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서울에너지드림센터를 가다
정부는 녹색건축·에너지효율등급·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은 녹색건축물의 우수한 준공 사례를 시상하기 위해 매해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을 열고 있다. 2022년에는 녹색건축물 인증을 취득한 지 5년이 지난 건축물을 대상으로 녹색건축 운영 부문을 신설했다. 녹색건축물의 유지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운영부문 국토교통부장관상은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수상했다.
건물 자체가 신재생에너지 교재
10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수십 명의 고등학생이 지열, 태양광,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제로에너지 기술을 견학하고 있었다. ‘친환경 에너지 드림타운’,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태양광에너지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거울판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조명 빛을 반사시켜 모형 비행기에 제대로 비추자 비행기가 움직였다. 손발전기를 힘차게 돌려 송풍기 바람으로 바람개비가 돌아가면 풍력에너지의 발전량이 표시됐다. 펌프질해 물을 끌어 올린 뒤 떨어뜨리면 그 높이에 따라 발생하는 수력에너지양이 계기판에 나타났다. 학생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상대방의 에너지양에 앞서기 위해 펌프질에 열중했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체험한 학생들은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건물에 적용된 핵심기술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오늘 관람하면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해가 많이 들어오는 쪽 창문 외부에는 전동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어요. 어디에 설치돼 있다고요? 실내 아니죠. 건물 바깥에 있어요.”
일사량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히는 외부 전동 블라인드는 여름철 일사(태양복사에너지)를 차단해 냉방 부담을 낮춘다.
해설사는 “여기 바닥에는 관이 깔려 있어 여름에는 차가운 물이 흐르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흘러 복사열로 냉난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땅속 열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이다. 땅속에선 1년 내내 온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66도 기울어진 독특한 외관도 단순한 멋 부림이 아니었다. 한옥의 처마처럼 겨울에는 일사가 들어오고 여름에는 일사가 차단되는 최적의 기울기를 구현한 것이다. 신동철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시설운영국장은 “아름다움과 기능이 같이 가는 좋은 디자인 설계의 사례”라며 “녹색건축 기술 하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기술과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액티브 기술만 많이 언급하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가 가장 좋은 기술이 이런 설계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벽 바깥쪽에 단열재를 두껍게 설치하는 외단열 시스템으로 최고의 단열 성능을 확보했다. 해설사는 “열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꽁꽁 싸맨 건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건물 2층에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전용 극장 말고는 에어컨이 아예 없다”고 했다.
자립률 153% ‘에너지 플러스’ 달성
서울시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시민에게 더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가게 하고자 세운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어린이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시민을 대상으로 에너지·기후변화 교육·체험 프로그램 및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개관한 뒤 지금까지 약 59만 명(연간 약 6만 2000명)이 방문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자립 공공건축물(에너지제로하우스)로 준공 뒤에도 건물 에너지와 관련한 자료(데이터)를 수집해 기본 자료(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생산량과 사용량 현황을 꾸준히 점검(모니터링)하고 있다. 주요 설비 성능 진단 등을 통해 건물 에너지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신동철 국장은 “제로에너지 전문 전시·홍보관이다 보니 건물을 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건물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에너지 관련 데이터가 30초 간격으로 쌓이는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축했어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난방 에너지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던 거죠. 현장 심사하러 온 녹색건축대전 심의위원들도 이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최적화할 수 있었고 그 성과에 따라 재투자하는 선순환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패시브 기술을 통해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70% 이상 줄였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쓰고 남은 에너지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2021년에는 에너지자립률 153%의 성과를 달성했다. 자체 에너지 생산량이 에너지 소비량을 초과해 에너지자립을 넘어 실질적 ‘에너지 플러스’ 상태다.
신 국장은 “10년 전 개관할 때와 달리 이제는 잘 지은 녹색건축물이 정말 많아졌지만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운영 데이터가 국내 어느 건물보다 많은 곳이 서울에너지드림센터”라며 “평소 운영과 관리에 관심을 가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준공 뒤 운영·관리도 관심 가져야
2018년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도입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원격으로 제어하고 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2021년부터는 3개년 계획으로 새로운 BEMS를 개발하고 있다. 신 국장은 “기존 BEMS가 모니터링 기능에 치중했다면 새로운 BEMS는 그동안 발전한 기술들을 반영해 일주일이나 한 달 뒤 총사용량과 요금까지 예측하는 기능 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이런 운영 경험을 국내외 공공 및 민간기관에 전하기 위해 2019년부터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최적화 운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산업계, 학계, 연구소 등과 산학연을 맺고 함께 분석한 내용과 받은 조언을 보고서에 담는 등 운영·개선 방안을 체계화했다.
신 국장은 “우리 건물의 존재 이유 자체가 제로에너지 확산이기 때문에 실무자뿐 아니라 관리자와 건물 소유주인 서울시까지 에너지 운영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매년 보고서를 발간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2020년부터 전문 해설과 자문(컨설팅)을 상시 운영하며 에너지자립 건축물 확산과 운영·관리에 기여하고 있다. 신 국장은 “한번 설치해놨다고 끝이 아니라 좀 더 나은 기술을 도입해 시험장(테스트베드)처럼 먼저 써보고 개선한 뒤 보급 확산하는 역할까지 했던 것이 이번 수상의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녹색건축대전 시상식에서 ‘이제는 녹색건축물을 짓는 데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짓고 난 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검증 과정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런 논의에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정부, 제로에너지 공공건축물 확대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공공건축물부터 선도적으로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고 있다.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시행한 국토교통부는 2021년 12월 국토교통 분야의 탄소중립 이행안(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축 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2023년 1월부터는 공공건축물 신축 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대상을 연면적 500㎡ 이상 공공건축물과 30세대 이상 공공 분양·임대 공동주택으로 확대한다. 특히 공공 공동주택의 경우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일정을 기존 2025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겨 시행한다.
엄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2025년 본격적 민간부문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에 앞서 공공 중소 규모 건축물과 공동주택에 선제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고 했다.
또 공공건물에 대해 강화된 에너지 허가 기준 등을 반영하도록 녹색건축물 전환 인정 기준을 높였다. 2022년 8월부터 녹색건축물 전환 인정기준이 기존 에너지효율 인증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됐고 1차 에너지소요량 절감량 기준은 20%에서 30%로 높아졌다.
정부는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 과정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 및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등을 취득한 경우에는 별도의 현장 조사 없이 바로 녹색건축물로 전환됐음을 인정받도록 절차도 간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