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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박○○ 국장은 지난 7월 3일 ‘이사관’
대신 ‘고위공무원’이라는 소속 직함과 이름이 적힌 임용장을 받았다. 이와 똑같은
형식의 임용장을 받은 고위공무원은 모두 1500여 명.
공무원 호칭에서 ‘관리관’ ‘이사관’ ‘부이사관’ 등 직급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국장’ ‘실장’ 등의 직책만 남았다. 계급은 없고 ‘하는 일’만
남긴 공무원사회의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위공무원들에게 축하와 당부의 서신을 보내 “이제 여러분은
동료 간 그리고 선후배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직을 받게 된다”며 “능력과 성과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더 이상 시험 기수나 연령, 승진 순서 등에 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무원단제도의 핵심 키워드는 ‘개방과 경쟁’. 고인 물이 썩듯이 외부와
담을 쌓은 조직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고위공무원단에 속한 직책의 절반은
외부개방이 원칙이다. 30%는 부처 간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찾는 공모직위로, 20%는
민·관이 함께 경쟁하는 개방형직위로 문호가 열린다. 공직 내·외부를
막론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부처 간 이동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중앙인사위원회
변형섭 정책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부처 간 이동이 가능한 공모직위 때는 반드시
직위별 자격요건을 사전에 설정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뽑도록 돼 있다”며
“역량과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경쟁선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못 박았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공모직위
30%, 개방형직위 20%
기존의 계급이 사라짐은 물론 같은 고시 동기생이라도
능력에 따라 보수에서 차이가 난다. 제도 자체가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 더 큰
보상을 하는 체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경력이 많을수록 보수를
많이 받았으나 앞으로는 더 어려운 일을 하고 더 많은 실적을 내는 사람이 높은 보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가’ 등급 자리에 보직된 사람은 성과급으로 연간 1200만
원을, ‘나’ 등급은 960만 원, ‘다’ 등급 720만 원, ‘라’ 등급은 480만 원,
‘마’ 등급은 240만 원을 받는다. 성과급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순전히 본인이 수행하는
직무에 따라 연간 봉급액이 최대 960만 원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 연봉대비
1.8% 수준인 성과연봉 비중도 2007년 5%, 2008년 10%까지 확대될 예정이어서 ‘성과에
따른 보상’문화가 공직사회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인사위 유관선 홍보협력담당관은 “고위공무원단제도는 신분적 계급 중심의
우리 공직 인사시스템을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신이 국장이라면?”
서울 마포구
도화 2동에 자리 잡은 ‘중앙인사위원회 역량평가센터’. 고위공무원단 진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한·미 FTA와 관련, 농산물과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과 향후 대책을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하십시오.”
평가위원들로부터 기존과는 색다른 과제를 받은 ㅅ부처 ㄱ과장이 진땀을 흘린다.
여기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한 번에 6명 단위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대1,
1대2 역할 학습에 이어 프레젠테이션·인터뷰·집단토론 등이 이어진다.
과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평가위원은 후보자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지(의사소통 역량),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지(전문가 의식 역량) 등을 포함해 모두 9가지 능력을 측정한다.
그동안 서기관에서 부이사관 승진은 거의 자동이었다. 큰 잘못이 없으면 연공서열에
따라 국장 자리가 보장됐다. 이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보자 교육과정과 역량평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합격점을 받아야만 비로소 고위공무원에 지원할 수 있는 ‘후보자’가
된다. 이후에도 직위공모 등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할 수 있다.
그야말로 능력주의 인사행정이다.
앞으로 공무원 사회에서 고위직 진출의 가장 큰 잣대는 능력과 성실이며, 이는
정부 전체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다.
권영일 기자
정하경 중앙인사위원회 고위공무원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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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6,original,right[/SET_IMAGE]“경쟁
통해 멀티 플레이어 키운다”
“고위공무원단제도 출범으로 인해 공무원사회는
과거보다 정치적 줄서기나 정실인사 등 공무원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 정하경 고위공무원지원단장은
고위공무원단제도로 인해 공무원사회가 혁신과 경쟁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공서열제도 아래서는 안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따라서 공무원사회가
그동안 무사안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앞으로 100% 개방된
상황에서는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정 단장은
따라서 “스스로를 개발하며 공부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분위기는
정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고위공무원단제도가
정착되면 내부 간 경쟁은 활성화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단장은 지난해 고위공무원단 실무추진단장을
맡아 이 제도를 출범시키는 산파 역할을 했다.
직무등급을 놓고 일부 부처와 공무원 사이에서
제기되는 불만에 대해 정 단장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직무등급은 계급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의 본부장과 청의 본부장이 동일한
등급을 받았다며 이른바 ‘끗발’이 없는 부처에 대한 차별을 일축했다.
정 단장은 이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신분적, 연공서열제도라는 걸림돌을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행정문화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정 단장은 그럼에도 고위공무원단제도 정착에 자신감을 보였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 간 내부경쟁을 유도해 우리나라 축구
실력을 한 단계 높인 것을 예로 들었다. 이 제도가 정착하면 그동안
모 그룹 회장의 ‘행정은 3류’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행정 문화가 다시 1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류 공무원이 10~20년간 안주하다보니 3류가
됐습니다. 그러나 개방과 경쟁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면 다시 1류로
컴백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제도 정착과 관련해 “앞으로
각 부처의 의견을 계속 들어가며 감사·감독보다 컨설팅 중심으로
각 부처가 효율적으로 인사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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