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3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4월 8일 유상증자 규모를 2조 3000억 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국내외 생산 능력을 늘리고 해외의 방산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설명했지만 발표 직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까지 악화되자 그 규모를 다시 줄이겠다고 선회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기는 궁금증이 있죠.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는 대체 어떤 것이고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일까요?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유상증자는 쉽게 말해 기업(주식회사)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주와 일반투자자, 제3자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새로 발행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죠. 이렇게 얻은 자금은 보통 사업을 위한 재투자, 혹은 채무를 정리하는 데 쓰입니다.
주식이 새로 더 많이 발행되면 기존 주주들은 보유 주식 비율만큼 새 주식을 살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만약 추가로 더 투자하지 않으면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의 지분 비율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이른바 ‘희석 효과’가 생기게 되죠. 주주들이 종종 유상증자에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나서면서 동시에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소액주주들에겐 주식을 15% 할인된 가격에 팔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역시 유상증자에 반발하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유상증자는 또한 보통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먼저 기존 주주에게 구매 권리를 우선적으로 주는 ‘주주배정’, 일반인도 청약할 수 있는 ‘공모배정’, 회사가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외부 투자자를 골라서 신주를 파는 ‘제3자 배정’이 있습니다.
반면 무상증자는 회사가 돈을 받지 않고 주주들에게 추가 주식을 지급하는 것을 뜻합니다. 마치 은행에서 예금이자를 주듯 기업이 갖고 있는 이익을 주식으로 전환해서 나눠주는 경우입니다. 회사 주식을 1주 가지고 있던 사람이 1대 1 비율로 무상증자를 받는다면 1주를 더 받아 총 2주를 갖게 되죠. 이때 주식이 1주당 100만 원짜리였다면 이 사람이 가진 주식은 2주가 되는 반면 주당 가격은 50만 원(100÷2=50)으로 조정됩니다. 주식의 수가 늘어나되 총 자산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피자 한 판의 크기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피자 조각이 늘어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주주 입장에선 총 자산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공짜로 더 받는다’는 보상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겠죠.
유상증자는 악재, 무상증자는 호재?
보통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하는 유상증자는 주식시장에서 흔히 ‘악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보유한 주식 가치가 이전보다 하락하기 때문이죠. 또한 보통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할인 가격에 팔다보니 전체 주식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도 생겨납니다. 기업이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를 했다고 비춰질 경우엔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고요.
그러나 유상증자가 늘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잠깐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실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 같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쓸 경우엔 주가가 반등하기도 하니까요.
무상증자는 반대로 ‘호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무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남으로써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져 추후 주가가 더 올라가기도 하니까요. 회사 이익을 나눠주는 모습에서 기업 실적이 좋아졌다고 인식해 투자자들이 더 몰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상증자를 한다고 기업 실적이 다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상증자만 보고 덜컥 투자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땐 단편적인 사실만 보기보단 그 회사의 현재 상황과 미래 성장가치를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니까요.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