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 인터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거치며 2023년 첫 해외 순방을 마쳤다. 우리 정부는 UAE 국빈 방문에서 ‘UAE 국부펀드(아부다비투자청·ADIA)’의 300억 달러(약 40조 원) 한국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이 투자 결정은 양해각서(MOU) 체결에 그치지 않고 양국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기됐다. 300억 달러는 그간 UAE가 맺은 국가 간 투자협약 중 가장 큰 규모다. 1976년 설립된 ADIA는 세계 3위 투자기관으로 자본금이 약 800조 원이다(2019년 기준).
UAE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이후 한국 기업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제2의 중동 특수’라며 현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UAE 두바이의 주요 도로에는 한국 교촌치킨 광고도 등장했다. 현지 언론 <인사이트 오(INSITE OOH)>는 “교촌치킨이 두바이 옥외 대형광고에 처음 등장하면서 프라이드치킨 등 군침이 도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순방 기간 시식 행사를 했던 설향·킹스베리(고당도 딸기), 토망고(저열량 토마토) 등 한국 과일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실제 일부 업체는 순방 이후 UAE·쿠웨이트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윤 대통령 국빈 방문 이후 UAE에서는 K-콘텐츠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에게 UAE 현지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UAE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들어봤다. 2016년 12월 27일 주한 UAE 대사로 부임해 한국 생활 6년 차인 알 누아이미 대사는 윤 대통령 국빈 방문 당시 현지에서 진행을 도왔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전부터 UAE에 머무르고 있는 알 누아이미 대사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지금이 한·UAE 인적교류 넓힐 적기”
알 누아이미 대사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특별한 성과를 냈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UAE는 중동국가들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과 이런 관계를 갖는 나라가 됐다”면서 “이번에 양국의 관계가 격상된 것은 양국 대통령의 폭넓은 협력을 통해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한국과 UAE의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된 것에 큰 방점을 찍고 “양국이 각각의 협력 분야에서 고위급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외교장관급 특별전략대화, 바라카 원전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원자력협력 고위급 협의, 영사위원회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양국이 ‘원유 수출(UAE)-기술 수출(한국)’이라는 단순 구조에서 벗어나 교류·협력 범위를 다변하고 강화해 호혜적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양국의 공고해진 관계는 단기적 차원이 아닌 전략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양국의 공동 프로젝트는 미래세대의 요구에 맞춰 향후 수년 동안 계속될 수 있고 제3국에서 프로젝트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공동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양국이 협력하며 서로에게 막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혁신·합작·연구개발 등의 협력으로 양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다”며 “지금이 UAE와 한국의 인적 교류를 넓힐 적기”라고 말했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다. 1992년 아부다비투자청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수석분석가를 지냈다. 2011년에는 아부다비 수도 및 전기청(ADWEA)에서 이사로 일했다. 주한 UAE 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아부다비 국영 에너지공사(TAQ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
직업 외교관이 아님에도 알 누아이미 대사는 부임 후 한·UAE 교류·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2022년 3월 UAE 총리로부터 ‘최고의 대사 상(Best Ambassador Award)’을 받았다. 최고의 대사 상이 신설된 해에 유일한 수상자였다. 이에 대해 알 누아이미 대사는 “한국에서 성과 덕분에 수상하게 됐다. 내 역할은 UAE와 대한민국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공 외교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UAE는 1980년 수교를 맺었다. 43년 수교 역사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알 누아이미 대사는 “양국은 주목할 만한 발전을 함께 이뤄왔다. 에너지, 인프라, 산업, 무역, 혁신, 스타트업, 지식재산권, 우주, 보건 등 양국의 협력은 다양하게 확장됐다”면서 “모든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양국의 정책과 전략을 볼 때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새로운 성장 부문들이 미래의 중점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UAE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알 누아이미 대사는 “UAE는 평화, 안정, 번영, 국민의 안녕을 증진하기 위한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평화와 안정·공존이 정착하길 원한다. UAE는 그간 한국 정부가 북한을 위해 실시한 모든 평화적 노력을 지지해왔다. 윤 대통령이 최근 밝힌 계획안(담대한 구상, 북한 핵개발 중단 등)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라카 원전에 이어 추가 원전 건설 분야에 대한 협력계획을 묻자 알 누아이미 대사는 “평화적인 원전 이용은 양국 협력의 핵심 축 중 하나다. 바라카 원전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UAE의 공약을 지탱하며 전력 부분의 탈탄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양국은 앞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식 좋아하고 한국 전통차 즐겨
알 누아이미 대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한식이 독특하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채소와 해산물을 좋아하고 한국의 전통차를 즐겨 마신다고 했다. 제주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연중 온화한 제주도는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좋은 관광지”라며 “제주도 중심부에 솟아난 한라산을 중심으로 조성된 울창한 숲이 인상적이다. 제주민속촌은 수백 년 전 섬의 생활상을 재현해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2022년 10월 ‘명예제주도민증’도 받았다. 그의 누리소통망(SNS)을 방문하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강원 춘천 남이섬, 경기 안성, 강원 속초, 제주도 등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자녀들과 함께 곤룡포를 입고 찍은 사진도 눈길을 끈다.
“문화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 강화” 기대
UAE에서 ‘K-컬처’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알 누아이미 대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어, 한국 음식, K-팝, K-드라마, K-영화, K-패션, K-뷰티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선수와 연예인들도 인기다. 한국 문화의 인기는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고 한국 방문으로까지 연결됐다. 한류가 두 나라 사이의 인적 교류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에는 국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세 개(두바이 세종학당·아랍에미리트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아즈만 세종학당)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의 중동 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K-콘텐츠와 연관산업 수출을 확대하고 문화·체육·관광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두바이 K-팝 공연과 10월 코리아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한국과 UAE의 문화를 상호 발전시켜야 할지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문화 교류는 양국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한·UAE는 2007년 문화협력협정을 체결했다. 2020년에는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2020년을 ‘문화대화의 해’로 지정해 문화 교류도 증진시켜왔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문화 분야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의 도서전, 국립도서관 간 도서 교류, 콘텐츠 분야의 지식·전문성 교류 등 광범위하고 강화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중동 지역의 관문이자 허브인 UAE는 10년 연속 ‘아랍 청년들이 가장 살고 싶은 국가’로 선정됐다. 알 누아이미 대사는 “UAE는 혁신, 문화, 상업의 세계적 중심지다. 다양하고 관용적인 미래지향적 사회를 추구한다”며 “아랍 청년들은 아랍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엄청난 능력과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UAE 지도부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며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어떠한 성과를 남기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런 대답을 남겼다.
“윤 대통령의 순방으로 한국과 UAE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대사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양국의 전략적 협력과 우호 관계를 증진·확대하겠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