쁜 때는 항공기 이착륙이 잦은 오후 시간대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자 ‘블루캡’ 이주희 씨와 금병학 씨의 눈동자가 반짝거렸고, 스쿠터의 속도도 빨라졌다. 공항 이용객이 부르기 전에 먼저 그들에게 다가서려는 블루캡의 노력이 더욱 돋보이는 듯했다.
[RIGHT]이기호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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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