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영상 보안 규제완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혁신 정책으로 민간기업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정부가 ‘규제개선 현장간담회’를 통해 민간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에 귀를 기울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 한덕수 국무총리는 6월 17일 벤처·신생기업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위성영상 보안 규제로 위성영상 정보의 질과 배포·판매 속도는 해외 기업이 더 우수할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한 결과 위성영상의 해상도 기준을 4m에서 1.5m로 완화했다. 정부의 이 같은 규제완화는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관련 기업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위성영상 보안 규제완화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규제완화로 자원 절감, 서비스 개선도 기대
“우리 같은 신생기업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위성영상 보안 규제완화는 상당한 자원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앞으로 관련 서비스도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초소형 인공위성 종합 솔루션 기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나라스페이스)는 정부의 이번 규제완화가 누구보다 반가운 곳이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우리 회사는 2023년 10월에 초소형 광학위성(Observer-1) 개발과 발사 검증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초소형 광학위성의 해상도가 1.5m”라며 “다행히 이번 위성영상 보안 규제완화로 위성정보의 촬영과 수신 등을 위한 별도의 추가 절차 없이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초소형 인공위성 ‘옵저버(Observer)’는 나라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초해상화 솔루션을 적용해 50cm 수준까지 높여 서비스할 계획이며 2023년 말 미국 스페이스X사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옵저버는 군집으로 운용하면 중·대형 인공위성 1대를 운용할 때보다 훨씬 짧은 시간 간격으로 지구 자료를 수집하면서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위성영상 보안 규제는 2007년 아리랑 2호(해상도 흑백 1m, 컬러 4m) 발사를 계기로 해상도 기준을 6m에서 4m로 완화한 이후 지속적인 규제완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듯 15년간 완화되지 않았던 규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업들의 간담회 이후 두 달여 만에 4m에서 1.5m로 전격 완화된 것.
나라스페이스 역시 해상도 규제로 그동안 힘들었던 때가 많았다. 박재필 대표는 “위성영상 서비스는 각 해상도별로 관측이 가능한 목적물과 그에 따른 자료(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한 시장이 구분돼 있다. 이 때문에 해상도 규제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에 한계가 있어 부가가치 창출이 제한적이었다”며 “위성영상정보 시장은 세계시장 진출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국내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해상도 규제로 성공 사례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그동안 아쉬웠던 속내를 털어놨다.
위성 대량자료 플랫폼으로 유럽 공략
나라스페이스에서 개발하는 초소형 인공위성은 기존의 중·대형 인공위성과 달리 위성의 대량생산에 최적화돼 있어 위성 수십, 수백 기로 이루어진 군집 단위 위성 인프라(기반) 구축이 가능하다. 나라스페이스는 이를 활용해 매일 전 지구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을 촬영하고 이를 대량자료(빅데이터)화한다. 이렇게 수집한 대량자료는 나라스페이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 기반의 위성 대량자료 분석 플랫폼 ‘어스페이퍼(Earthpaper)’를 통해 제공한다.
어스페이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를 위한 온실가스 모니터링 등 환경 분야, 세계 선박·물류 추적 등 유통 분야, 원자재·농산물의 생산량 예측 등 금융 분야, 불법 건축물 탐지나 도시 건강성 평가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9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초해상화 기술 기반의 위성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어스페이퍼를 공개하며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나라스페이스는 크기 대비 가장 높은 공간 해상도를 지닌 위성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3년 10월, 2024년 4월 각각 1.5m 해상도를 지닌 초소형 위성(16U)을 발사할 계획”이라며 “위성 대량자료를 상용화해 금융, 스마트시티(지능형 도시), 환경, 해양, 농업,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위성 대량자료 플랫폼 어스페이퍼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분야 전체 시장은 2040년까지 1조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우주 대량자료 영상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0%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위성 대량자료 시장에서는 수많은 수의 위성을 통해 대량자료 수준의 자료 생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효율성과 경제성이 극대화된 위성체계가 필요하다. 이에 발맞춰 나라스페이스는 위성영상 규제완화를 발판으로 더욱 높이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8월부터 자체 개발한 위성영상 초해상화 솔루션(Super Resolution : 저해상도 이미지를 3~4배 이상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서비스)을 유럽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자체 초해상화 기술을 활용해 초소형 인공위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해상도 위성 촬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초해상화 기술은 다른 국내외 기관 및 업체가 위성, 드론, 지상 센서 등으로 수집한 자료와 융합에도 활용돼 위성 자료의 완성도를 높인다.
박 대표는 “나라스페이스의 초해상화 솔루션은 지리정보·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인 UP42사의 철저한 테스트와 성능 검증 절차를 통과했다”며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력이 유럽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우주 기업으로 성장할 터”
세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라스페이스의 박 대표는 세계 기준에 통용되는 규제완화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번에 해상도 기준이 1.5m로 완화돼 기쁘지만 세계 위성영상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30cm)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고해상도 시장은 앞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영상정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세계 수준과 비슷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주개발사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는 뉴 스페이스 시대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위성의 제작과 자료 분석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나라스페이스는 5년 이내에 100기 이상의 위성을 발사해 세계 주요 도시에 실시간 위성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며 전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세계적 우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영상을 활용하는 서비스 시장은 2020년 기준 41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으며 2030년까지 75억 달러(약 10조 원)로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분야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위성영상 활용 서비스 시장은 2020년 기준 781억 원 수준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의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규제혁신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규제완화는 국내 위성 활용 산업을 활성화해 관련 기업의 투자와 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보안 분야의 기존 규제들이 이번 개선을 통해 혁신적 서비스 확산과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글 김민주 기자, 사진 나라스페이스
현장 간담회에서 업계 건의 듣고
관계부처 장관급 모아 규제개선
국무조정실은 ▲위성영상 보안규제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도 ▲정보보호제품 보안 인증제도 ▲무선 영상전송장비 시험인증 등 정보보호 분야 규제 4건을 개선했다.
이번에 개선이 결정된 규제들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6월 17일 투자박람회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2’를 찾아 벤처·신생기업과 한 간담회에서 나온 기업 건의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간담회 직후 한 총리는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관계부처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규제는 직접 챙기겠다”며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의 즉각적인 개최를 지시했다고 국조실은 전했다. 이에 6월 29일 한 총리가 주재하고 국정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방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본격적인 규제개선에 착수했다.
국조실은 실무진 협의 후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는 통상적 방식과 달리 국무총리가 직접 관계부처 장관과 논의에 착수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국조실 관계자는 “이번 규제개선이 국내 위성 활용산업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관련 기업의 투자와 서비스 개발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