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죽나무 꽃이 만개했다. 다른 꽃들은 대개 위를 보고 피지만 때죽나무 꽃은 일제히 아래를 향해 핀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그래서 때죽나무 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래에서 보는 것이 최고다. 드러누워서 봐도 좋다.
박완서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엔 때죽나무 꽃이 인상적으로 나온다. 이 소설 주인공은 운동권 출신 언니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온 남자친구를 ‘사랑의 보금자리’인 때죽나무 아래로 데려가면서 더 이상 ‘거저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굳이 ‘때죽나무 아래’인 것은 작가가 배치한 일종의 재미 또는 유머가 아닐까 싶다. 작가가 ‘꽃이 하얗게 만개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때죽나무를 눈여겨봤기에 이런 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작가가 소설을 쓸 당시 자주 산책하던 경기 구리시 아차산에도 때죽나무가 많았다.
때죽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나무이지만 요즘엔 공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꽃이 예쁘고 향기도 좋은 데다 공해에도 끄떡없이 잘 자라기 때문에 이 나무를 심은 공원이나 가로수길이 많이 생긴 것이다.
독특한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잎과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기 때문이라는 설, 가을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가 꼭 떼로 중이 모여 있는 것 같기 때문이라는 얘기 등이 있다. 영어로는 ‘Snowbell’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다.
때죽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로 쪽동백나무가 있다. 두 나무는 꽃과 열매, 나무껍질이 모두 비슷하지만 꽃이 피는 형태가 다르다. 때죽나무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2~5개씩 꽃줄기가 나와 아래를 향해 피지만 쪽동백나무 꽃은 20송이 정도가 모여 포도송이 같은 꽃차례를 이룬다. 또 때죽나무 잎은 작고 긴 타원형이지만 쪽동백나무 잎은 손바닥만큼 크고 원형에 가깝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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