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푸드스캐너’로 급식 관리하는 누비랩
2021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음식물쓰레기가 약 10억 톤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한국은 음식물쓰레기를 가구당 81㎏(세계 평균 71㎏) 배출했다.
창업 4년 차인 누비랩(Nuvilab). ‘데이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단체 급식소 관리 시스템 ‘AI 푸드스캐너’를 상용화했다. 누비랩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여 지구온난화와 개인의 식습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난 1월 5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 참가했다. CES를 방문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누비랩 전시부스를 찾았다.
AI 푸드스캐너는 비접촉 스캐닝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음식의 종류와 양을 분석한 후 이를 전산화한다. 스캐닝에는 특수 카메라가 활용돼 음식 종류·부피를 측정한다. 순서는 스캐너가 배식받은 식판을 자동으로 감지해 밥과 국, 반찬 등의 종류와 양을 파악한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시 식판을 스캐닝해 식사 전후 모습을 식별한다. 이를 바탕으로 섭취량과 잔반량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DB)에 정보를 남긴다. 이러한 정보가 한데 모여 빅데이터가 된다.
급식소에서는 급식 정보를 바탕으로 선호·비선호 음식을 파악해 재료나 조리법을 보완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인다. 생선찜이 반찬으로 나갈 때 잔반이 늘었다면 다음에는 조리법을 바꿔 생선튀김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AI 푸드스캐너를 도입한 뒤 음식물쓰레기가 평균 30%가량 줄었다. 한 고등학교는 AI 푸드스캐너 도입 후 음식물쓰레기가 55% 감소했다.
식판을 반납하고 나가는 길목에는 잔반·탄소 배출량 등 각종 수치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표시판(환경 대시보드)이 설치돼 있다. 표시판은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표기에 그치지 않고 잔반을 줄여 환경에 기여하도록 하는 동기까지 부여한다.


개인 맞춤형 식단 관리까지
AI 푸드스캐너는 섭취량과 잔반량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식습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안면인식이나 개인 식별 카드를 찍으면 개인별 섭취한 영양소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식단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 영·유아 등에게 유용하다.
급식소마다 조리법이나 재료가 다를 수 있을 텐데 AI 푸드스캐너는 어떻게 영양소를 파악할 수 있을까? 영영사 출신인 이유정 매니저는 “급식소마다 사전에 제공받은 조리법과 재료를 파악한 후 이를 학습시켜 식재료 중량에 기반해 영양성분을 계산한다”며 “AI는 학습을 많이 할수록 정확도가 높다”고 했다.
상추쌈 안에 넣은 고기 조각도 파악할 수 있을까? 누비랩 고영곤 리더는 “AI 푸드스캐너는 사람의 눈과 유사하다. 사람이 분간할 수 없다면 AI 푸드스캔도 파악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현재는 AI 푸드스캐너를 고도화해 파스타나 비빔밥도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계속해서 기술을 개선해 표준화·고도화·첨단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기존 급식소가 관리자 경험에 의존해 운영됐다면 AI 푸드스캐너는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급식소를 운영하도록 돕는다”며 “▲식단 설계(예측 불가→적정 수요 예측으로 식단 설계 최적화) ▲수·발주(기존 데이터 재활용→수요량에 맞는 수·발주) ▲조리(사용자 선호에 맞는 조리법 개발·설계) ▲잔반 감소로 인한 운영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AI 푸드스캐너를 활용하면 500명 기준(하루 잔반 300g 배출 가정)으로 한 해 평균 15.3톤의 탄소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소나무 1848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이자 서울~부산 왕복 76회 운전 시 발생하는 탄소에 해당한다.
AI 푸드스캐너는 민간회사(SK텔레콤, 신세계 백화점 본사)와 공기업(서울시청, LH서울본부), 학교, 어린이집, 병원 등 70여 곳에서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음식 데이터는 약 400만 건이다. 매일 1만 5000개의 데이터를 축적해가며 정확도와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고영곤 리더는 “지난 1월 참가한 CES가 누비랩에는 네 번째 참가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디지털 헬스존(digital health zone)에서 단독부스를 마련해 전시했다”며 “디지털 헬스존에서 누비랩만 유일하게 음식과 건강을 연계했다. 호텔·항공·케이터링 등 유수 기업에서 협업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2018년 설립된 누비랩은 첫해 환경창업대전에서 대상(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2020년 소셜벤처 우수상 수상(고용노동부장관상), 2021년 7월 한국 100대 AI스타트업에 선정됐다. 2021년 11·12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도 받았다.
이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