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번에 복귀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8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수련 현장의 건의사항과 의료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늘부로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것이다. 9월에 있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같이 일부 필수의료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박차
정부는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전공의의 과중한 근로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만든다는 입장이다. 먼저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일 예정이다. 이미 정부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2026년부터 전공의의 총 수련시간을 주 80시간,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 범위 안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조 장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36시간의 연속 근무시간 상한을 24시간에서 30시간 내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은 시범사업의 성과를 봐가며 24시간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교육 담당 지도 전문의 등 교수요원을 지정하고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진료뿐 아니라 공공의료, 일차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도록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도입한다.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도 마련된다. 조 장관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고 중등증은 지역종합병원, 경증은 동네 병·의원에서 최적의 진료를 받는 혁신적 의료공급·이용체계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7월 4일에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 제4차 회의가 열려 의료공급·이용체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위원회에서는 우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비슷한 환자군을 두고 경쟁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의료기관이 기능에 적합한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하도록 하기 위해 보상체계와 시설·인력 기준, 진료협력 시스템 등을 검토했다. 상급종합병원 평가체계를 개편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회의에서는 적합한 환자군의 진료 비중, 진료권 내 필수의료 제공 수준, 의료서비스의 비용 대비 효과성 등 평가체계 개편 방안이 집중 검토됐다.
의대생 대량 유급 없도록 가이드라인 마련
한편 교육부는 2월부터 집단행동에 들어간 의대생의 복귀를 독려하고 복귀 이후에도 유급에 대한 걱정 없이 원활히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7월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의대생이 교과목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한 상황임을 고려해 학기제가 아닌 학년제가 운영된다. 이렇게 되면 각 대학의 성적처리 기한이 1학기 말이 아니라 2025년 2월 말로 연기되기 때문에 유급 판단 시기도 ‘학기 말’이 아니라 ‘학년 말’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2025년 2월 말까지 의대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충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이 학년·학기를 다양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각 대학은 1학기를 10월까지 연장해 보완 수업기간을 확보하고 2학기를 통상적인 일정보다 축소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또는 수업일수 확보를 위해 3학기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서도 수업일수를 채울 수 없을 경우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해진 수업일수를 2주 이내 범위에서 감축하는 방안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한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유급 방지대책도 마련된다. 의예과 1학년의 경우 일부 과목이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고 2학기 또는 상위 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방침에도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의 대량 유급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교육부는 2025학년도 신입생의 학습권을 우선으로 보호하는 학사 운영 계획을 준비하라고 각 대학에 요청했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강제·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다. 각 대학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선택하면 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들에게 “집단행동을 멈추고 학업에 복귀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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