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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20분. 안양 호계초등학교 영양사 이흥남 씨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출근하는 8명의 조리사들은 이씨의 검열 대상 1호.
감기나 건강에 이상신호가 있는 조리사는 출근표에 도장도 찍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들의 출근 인사는 “감기 안 걸리셨죠”다.
7시 40분. 채소와 야채를 실은 부식차량이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부식 배달 직원이 위생복을 꺼내 입는다. 조리실 입구에는 ‘위생복 미착용 출입금지’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씌어진 표지판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점심 메뉴는 흑미밥에 순두부국, 명태조림, 오이생채, 김치. 후식은 수박이다.
한 손에는 서류철, 다른 손에는 레이저 온도계를 쥔 이씨가 출입구를 막아선다. 쌀·순두부·고추·오이 등이 도착한 것이다. 이날 도착한 재료 대부분은 유기농 제품이다.
[B]조리사 감기 걸리면 “집에서 쉬세요”[/B]
이씨는 라벨에 표시된 원산지부터 확인한다. 라벨이 없는 제품은 ‘출입 불허’다. 운반 도중 라벨이 떨어진 제품도 마찬가지. 이씨는 재료 하나하나마다 손으로 만져보며 세심하게 확인한다. 확인 작업에는 코도 동원된다. 확인작업에는 코도 동원되어 제품이 변질됐는지 살핀다.
10분 후 냉동된 명태가 도착했다. 냉동제품 검수는 더욱더 까다롭게 진행된다. 우선 레이저 온도계로 박스 겉과 제품 내부온도를 확인한다. 냉동제품의 경우 온도 차이가 크면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씨는 “의심스러운 재료는 철저하게 원천봉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합격점을 받은 재료들은 조리실로 옮겨진다. 이때 제품의 원산지 라벨은 일일이 떼어내 서류와 함께 보관한다. 식중독 사고 등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원인 규명에 이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8시 30분. 조리할 음식 재료준비를 끝내고 아침 조회에 들어간다. 이날 조회에서는 조리방법은 물론 음식량 조절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9시부터 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됐다. 하얀색 위생 가운과 마스크로 무장한 조리사들의 칼놀림이 빨라진다. 조리실 내부 온도는 23도를 넘어섰다. 온몸에 땀이 흐르지만 조리사들은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데 더운 것쯤은 참을 수 있다”며 웃어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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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건강급식’ 학부모들이 더 좋아해 [/B]
낮 12시 10분. 3학년 1반 학생들이 학교가 떠나갈 듯 함성을 지른다. 급식카트가 도착하자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차례로 줄을 선다.
급식당번이 익숙한 솜씨로 앞치마와 마스크 그리고 두건을 쓴다. 아이들에게 배식을 하면서 “맛있게 먹어”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후식인 수박부터 먹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순두부국에 밥을 말아 먹는 아이, 오이무침을 밥에 비벼 먹는 아이까지 하나같이 맛있게들 먹는다. 담임교사 노혜진 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다른 학교와 달리 밥을 잘 먹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호계초등학교 급식의 특징은 철저한 위생관리 외에도 건강식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급식의 80% 이상을 유기농 야채로 만든다. 조리도 전통한식을 고수한다. 피자·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기 위해서다. 비만과 함께 최근 문제되고 있는 것이 아토피성피부염. 호계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무려 200여 명이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이씨의 식단 덕에 최근 70여 명의 학생이 증세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식단에 불만이 많았던 학부모도 건강 식단에 적극 호응했다.
이씨는 “학부모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고기반찬과 같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지 않았을 때”라며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는 요즈음 아이들은 다양한 영양소가 부족해 식단 조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편식이 심할 경우 아이와 학부모에게 건강 급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최재철 교장은 “학교 급식을 맛있게 만들기보다는 식생활 습관을 조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호계초등학교는 직영급식 1710원 중 80%가량인 1380원을 식재료비로 사용한다. 최 교장은 “아이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지원해주면 좋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RIGHT]최재영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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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