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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새로 출범한 한국철도공사의 신광순 사장은 “공사 전환을 계기로 제2의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다. 그는 고객중심의 경영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부대사업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 “5년 내 자립경영을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 1월1일 새해 첫날을 기점으로 한국 철도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씌어졌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한국에 철도가 들어온 지 꼭 105년 만에 철도사업이 정부 조직의 틀을 벗고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철도역사가 시작된 이래 국가와 공무원의 몫이었던 철도 경영이 비로소 철도인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철도공사에 거는 안팎의 기대는 자못 크다. 공사 전환을 계기로 제2의 ‘철도 르네상스’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큰 과제는 누적적자 구조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사는 현재 4조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다. 또 철저한 기업형 조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획기적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여기에 새 출발한 공사 조직원들의 사기도 다독거려야 한다.
그래서 신광순 초대 철도공사 사장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여러 선결과제를 안고 있는데다 동북아 중심국가 구현이라는 범국가적 목표의 일환으로 한반도가 물류 거점으로 거듭나는 데 철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사 출범 직후인 지난 1월, 신 사장은 취임과 함께 전국 현장을 순회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3만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직접 만나면서 내부 단속부터 시작했다. 철도 운영이 경쟁지향적인 공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변화한 신분 때문에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서였다. 신 사장은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구성원들의 사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공사 출범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서서히 경영 혁신의 속도를 높여가는 신광순 사장을 지난 2월18일 정부 대전청사 12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공사 출범은 105년 철도역사의 한 획”
-늦었지만 철도공사의 출범을 축하합니다. 철도청의 마지막 청장이자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철도는 고속철도 개통과 공사 출범을 계기로 선진 철도로 발돋움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서 있습니다. 초대 사장이라는 큰 영광보다 제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철도 100년을 준비하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부담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초대 사장으로서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철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5년 철도역사에서 이번 공사 출범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우리 철도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법 제정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구조적 한계에 부닥쳐 근본적 개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고속철도의 성공적 개통으로 여러 철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며, 철도 구조개혁의 성공적 추진으로 관청 체제의 철도청은 105년 만에 한국철도공사라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공사 출범을 계기로 철도는 더욱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보장받게 되어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고객의 요구에 맞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철도회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동안 철도청은 경영품질 공공부문 3년 연속 대상을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일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묘책은 있으신지요?
“철도공사는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 면에서 민간기업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과학적·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표준화하고 개선해 나가는 6시그마 경영혁신 활동을 더욱 내실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간 업무를 단순화·통합화하고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사업을 추진해 인적·시스템적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혁신의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설계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사로 거듭난 만큼 경영 합리화와 경영 자립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5년 안에 자립경영을 달성하겠다는 첫번째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를 철도 경영의 전환점(Turning Point)으로 보고 최선을 다해 경영을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열차 운행에 의한 수입 증대가 필요합니다. 마케팅을 더욱 다각화해 당초 계획의 52% 수준에 머무르는 수송량을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또한 오는 4월까지 12개 열차를 증설하고 10월에 다시 12개 열차를 추가로 늘려 수송력을 보강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열차 운행에 의한 영업수익을 총 비용의 5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철도 요금의 현실화도 검토하고 있는데, 현재 철도 운임은 원가의 54.5%에 불과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정부에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동차와 항공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 관계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예상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고속철도(KTX)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묘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 운임정책과 관광상품 개발 등 수송 수요를 극대화하는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 KTX를 대중적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려고 합니다. 또 스마트 카드나 모바일 폰을 활용한 ‘e-Ticket’과 가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표를 구입할 수 있는 ‘Home-Ticket’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이 더욱 편리하게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철도공사는 수익관리 기법과 시장가격제를 기반으로 탄력적 가격전략을 실행하고, 다양한 이벤트 상품 개발과 획기적 서비스 개선을 통해 수익 극대화와 국민 편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최근 경제 여건이 조금씩 나아지고 주5일근무제의 정착과 웰빙 확산 등에 따른 서비스산업의 성장이 예상돼 철도 수요도 상당부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첫번째 목표는 5년 안에 자립경영 달성”
-그동안 KTX를 운영하면서 나타난 이용객의 불만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개선책은 어떤 것이 계십니까?
“역방향 좌석에 대한 불만이 아직 높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역방향 좌석을 이용한 고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일반실 의자 간격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가 있어 구체적 개선 방향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또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시간 단축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는 일부 구간에서 아직 기존선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예정인 경부고속선이 완전 개통되면 이 문제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밖에 개통 초기 차량 고장으로 인한 지연운행 등 불편은 대부분 원인을 찾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으며, 정시운행률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 차내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KTX만의 차별화한 서비스로 국민 여러분께 만족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사로 전환된 만큼 조직의 체질개선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동안 철도는 기업적 경영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정부조직으로서 적지 않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공사 출범과 더불어 자율적 경영활동이 보장된 만큼 관청형 조직의 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기업형 조직으로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안에 ‘전사적 직무 진단’을 실시해 조직의 핵심 역량을 운송분야 활성화, 사업개발 및 연구개발(R&D) 기능 강화 등 수익 창출 부문에 집중하는 한편 관리·지원부문 슬림화, 업무 방식 개선 및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비용발생을 지속적으로 효율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인사에서도 직무성과주의를 도입해 결과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 및 능력 있는 직원이 대우받는 경력 개발 시스템을 개발 운영할 예정입니다.”
-공사 출범 초기인 만큼 정부의 적절한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는 무엇입니까?
