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사회와 모범적 소통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환경보호와 산업안전 분야에 투자하고 노력해 모범적인 기업이 돼야 한다.”(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22년 신년사)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업의 책임과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나눔의 가치를 적극 실천해나가자.”(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022년 신년사)
“탄소는 시간에 따라 감축해야 할 양이 정해져 있다. 선도자로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해결 방안을 만들어 전 세계에 적용해 우리의 사업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2022 울산포럼)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대형 산불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전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기후위기 대응이 인류 공통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기업들도 미래의 생존 전략으로 ESG 경영, RE100 가입 등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ESG 경영은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기업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도이정원 숲’, ‘아이오닉 포레스트’…
2022년 창립 70주년을 맞는 한화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확보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활용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 달성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2022년 신년사에서 ESG 경영을 주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셀과 정보기술(IT) 기반의 전력 솔루션 사업, 풍력발전 사업까지 진출해 세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산림청도 기업의 ESG 경영 지원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 현대자동자그룹, 유한킴벌리, SK, 두나무, LG, 우리금융그룹 등과 ESG 경영 지원 업무협약을 맺는 한편 산림 전용 및 황폐화 방지를 통한 탄소배출저감사업(REDD+), 산림탄소상쇄제도 등 탄소 저감 활동에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가속화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산림환경과 생태계 보전, 산림복원 등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외 산림 분야 탄소중립 모델과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과 연계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탄소중립의 해답을 지구의 허파인 ‘숲’ 조성에서 찾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포스코는 9월 2일 전남 광양시에서 ‘포스코(POSCO) 도이정원 숲’ 착공식을 치렀다. 도이정원 숲은 2021년 기준 국내 운송량 2100만 톤에 따른 약 13만 4000톤의 탄소 배출에 대응해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포스코플로우(주)와 14개 물류 파트너사가 사업비를 공동 출연했다. 광양시가 제공한 성황근린공원 부지 내 3만 ㎡ 면적에 2022년 연말까지 상수리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탄소 저감 능력이 뛰어난 수종을 중심으로 한 자연 친화적 도심 숲을 조성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4월 20일 경기 용인시에서 ‘탄소중립의 숲’ 기념식을 열었다. 용인시 일원 16만 5000㎡ 면적에 2026년까지 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재흡수가 목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 숲 조성 프로젝트인 ‘아이오닉 포레스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이오닉 포레스트는 현대차의 친환경 숲 조성 프로젝트 이름인 동시에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숲을 일컫는다. 나무 심기 전문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협력해 2022년 4분기에 강원 홍천군 내면 방내리에 구상나무 3000그루, 아까시나무와 물푸레나무 각 2500그루를 심어 1만 6000㎡ 규모의 친환경 숲을 새로 만든다. 앞서 9월에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에 300㎡ 규모의 자생 정원을 조성한 바 있다.
공기업인 한국예탁결제원은 9월 19일 강원 원주시와 ‘산림탄소상쇄의 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원주시 호저면 주산리 일대 9만 2000㎡ 면적에 탄소흡수 능력이 우수한 화백나무 2만 5000그루를 심어 지역특화림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인천공항 등 ‘RE100’ 가입 잇달아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본격화하고 있다. RE100 가입은 기업들이 강조하는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의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8월까지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22개 기업이 가입했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9월 RE100 가입을 공식화했다.
SK그룹은 가장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이행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2020년부터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등 8개 주력 계열사가 RE100에 가입했으며 도전적으로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행사와 공식 석상에서 ‘넷제로’와 ‘환경’을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영향이 크다. 최태원 회장은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 폭이 커져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11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의 RE100 가입을 완료한 현대자동차그룹의 RE100 이행안(로드맵)은 재생에너지 2030년 50% 전환, 2040년 90% 전환, 2045년 100% 전환이다. RE100 권고기준인 2050년보다 5년 앞당겨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SDI는 10월 3일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순환 등 2개 주제 아래 8대 세부 과제를 선정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단계적으로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며 헝가리와 중국 톈진, 말레이시아 등 해외 사업장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2년 안으로 구체적인 RE100 이행 실행 방안을 세우기로 했다. 인천국제공항 사용 전력을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100% 태양광, 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해 RE100 권고기준보다 10년 앞서 RE100을 달성하는 내용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는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숲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 앞장섰다. 1984년부터 38년간 지속하고 있는 숲 환경 캠페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통해 나무 심기 활동을 펼치며 건강한 숲 조성뿐만 아니라 숲과 사람의 공존 중요성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렸다.
이를 통해 국·공유림에 530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730여 학교에 숲을 조성했다. 특히 20년 이상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여의도 11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조성한 ‘몽골 유한킴벌리 숲’은 성공적인 해외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우리는 생활·건강·지구환경을 위해 행동합니다’라는 구호 아래 생활과 건강, 지구환경을 위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 ESG위원회를 꾸린 유한킴벌리는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제품으로 매출의 95% 이상 달성, 6000만 그루 나무 심기 등의 목표를 세웠다.
제품과 포장에서 원천적으로 불필요한 물질 사용을 최소화하고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 50% 줄이기, 지속 가능한 산림인증 펄프 사용, 포장재 절감 대용량 제품 공급, 재생 플라스틱 사용 등 제품 생산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는 산림을 통한 환경과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 중 하나다. 2022년 식목일을 앞두고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함께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내 나무 갖기 행사를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시민 1명이 확장가상세계 공간에 가상의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산불 피해 지역에 진짜 나무 두 그루를 심는 산림 복구 활동을 펼쳐 총 1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데 기여했다.
확장가상세계 이용한 나무 심기
두나무는 탄소중립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6월부터 전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교육 프로그램 ‘그린리더’를 운영 중이며 9월에는 이를 두나무 확장가상세계 플랫폼 세컨블록에 적용한 ‘두나무 그린리더’를 선보였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ESG 경영과 산림, 산림을 보호하는 디지털 기술, 우리는 그린리더 등 네 가지 주제로 총 18편의 영상 자료를 제공해 청소년들이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고 더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문제를 체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두나무는 최근 열린 디지털아트 전시회 <포레스트전>에서 발생한 대체불가능토큰(NFT) 낙찰 대금 일부와 판매수수료 전액을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 기부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나무와 숲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산림청과 함께 NFT를 활용한 희귀 수종 및 자생 수종 복원 기금 조성, 확장가상세계에서 숲 가꾸기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김미영 기자, 사진 산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