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적분할 vs 물적분할
최근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신약개발과 위탁생산으로 나누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을 하던 지분 10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독립 분리하기로 한 것이죠. 이를 위해 삼성은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순수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겠다고 했어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위탁 개발·생산) 회사가 되고요.
이처럼 상장기업들이 회사를 나누기로 할 때 흔히들 ‘인적분할’을 택하느냐 ‘물적분할’을 택하느냐에 따라 주주들의 반응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어떻게 분할하느냐에 따라서 회사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필수 개념이라고도 하죠. 기업분할이란 무엇이고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어떻게 다른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기업분할
한 회사가 여러 가지 사업을 운영하다가 이 중 어떤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을 두고 흔히 기업분할이라고 합니다. 기업분할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특정 사업을 더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회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원할 때도 기업분할을 하고요. 주식 가치를 더 정확하게 평가받기 위해 사업을 나눌 때도 있습니다. 한 회사가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 투자자들이 그 가치를 정확히 보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회사를 팔기 위해서 나누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이 잘 안되는 사업은 따로 떼어내 팔면 그 돈으로 빚도 갚고 중요한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겠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기업을 나누기도 합니다. 복잡한 출자구조(돌고 도는 주식 보유 구조)의 체계로 바꿀 때도 기업분할을 하죠.
기업분할은 회사 운영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인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 많은 찬성표를 얻어야만 진행이 가능합니다. 보통은 주주총회에서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을 경우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인적분할
이렇게 기업을 나눌 땐 새로 생긴 회사의 주식을 나눠주는 문제가 상당히 중요해집니다. 인적분할은 이때 새 회사의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에게도 나눠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가령 A회사가 B사업부를 떼어내서 B회사를 새로 만든다고 치죠. 기존의 A회사 주주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B회사의 주식도 같이 받게 됩니다. 만약 A회사 주식 100주를 갖고 있다면 인적분할 후엔 B회사 주식도 그에 비례해서 새로 받게 되는 거죠. 보통은 이때 분할 비율을 정하게 되는데요. 만약 1대 0.4로 분할 비율을 정했다면 A회사 주식 100주를 가진 사람은 B회사의 주식 40주를 받게 됩니다. 이번 삼성의 경우엔 인적분할 비율을 삼성바이오로직스 0.65대 삼성에피스홀딩스 0.35로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1주당 삼성에피스홀딩스 0.538주를 새로 받게 되는 것이죠.
보통 인적분할은 기존의 주주들이 신설 회사의 주식을 더 받을 뿐 아니라 주 가치가 희석될 일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새로 생긴 회사의 성장성이 불확실하거나 회사를 분할하는 이유가 단순한 경영 승계용으로 비칠 경우엔 시장 반응이 반대로 부정적일 수도 있죠.
물적분할
반대로 물적분할은 A회사가 B사업부를 떼어내서 B회사를 만들 때 B회사의 주식이 A회사에 모두 귀속되는 경우입니다. B회사는 A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고요. 따라서 기업 가치도 사실 큰 변화가 없습니다. 분할 이후 모회사·자회사 관계로 나눠지는 것이라서 ‘수직적 분할’이라고도 불립니다.
물적분할의 경우엔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을 모두 갖기 때문에 기존의 주주에게 새 회사 주식이 돌아가진 않습니다. 따라서 주주들은 B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하다 보니 ‘주식 가치를 희석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A회사의 사업이 줄어든 만큼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불만도 있고요.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를 분할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간혹 받습니다. 일부 대기업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을 하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물적분할이 모두 주주들에게 나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설법인을 새로 상장시키거나 채권을 발행해 신설법인 사업부만 투자할 경우엔 투자받기가 한결 용이하죠. 새로 만든 회사만의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경영 효율성을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주주들은 B회사가 새롭게 낸 성과가 A회사 주가에 반영될 테니 그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되겠죠.
따라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각 기업이 상황에 맞게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분할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기업분할을 통해 그 회사의 숨은 가치가 새롭게 드러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 기업들이 현명한 결정을 통해 ‘밸류업’에 성공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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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