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에 사는 정진화 씨는 1월 30일 받은 도시가스요금 명세서를 보고 놀랐다. 17만 원에 가까운 가스요금을 확인하고 나서다. 사용량이 비슷했던 2022년 2월에 납부한 가스요금은 11만 원 정도였는데 1년 사이 1.5배 오른 셈이다. 정 씨는 “우리나라 도시가스 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금 속상하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난방비가 올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 난방비 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지난 몇 년간 난방비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요금은 억제돼왔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34.24달러로 2021년 15.04달러 대비 128% 올랐다. 이로 인해 수입액은 2021년 254억 5278만 달러(약 31조 4494억 원)에서 2022년 500억 2218만 달러(약 61조 8174억 원)로 폭증했다.
이런 인상 요인 때문에 정부는 2022년부터 가스요금에 인상 요인을 일부 반영해왔다. 4월과 5월, 7월, 10월에 걸쳐 네 차례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을 기준으로 2022년 1월 MJ(열량 단위)당 14.2원이었던 가스요금은 12월 19.7원으로 올랐다. 이마저도 요금을 2.6배 올린 영국이나 3.3배 올린 미국보다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국민, 특히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병행해왔다. 장애인, 국가·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는 동절기(12~3월) 도시가스요금을 할인해주고 취약계층에게는 일정 금액의 에너지바우처(이용권)를 지원했다.
특히 1월 26일과 2월 1일에 걸쳐 두 차례 발표한 ‘난방비 절감 대책’은 난방비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을 덜고 서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로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이 대폭 상향된다. 기존에는 동절기에 15만 2000원 지원하던 것을 두 배로 인상된 30만 4000원 지원한다.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이용권이다. 에너지바우처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기준과 세대원 특성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수급자여야 한다. 이중 수급자나 세대원이 ▲195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노인 ▲2016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영·유아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임산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중증질환이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따른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을 가진 사람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한부모가족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아동분야 지원대상에 해당하는 소년소녀가정은 에너지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에너지바우처를 발급받지 못한 사람도 두터운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기초생활수급자가 59만 2000원을 난방비로 지원받도록 제도가 정비된다. 차상위계층의 경우 1월 26일 발표한 정책에 따르면 도시가스요금을 월 7만 2000원씩, 동절기에 총 14만 4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었는데 2월 1일 추가대책으로 44만 8000원이 추가로 할인돼 총 59만 2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1월 26일 대책에 따르면 장애인,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는 28만 8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향후 에너지바우처나 가스요금 할인 대상자가 신청자격은 되는지, 절차는 어떤지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에너지공단이 미신청자에게 문자·우편·전화를 통해 신청을 독려하고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통·반장 등을 통해 전달할 계획이다. 지역 도시가스 회사 검침원을 통해 홍보물도 배포하고 언론 등을 활용해 할인제도 안내와 신청을 독려할 예정이다.
누락되는 일이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에너지바우처 신청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서 대상자를 추출해 행정복지센터에 정보를 주고 신청을 독려해 에너지바우처를 제공한다. 이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만 하면 해당 요건을 갖춘 사람은 자동으로 에너지바우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의 서민들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에도 관계부처, 지자체, 기관들과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