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동 상담버스 ‘공감톡톡’. 사진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공감톡톡버스-향상됨_640.jpg)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가다
“지난 한 주간 여러분이 느낀 감정을 날씨로 표현해볼까요?”
“해는 쨍쨍한데 가끔 구름이 끼고 번개가 쳐서 오락가락했어요.”
“어떨 때 해가 뜨고 구름, 번개가 생길까? 그리고 그때마다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친구랑 놀 땐 신나니까 해가 쨍쨍하고, 엄마한테 잔소리 듣거나 혼날 땐 속상해서 구름이 끼고 번개가 쳐요.”
경기 고양시 한 초등학교 교실. 전문 상담사의 지도 아래 6학년 학생 여섯 명이 모여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감정코칭을 받고 있었다.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의 찾아가는 청소년 이동 상담버스 ‘공감톡톡’ 프로그램이다.
“감정에도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 있을까요?”
전문 상담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나쁜 감정도 있어요.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정도 있잖아요.”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화내야 할 상황에 화내지 않으면 어느 순간 욱하고 올라와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아이들의 답변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맞아요. 여러분이 느끼는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 모두 소중해요. 특히 부정적 감정을 꾹꾹 누르면 다른 문제로 나타날 수 있어요. 평소 나의 감정을 잘 다루는 게 중요합니다.”
전문 상담사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5년째 운영되고 있는 ‘공감톡톡’은 청소년의 성장을 위해 아동·청소년 및 부모를 찾아가 다양한 심리·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서비스다. 또래관계 증진, 미디어 과의존 해소, 폭력 예방, 학습코칭, 감정코칭, 자아성장 등 다양한 주제로 상담이 이뤄진다.
‘공감톡톡’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와 마을을 찾아가는데 한 달 평균 30회 정도 상담이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23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126개 학급, 3000여 명의 학생을 상담했다. 일회성 집단상담이 아닌 학교 상담프로그램의 사후관리를 통해 개인상담 시간을 갖고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또한 요일별로 마을을 방문해 개인상담과 놀이·미술치료, 체험활동을 제공해 지역 청소년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방학 기간에는 지역아동센터, 돌봄교실 등 지역기관과 연계해 집단상담 및 개인상담, 심리검사 등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전문 상담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SOHO3377_640.jpg)
청소년 안전망 역할
정부가 정신건강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7월 1일부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 시행되는 등 마음건강이 우리 사회의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30년 전부터 청소년 정신건강에 힘을 쏟고 있는 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 제29조에 근거해 1994년 7월 5일 설립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4명의 전문 상담사가 운영하는 작은 상담소에서 시작해 현재는 17명의 전문 상담사와 30여 명의 파트타임 강사를 두고 있다. 고양시 유일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약 20만 명의 고양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2023년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S등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센터는 위기 청소년을 사전에 예방하고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만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개인상담, 학교로 찾아가는 집단상담을 비롯해 위기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 동반자 사업’, 청소년상담전화 1388 운영, 심리검사 프로그램, 부모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학교 부적응, 또래관계 문제, 우울 등 다양한 어려움에 처할 경우 상담 전문가로 구성된 청소년동반자팀이 찾아가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담과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청소년동반자팀과 상담을 경험했던 청소년들은 ‘속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상담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며 생각이 정리됐고 당시의 힘든 마음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에 대해 이해하고 알게 됐다’, ‘앞으로 내 감정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등의 상담 소감을 남겼다.
“상담실로 놀러가자” 편안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최근 센터는 디지털미디어 피해 청소년 회복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인터넷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해온 사업이 올해부터 디지털미디어로 이름을 바꾸고 사이버 도박중독을 포함시켰다. 매해 전국 교육청은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데 올해 조사에서 고양시는 약 1100명의 학생이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센터는 지난 6월부터 연말까지 위험군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권현숙 센터장은 “디지털미디어를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가보다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독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센터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청소년의 노동인권이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고양시 청소년 노동인권 서포터즈인 ‘유스데스크’를 운영하고 노동인권 친화사업장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노동인권 보드게임, 인식개선 홍보 활동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노동관련 지식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알려지면서 센터를 찾는 청소년의 발길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상담센터라 하면 문제가 있는 청소년이 찾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힘든 일이 있을 때, 마음이 아플 때 찾아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권 센터장은 “심리상담은 문제가 있어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좋은 점, 부족한 점을 바라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이라며 “청소년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에 우리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의 목표는 청소년 누구나 “상담실로 놀러가자”고 말할 만큼 편안하고 친숙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서경리 기자
*청소년
복지지원법 제29조 청소년복지지원법은 청소년 수련과 보호 위주의 청소년육성 법률체계에 복지 부분을 보완해 균형 있는 청소년 육성 기반을 마련한 법제도다. 청소년복지지원법 제29조에 따르면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청소년에 대한 상담·긴급구조·자활· 의료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박스기사
인터뷰 | 권현숙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사진 C영상미디어](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202/SOHO3300_640.jpg)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길라잡이 되고 싶어”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산하기관이다. 청소년의 행복한 성장을 돕기 위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서울 26곳, 경기 33곳, 부산 16곳, 대구 10곳 등 전국에 240곳이 있다. 설립 30주년이 된 경기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 권현숙 센터장에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역할과 방향을 들어봤다.
센터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전국 대부분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30년을 맞았을 것으로 본다. 처음 시작은 자그마한 상담실이었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2005년 당시 정부가 ‘위기청소년사회안전망 구축’ 사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했고 2006년 5a개 시·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청소년안전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며 전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현재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의 발달과 비슷한 보폭으로 상담을 통해 청소년을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체계로 잘 뿌리 내렸다고 본다.
청소년 안전망이란 무엇인가?
학업중단, 가출, 미디어 과의존 등의 문제를 가진 지역 내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고 상담을 통해 문제를 진단하며 해결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연계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말한다.
센터 설립 초기부터 상담사로 청소년들 곁을 지켜왔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오랜 시간 센터에서 활동하다보니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또래상담가로 활동했던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상담사나 교사,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사례를 현장에서 마주할 때면 보람되고 뿌듯하다. 돌봄을 받은 경험이 또 다른 돌봄으로 이어진 선순환이라고 본다. 상담은 고민을 말하고 해결하는 정서적인 부분도 맡지만 자기 내면을 탐색하고 정체감을 갖게 하는 지점에서 중요한 활동이라고 본다.
센터의 할 일이 많아보인다. 어떤 센터로 만들고 싶은가?
예전에는 자해·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이 상담자의 10%였다면 요즘은 50% 이상으로 늘었다고 본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을 위한 상담 활동이 더 필요하다. 상담실은 사람이 사람을 만들어가는 장소다. 청소년의 성장을 격려하고 건강하게 지지받는 경험을 나누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곳이다.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 여정 속에서 백과사전 같은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