“철도공사는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습니다. 우선 부채가 4조5,000억 원에 이르러 초기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공사 전환과 함께 철도 시설과 선로 사용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따라서 공사가 안정화되기까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시설과 선로 사용료를 한시적이나마 면제 또는 대폭 감액해야 합니다. 또 현재 35%에 불과한 고속철도 건설 부채의 정부 책임지분을 50% 이상으로 높일 필요도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이나 도로공사의 경우에도 정부가 건설 부채를 50% 부담하고 있으므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부채 지분을 상향조정해야 합니다. 아울러 공공서비스(PSO)에 대한 손실액 보상도 현실화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며, 고속철도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면제된다면 서민의 교통비 부담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입니다.”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한 구조조정이 있을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라든가 다른 부작용도 있을 텐데, 어떻게 대처할 계획이신지요? 또 앞으로 노사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생각이신지요?
“인력구조조정 문제는 조직의 전문화를 위해 필수지만, 우려하는 것처럼 충격적 감원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공사는 근무 체제 변경에 따른 인력 충원을 위해 3,000여 명의 공채 1기 신입사원을 채용했습니다. 그동안 노사 관계에서 몇 차례 갈등과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공사 출범을 앞두고 특별단체협약을 원만히 체결함으로써 대화와 협력을 통해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조직의 안정과 새로운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하는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특히 올해는 공사 출범으로 인해 노조가입 대상도 2만8,000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철도공사의 책임자로서 상생하는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부대사업도 필요할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가지고 계십니까?
“현재까지 철도의 부대사업은 정부 조직이라는 한계 탓에 임대업 위주로 진행돼 왔지만 공사 전환을 계기로 정보기술(IT)·유통·관 광·보험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2009년까지 부대사업을 통해 4조 원의 수익을 올릴 계획입니다. 특히 역세권 개발 등 부동산 개발을 통한 수익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부동산 개발 자회사도 설립했습니다. 철도공사가 구상하는 역세권 개발은 단순히 건물 안에 음식점이나 백화점을 유치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행정·문화·스포츠·의료·교육 등 모든 생활이 이뤄지는 ‘타운’을 조성할 것입니다. 수도권의 요충지는 이미 민자역사가 선점한 상태지만 아직 유망한 부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전·용산·수색역세권 개발은 이미 착수한 상태입니다. 저를 비롯한 전 직원은 ‘장사꾼의 마인드’를 가지고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역세권 개발로 종합 생활타운 조성”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철도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공사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지난해 4월 KTX가 개통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21세기 국가철도망구축기본계획’에 의해 주요 항만과 대륙철도망인 중국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종단철도(TKR)와 TCR·TSR을 잇는 대륙횡단철도는 그동안 유럽과의 교역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물류비용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또 에너지 자원을 대량으로 보유한 이들 지역 국가들과의 교역을 통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꾀할 수 있으며, 경제개발 참여를 통한 시장 선점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공사는 한국 철도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철도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파리·도쿄·베이징 등 3곳에 현지 사무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대에 적극 대처하고 있습니다.”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 여하에 따라 철도공사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비한 사업계획이나 전략은 무엇입니까?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향후 TCR·TSR 등 국제철도와의 연계수송 체계의 기틀이 될 것입니다. 현재 추진중인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활성화되면 철도의 역할이 급부상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해 한국철도공사는 남북철도, 대륙철도와의 연계에 필요한 사전 준비 사항과 열차 운영 계획 등을 마련해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중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사의 중장기 비전을 말씀해 주십시오.
“철도는 대표적 친환경 교통수단입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철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철도부문 투자가 도로부문을 추월했고, 스웨덴 역시 지난 10년간 철도 투자 규모가 5배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가용 이용자의 증가로 철도 수송량이 연평균 2.6%씩 감소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철도의 장점인 대량수송, 고속성, 친환경성, 안전성, 에너지 효율성 등을 극대화하면 철도 이용률을 현격히 높일 수 있습니다. 안팎의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지만 더 안전하고 편리한 국민의 철도로 거듭날 것을 약속합니다. 철도공사는 지속적 경영 혁신을 통해 2009년까지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을 이루고, 2012년에는 단년수지균형, 2019년에는 누적수지균형을 달성할 각오입니다. ‘풍요한 삶을 창조하는 그린 네트워크(GREEN NETWORK)’라는 공사의 슬로건을 현실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IGHT]고성표 기자[/RIGHT]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좌절을 모르는 뚝심의 사나이.’
신광순(56) 초대 철도공사 사장을 지인들은 그렇게 부른다. 최하위직 공무원으로 시작해 공사 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71년 9급으로 국방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9년 만인 1980년 사무관(토목)으로 승진한 신 사장이 철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 이후 1994년 서기관, 199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시설 건선본부장을 맡아 ‘야전사령관’으로서 현장을 누비며 뛰어난 기술과 성실성으로 철도기술 분야에서 최고 베테랑의 위치를 굳혔다. 2002년에는 기획 예산 조직 인력을 관장하는 기획본부장에 올랐다. 기획본부장 자리는 행정직에서도 오르기 어려울뿐더러 기술직으로는 신 사장이 최초였다.
그 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1월에는 1급인 차장, 10월에는 청장 자리에 올랐다. 고시 출신이 즐비한 공직사회에 9급으로 입문한 지 33년 만에 철도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다. 더욱이 1급인 차장에 임명된 지 10개월, 서기관 승진 10년 만의 쾌속 승진이었다. 그의 청장 취임은 105년 철도역사에서 여덟번째 내부 승진 청장이며, 과·국·차장을 거쳐 청장에 임명된 것은 1993년 강인태 청장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1월1일 그는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전환됨에 따라 국영 체제를 마무리하고 공영 철도의 새 장을 여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이 탁월하고 대외관계에 뛰어나다는 평가가 늘 따라다닌다. 또 공무원생활을 하면서 학사·석사 학위를 따는 등 자기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